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코인’ 사기 의혹 사건을 연속 보도했던 서울경제TV가 지난 6월 관련 기사 20여 건을 일괄 삭제해 작성 기자와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자들의 원성과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경제TV가 사기 혐의를 받는 업체 측으로부터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받고서 이뤄진 조치였다.

지난 5월 서울경제TV를 퇴사한 전혁수 기자가 지난해 10월부터 보도했던 석유코인 사기 의혹 사건은 국내 블록체인 개발업체인 A사의 이야기다. A사는 자사의 퍼블릭 블록체인 코인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원유거래를 할 것이고, 수조원 규모의 자산보증이 된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33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힌 사건으로 보도됐다. 코인은 1코인당 평균 800원 정도에 판매됐으나 현재 가격은 10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기자는 지난해 10월1일 “[단독] 1세대 스타 게임 개발자, ‘석유코인’ 사기 의혹”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보도를 20여건 이상 이어갔다. 지난 2월 보도는 석유코인 투자자 45명이 지난해 12월 A사 대표 경영진과 관계자들을 사기·유사수신행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뒤 사건을 넘겨 받은 경기남부경찰청이 석유코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기자가 퇴사한 후인 지난 6월께 서울경제TV에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A사 내용증명이 전달됐고 양측 만남도 이뤄졌다. 보도국장 등은 A사를 상대로 한 전 기사의 의혹 보도가 ‘사기가 아닌 사안을 사기라고 쓴 기사’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서울경제TV는 지난해 10월1일 “[단독] 1세대 스타 게임 개발자, ‘석유코인’ 사기 의혹”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석유코인 사기 의혹 보도를 20여건 이상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6월 업체의 항의 이후 삭제됐다. 사진=삭제된 서울경제TV 보도 갈무리.
▲ 서울경제TV는 지난해 10월1일 “[단독] 1세대 스타 게임 개발자, ‘석유코인’ 사기 의혹”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시작으로 올해 초까지 석유코인 사기 의혹 보도를 20여건 이상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6월 업체의 항의 이후 삭제됐다. 사진=삭제된 서울경제TV 보도 갈무리.

전 기자는 “퇴사 후 이 문제로 서울경제TV 측과 만나 기사가 삭제되면 피해자들 고소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이 문제라면 포털에서만 기사를 내리든지 아니면 기사를 삭제하더라도 수사기관에는 기사가 잘못돼서 내린 게 아니라는 진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부에도 기사는 지난 6월 전격 삭제됐다. 

문제는 경찰 수사 결과다. 생사람 잡은 기사라는 취지의 서울경제TV 측 주장과 달리 경기남부청에서 A사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것. 

투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변호사는 8일 “오늘(8일) 경기남부청으로부터 A사 대표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통지서를 받았다”며 “중간판매책의 경우 경찰의 불기소 의견이 나왔는데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결과지만 검찰 처분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경제TV 기사 삭제는 피해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피해자는 8일 “기사 삭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까봐 피해자 모두 정말 분노했다”며 “우리는 서울경제TV 기자에게 팩트와 자료를 제시했고 전혁수 기자는 이를 검증해 보도했다. 전 기자가 우리 자료와 주장을 100% 받아쓴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피해자는 “언론사가 어떻게 사기업체 말을 믿고 기사를 통째로 삭제하나. 기사 삭제 사실을 확인하고는 비참함에 절망했다. 부조리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정말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서울경제TV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공정 보도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기사를 삭제했다”고 답변했고, 이후 추가 문의했으나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기사 수정 : 9월 25일 12시 05분 서울경제TV 입장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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