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는 언론의 ‘댓글 중계 저널리즘’이 여성 정치인의 자격미달 여부에 주목하는 ‘탈자격화’ 보도 양상에 기름을 붓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남성독점 정치에서의 여성혐오’ 라운드테이블에서다.

김 교수는 미디어가 여성 정치인을 묘사하는 방식은 ‘탈자격화’로 요약된다”며 “언론이 제도정치를 남성의 영역으로 보고 여성을 공간침입자로 인식해, 해당 정치인이 그 기준에 미달하는지 주목해 보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언론은 이때 해당 정치인이 별다른 결점을 보이지 않으면 태도나 복장, 말투에서 어울리지 않은 점을 찾아내 부각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 언론 보도에는 여기에 두 가지 맥락이 겹쳐진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제도정치 진출을 역차별로 인식하는 이른바 공정성 담론과 언론 중계를 통한 재생산이다.

김 교수는 “여론조사를 해 보면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확대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여성할당제를 거부하는 양상을 보인다. 여성 정치인은 대부분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공정치 못하다고 인식하는 경향도 마찬가지”고 했다. 지역구 공천은 수많은 한계로 여성의 개인 능력과 상관없이 결정되는 부분이 큰데도 여성 능력이 원인인 것처럼 인식한다는 얘기다. 그는 “언론이 이 같은 공정성 담론을 되묻지 않고 받아주면서 재생산한다”고 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가 9일 ‘남성독점 정치에서의 여성혐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가 9일 ‘남성독점 정치에서의 여성혐오’ 라운드테이블에서 발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류호정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을 둘러싼 보도 흐름이 단적 사례다. 김 교수는 미디어가 류 의원 복장이 논란으로 비화한 데에 “언론사들은 처음엔 ‘이런 일이 있다’고 보도한 뒤 ‘논란이다, 댓글이 나왔다, 댓글에 비판이 나왔다’며 꼬리를 문다. 언론사들은 인용만 했다고 밝히지만 인용을 위해 골랐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언론이 한눈에 보이도록 류 의원에 대한 다양한 비판 댓글을 정리해서 기사화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보도 양상이 철저히 포털 생태계에 맞춰 일어난다고 했다. “논란 저널리즘은 언론사 입장에서 돈을 벌어다 준다. 언론사 입장에선 한 번 논란이 된 기사를 독자의 클릭수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쓰고, 기존 정치권 이슈를 보도하지 않던 스포츠 전문지까지 몰려든다. 그 결과 이른바 ‘원피스’ 논란 보도가 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동의강간죄 법안 보도보다 훨씬 많이 양산됐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보도 흐름을 끊으려면 플랫폼이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에 대한 법 제도적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며 “느리지만 플랫폼 변화에 따라 보도가 꾸준히 변해왔다. 네이버가 특정 사안에 댓글을 막거나 언론사를 기사 앞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개별 언론사들이 문제적 기사로 얻는 상업 이익을 줄일 플랫폼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유포와 공유가 플랫폼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미디어 소비자로서 적극적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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