오는 17일 국내 개봉을 앞둔 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의 반인권 범죄를 정당화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SNS에서는 ‘보이콧뮬란(#BoycottMulan)’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는 등 관람 거부 운동이 퍼지고 있다. 

영화 ‘뮬란’은 1998년 제작한 애니매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중국 남북조 시대 영웅의 이야기다. ‘뮬란’은 지난 4일 미국에서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했다. 중국에서는 이번 주말 개봉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 3월 개봉을 예정했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 영화 뮬란 포스터
▲ 영화 뮬란 포스터

관람 거부 운동은 두 가지 이유로 불붙고 있다. 

지난해 8월 뮬란 역을 맡은 배우 류이페이(유역비)가 자신의 SNS에 홍콩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서다. 그는 웨이보에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며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 등의 글을 남겼다. 

홍콩에선 시민들이 송환법(범죄자 인도 법안)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는 홍콩경찰의 모습이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 영화 ‘뮬란’이 차별에 맞서는 캐릭터인데 이 역할을 맡기로 한 배우가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을 두둔한 것이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이 송환법을 악용해 홍콩을 정치적으로 압박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반대한 것이라 홍콩 경찰을 두둔하는 것은 곧 반민주적 모습을 보이는 중국 정부에 친화적인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주연배우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영화 뮬란이 최근 공개되면서 다시 비슷한 이유로 비판을 받게 됐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 보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시(市)의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 등을 향해 감사 표시(China Special Thanks)를 했다. 이 지역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 사람들 약 100만명을 감금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장소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이 지역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보통 거절하는데 디즈니에게만 촬영을 허가한 것이다. 

또한 디즈니 제작진은 중국 공산당에서 홍보를 담당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위원회 홍보부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디즈니가 중국 공안의 반인권 행태를 옹호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조슈아 웡이 자신의 트위터이 올린 ‘보이콧뮬란’ 관련 사진
▲ 조슈아 웡이 자신의 트위터이 올린 ‘보이콧뮬란’ 관련 사진

이에 홍콩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한 조슈아 웡은 트위터에 ‘보이콧뮬란’ 해시태그와 함께 “뮬란을 보는 건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촬영 장소 중 한 곳인 신장 위구르 자치구)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웡은 디즈니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중국 영화 배급을 위해 대본과 캐릭터 국적 등을 수정하는 등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디즈니가 중국 현금에 중독됐다”며 “디즈니가 중국 공산당 기분을 맞추려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썼다. 

한편 보이콧뮬란에 이어 ‘진짜뮬란(#RealMulan) 해시태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홍콩의 우산혁명을 주도한 아그네스 차우가 진짜 뮬란이라는 의미다. 아그네스 차우는 조슈아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만들어 반중국 민주화 시위에 동참했다. 류이페이의 발언과 비교하며 아그네스 차우를 소환한 관람 거부 운동이다. 

’밀크티동맹(#MilkTeaAlliance)‘ 해시태그 운동도 함께 벌어지고 있다. 밀크티가 태국, 대만, 홍콩 등에서 동시에 사랑받는 음료인데 이들 국가들이 반중국·반독재를 기치로 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태국 학생 운동가 네티윗 초티팟파이잘 역시 “중국 당국의 폭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디즈니와 중국 정부에 상기시켜야 한다”며 관람 거부를 독려했다. 

관련해 디즈니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에 중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시장인 만큼 디즈니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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