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긍정 평가하며 기본소득을 외쳤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들을 향해 ‘정부 돈에 맞 들여선 안 된다’는 말을 해 논란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은 한 번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정부가 7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이번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정건전성을 저해할 것이란 취지로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경제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과연 현재 한국경제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 느낌”이라며 “재정안정성을 걱정하면서 정치적으로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재정 운영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총선 패배 이후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며 기본소득을 대표 상품으로 내걸었던 몇 달 전 행보와 배치되는 모습이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14일 아침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NEAR재단 주최 기본소득제와 주거·부동산 정책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월14일 아침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NEAR재단 주최 기본소득제와 주거·부동산 정책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김 위원장은 지난 7월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난지원금을 받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99.7%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했을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정부로부터 소득 지원을 갈망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자신이 왜 기본소득을 주장하며 기본소득이 좌파들만의 주장이 아니라고 했다. 

총선 패배 이후 어느정도 지지세 회복 이후 정부와 각을 세우며 지지층을 끌어안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태세전환은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강경보수에 대한 태도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총선 전후로 강경보수와 선을 그어왔지만 최근에는 모든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본소득당은 김 위원장의 ‘정부 돈에 맛든 국민’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권력에 맛 든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은 코로나로 고통받는 전 국민은 보이지도 않는가”라며 “평생 세금을 내고 살았으니 이때라도 국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하루 아침에 기생충과 다름없이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자 감세는 순식간에 하지만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아까워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덧붙였다. 

신 대변인은 “어제는 ‘빵 먹을 자유인 기본소득’을 이야기하고 오늘은 ‘돈에 맛 든 국민’이라 모욕하는 김 위원장,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치에 속을 국민은 없다”며 “본색을 보였으니 이참에 지금의 선별복지보다도 후퇴한 가짜 기본소득 간판도 떼라”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미래통합당 기본소득은 빈 껍데기일 뿐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