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9일 허위·과장·기만 광고로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판매한 통신4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8억7000만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가 지난해 11월15일부터 지난 5월8일까지 통신4사의 온·오프라인 광고물 2099건을 조사한 결과 이 중 526건(25.1%)에서 이용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고 사업자 간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등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가 적발됐다. 

사업자별 위반율은 KT 28.7%, SK브로드밴드 27.3%, LG유플러스 26.0%, SK텔레콤 8.3%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점은 31%였다. 방통위는 ‘인터넷+TV 가입시 55인치 TV제공’, ‘총 106만원 할인’ 등 중요 혜택만 표시하고 이용조건은 표시하지 않는 등 이용자의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을 누락하거나 축소하여 표시하는 기만광고가 39.4%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137만원 혜택’, ‘인터넷+TV 매월 44,000원 할인’ 등 최대지원 가능 금액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처럼 표시하거나 전체 요금할인금액만 표시하는 과장광고가 36.6%, ‘최대 지원’, ‘위약금 100% 해결’ 등 사실과 다르거나 객관적 근거가 없는 내용을 표시하는 허위광고가 23.9%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통신3사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내 통신3사 대리점 모습. ⓒ연합뉴스

과징금은 매출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10억이 상한액인데, 방통위는 이번 경우 매출액 산정이 어렵다고 판단해 10억 상한액을 기준으로 KT 4억, LG유플러스 3억6237만원, SK브로드밴드 38049만원, SK텔레콤 1억1568만원을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이어 최근 3년 내 동일사안 과징금 처분이 없고 지난해 이용자보호업무평가에서 초고속인터넷 분야 ‘매우우수’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감경했다. 그 결과 LG유플러스에 2억7900만원, KT에 2억6400만원, SK브로드밴드에 2억5100만원, SK텔레콤에 7600만원의 과징금이 결정됐다. 

이 같은 과징금 부과가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 통신3사의 한 해 영업이익만 3조 수준이다. 통신사 한 곳이 한 해 1조 이상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통신비는 1원도 안 깎아주고 독점 지위를 악용해 허위·과장·기만 광고까지 일삼고 있다”며 “과징금으로 2억 내고 200억을 벌 수 있다면 누구든 허위·과장·기만 광고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과거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우려할만한 수준의 적발 건수”라고 지적한 뒤 “3년간 동일 위반행위 과징금 처분이 없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감경했는데 5년 만에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런 식의 감경이 의미가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마 (3년 내) 조사했으면 가중처벌됐을 수 있다”며 “이용자 중심의 감경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창룡 위원은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용해 판매점을 처분하는 데는 법적 근거가 미흡해 (판매점이)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과장 광고에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방통위

안형환 상임위원 역시 “사업자별 상품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광고물을 참고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유통점이 이를 악용해서 현혹한 사례가 다수 적발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히며 “특히 판매점과 온라인사이트에서의 위반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 주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방통위는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최초로 조사한 2015년에는 통신4사 위반율이 90%대를 상회했으나, 2016년 방통위 주도하에 허위과장 광고 근절을 위한 자율협의체를 구성·운영하면서 위반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다”고 밝혔지만 위반율이 낮아졌더라도 여전히 피해자들은 발생하고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통신사의 개선 노력과 함께 판매점에 대한 관리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정기적인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소장은 “과징금을 대폭 늘리고, 허위·과장·기만 광고로 피해 본 국민들에게 통신사들이 직접 손해배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영업정지를 포함해 허위·과장·기만광고 패널티를 대폭 강화해야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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