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째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이성훈씨(가명)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특별정액 급부금을 받았다. 집으로 온 서류에 외국인카드복사본과 통장복사본을 넣어서 우편으로 보내자 얼마 뒤 계좌로 현금이 입금됐다. 일본은 적법하게 체류 중인 외국인(단기 제외)에게도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씨는 미디어오늘에 “재난지원금 지급은 당연히 일본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줘야 한다. 같이 세금 내는 입장인데 타국인이라도 도움을 줘야 한다”며 “모두의 재난인데 지급 대상을 나누는 건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프리랜서 A씨는 최근 독일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DOKBAB)에서 지원금을 받은 경험을 공유했다.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대기표를 받고 사흘 뒤, 지원금 5000유로(한화 약 700만원)가 계좌로 입금됐다. 추후 검증을 거쳐 차액을 낼 수도 있지만 받기 전에는 소득 등을 입증할 필요가 없었다. A씨는 “지원금 명칭이 ‘즉시지원(Soforthilfe)’이다. 이 정도 속도는 되어야 즉시 지원금이 아니겠는가. 평소 느린 독일의 행정 처리 속도를 감안하면 더 빠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가 2차 재난지원금을 고위험업종에 집중하기로 했다. 선별지급, 보편지급 등 여론이 팽팽하자 당정청은 ‘맞춤형’ 지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앞서 소득 감소분에 따른 차등지급 방침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제기되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가능한 한 사전 심사 없이 최소한의 요건 확인만을 통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 밝혔다.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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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각지대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외 각국의 기준이나 방식 등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프리랜서·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00억 유로(한화 약 68조원) 규모의 긴급지원금을 지급했다. 취약업종 지원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맞춤형 지원’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소환된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앞서 6일 “보편이냐 선별이냐 문제는 소득과 자산 파악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독일은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프리랜서가 신분증과 세금번호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면 3일 만에 지급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독일은 현재 한국에서 검토되는 방안처럼 특정 업종만을 지원 대상으로 두지 않았다. 올해 3월을 기준으로 독일 세무관청에 신고된 프리랜서·자영업자·소상공인이라면 누구나 긴급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지급금액의 등급은 고용한 직원 수로 분류했다. 정규 직원이 5명 이하인 사업주는 최대 9000유로(약 1260만원), 10명 이하는 최대 1만5000유로(약 21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기준보다 많은 지원금을 받은 경우 추후 반납하고, 지원금 자체에는 세금이 부과됐다. 공기업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영국도 3월 자영업자에 집중하는 ‘자영업자 지원계획’ 정책을 발표했다. 연소득이 5만 파운드(약 7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들에게 3개월분 소득의 80%를 최대 7500파운드(약 1140만원)까지 보장했다. 영국 정부는 5월29일 기준 230여만 명의 자영업자들에게 총 68억 파운드(약 10조2000억원) 규모의 소득을 지원했다. 자영업자 지원계획은 이후에도 한 차례 연장됐다. 3개월분 소득의 70%를 6570파운드(한화 약 990만원)까지 보장하는 방안이다. 자영업자 소득세 납부기한은 7월 말에서 내년도 1월로 연장했다.

각기 다른 정책을 택한 다수 국가들의 공통점 하나는 외국인을 재난지원에 포함했다는 것이다. 독일, 영국은 물론 이씨 사례처럼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한국의 1차 재난지원금과 유사한 형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인당 10만엔(약 110만원)의 정액급부금을 모든 사람에게 지급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3개월 이상의 체류 비자를 가진 외국인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했다.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 국가들도 외국인을 재난지원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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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배제 논란이 불거진 적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6월 서울시·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의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이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외국인 주민이 취약해지면 지역사회 피해회복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편지급’을 연일 강조하는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는 정작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추석 전 지원’을 공언한 당정청은 아직 구체적인 지급 대상·기준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지급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는 이들의 아우성이 이어진다. 전국택시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민주노총)은 8일 “법인택시 노동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져 코로나 직격탄에 내몰린 택시가족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래방이 고위험업종에 포함될 전망임에도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된 코인노래방 업주들은 9일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일부 지자체는 태풍·수해 피해 지역도 선별 지급 대상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보편성을 강화한 재난지원을 검토하라고 주장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7일 “부자들에게 재난수당 안 주는 것으로 공정을 포장하지 말고 초부유세 걷어서 재난위기 극복 재원을 마련하는 데 국회가 힘을 모으는 것이 더 정의롭다”고 말했다. 김준호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8일 “세계적 재난 앞에 누가 더 힘든지, 누가 더 피해가 큰지 줄을 세워 일부만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교한 선별도 불가능하며 수많은 사각지대 양산으로 국가의 보호에서 배제되는 국민의 원성만 무성하게 될 것”이라며 “여론의 분노가 걱정이라면 부실한 선별 정책 대신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참고: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국회입법조사처, 2020년 4월)
독일의 코로나19 관련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지원정책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브리프 2020년 5월호)
코로나19가 일본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과 정부의 대응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브리프 2020년 6월호)
코로나19가 영국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과 정부의 대응 (한국노동연구원, 국제브리프 2020년 6월호)
베를린 ‘즉시지원금’ 5000유로 받은 썰 (DOKB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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