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취지로 등장한 일명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고려대에 재학 중이던 한 남성이 ‘성착취물 제작을 의뢰했다’며 디지털교도소가 신상정보를 공개하자 결백을 주장하다 지난 3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확산됐다. 경찰은 현재 디지털교도소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며, 디지털교도소는 8일 오전부터 폐쇄됐다. 

9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교도소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으로 고려대학교 학생이 재판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살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확인해보니 과기정통부는 경찰청과 방통위 방심위 소관이라 했고, 방통위는 심의권이 없으니 방심위에 문의하라 했다. 방심위는 7월 중순 경찰청에서 수사 의뢰가 왔다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디지털교도소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이관했다고 답변했다”고 전하며 이 사안이 어느 부서 소관인지, 그리고 디지털교도소에 대해 방통위원장이 어떤 입장인지를 질의했다. 

▲9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9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에게 질의하는 모습.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디지털교도소 문제는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간의) 사적 처벌은 있을 수 없다.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고 여러 문제가 있다. 있어서는 안 되는 문제다”라고 답했으며 “접속차단 삭제는 방심위에서 심의해서 삭제 조치할 수 있다. 최근에 3건 정도 삭제 요구 안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방심위에서 시정요구 했는데 듣지 않으면 시정명령을 다시 하고 안 되면 형벌 조항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10일 통신소위 안건으로 (디지털교도소가) 올라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은 “지난 6월14일 디지털교도소 최초 보도가 있었다. 9월3일 안타까운 사건 이전에도 7월30일 동명이인을 성폭행범으로 지목해 논란이 있었다. (디지털교도소) 내용을 보면 어떤 사람에 대해 신상정보를 공개해놓고, 무죄라면 스스로 입증하라고 한다. 누리꾼에게는 그들이 자살하도록 댓글을 달라고 종용했다”고 우려하며 “지난 몇개월 간 과방위에서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했다면 젊은 학생의 극단적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상혁 위원장 역시 “안타까운 사건”이라고 밝히면서 “(내부적으로) 모니터를 하고 있지만 인력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조치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한 뒤 “이런 문제의 사이트를 빨리 찾아서 접속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황보승희 의원은 “이 사이트는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근원적으로 사이트가 나오게 된 배경도 고민해야 한다”며 한 위원장에게 사이트의 등장 배경을 물었고, 한 위원장은 “성범죄 관련해서 법 테두리 안에서의 처벌이 가볍다고 생각을 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황보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는 직접적 신체접촉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으로 제대로 제재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개인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유출돼 인터넷 상에서 착취를 당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성(SEX)과 관련된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통될 때 어떻게 신속하게 피해자 요청을 받고 삭제할 것인지, 여기에 어떻게 신기술을 접목 시킬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향후 (디지털교도소와) 유사한 사이트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버 해외에 있어서 접속차단 해도 다시 운영할 수 있다”며 관련한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번 N번방 종합대책이 결국 성착취물 뿐만 아니라 성과 관련한 불법정보 유통을 막는 대책이었다”고 설명하며 “현재 신속 심의를 통해 성과 관련한 경우 24시간 안에 접속차단 할 수 있도록 개편 했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