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국과 독일에서 ‘지역’ 언론이란
한국과 독일에서 ‘지역’ 언론이란
[지역방송 위기] (08)

코로나19는 미디어 생태계를 바꿔놓았습니다. 특히 지역 방송은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비단 코로나19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지역 방송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계속돼 왔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학계와 시민단체, 지역방송 구성원들의 기고글을 통해 지역 방송의 정체성부터 다매체 환경에 놓인 지역 방송의 자구 노력, 나아가 정부의 지역방송 정책에 대한 방향을 묻고자 합니다. 지역방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도 따끔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지역 방송 존재가치를 묻는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실마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당 릴레이 기고는 미디어오늘과 MBC계열사 전략지원단이 공동기획했습니다. - 편집자주

 

최근 지역언론에 대한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저마다의 진단과 해법이 다양하다. 누군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유통방식이 주요한 원인이라 하고, 누군가는 지역소멸을 가장 첫째로 꼽는다. 2014년에 제정된 지역방송발전지원 특별법이 허울에 불과하다는 쓴 소리와 지역언론과 방송이 환경 변화에 대응이 부족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릇 어떠한 현상에는 그 본질이 반드시 존재한다. 수많은 진단과 해법에도 그 핵심은 ‘누구의’ 신문과 방송인가에 있으며, 그 본질은 ‘지방자치’이다. 본질인 지방자치의 토양 없이는 어떠한 해법도 단편적인 고육지책(苦肉之策)에 불과하다.

한국사회는 1991년 부활 이후 ‘지방자치의 질적 고양’에 대한 지속적인 욕구를 가져왔다. 제도적 지방자치는 비교적 빠른 수준으로 정착되어 왔으나,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본질적 지방자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도 다르지 않다. 1972년 언론통폐합과 중앙집권 공고화는 ‘중앙일간지’, ‘중앙방송’을 만들어 냈으며, ‘지역신문’, ‘지역방송’은 독자적 역할보다는 ‘중앙’에 부속되는 ‘지역’, ‘지방’으로 한계지어 왔다.

이러한 상황이 고착화되다보니 정작 지역주민들은 지역언론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지역언론의 양적 증가에도 몇몇을 제외한 대다수 지방신문의 유가부수(*신문이나 잡지 같은 서적류의 실제 판매 부수)는 5000부 이하이며, 경기도의 경우로 단순 계산해보면 31개 시·군 하나 당 구독수는 약 160부에 불과하다. 이 조차 시청 군청이 주요 독자로 일반 주민이 구독하여 보는 것은 많지 않다. 지역언론을 ‘보는 이’가 지방정부나 일부단체 등에 맞춰지다보니, 공보의 개념은 사라지고 왜곡된 언론 문화가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출입기자 현황을 보자면, 각 지방정부마다 약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지만 많은 수가 저임금과 수당만을 받는 형태로 일한다. 일부 언론은 부수확장이나 광고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하고, 자연히 주민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게 되었다.

지역방송에 대한 시청자 외면도 마찬가지다. 방송분야는 신문에 비해 더욱 중앙집중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주민과 지방정부가 지역방송을 통하여 지역자원과 소식을 알릴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좁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역방송사들은 취약한 지역경제와 시장의 한계성 등을 이유로 자체 프로그램 보다는 중앙 프로그램 전송을 ‘받아들이고’ 또는 ‘선택’해왔다. 지역방송이 안정성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중앙과 지역의 수직적 구조는 더욱 공고히 되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중앙’을 향해왔다. 이제 ‘지역’을 향한 언론과 방송이 되어야 한다. ‘지역’이라 함은 단순한 행정공간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공동체를 뜻한다. 지방자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며, 우리는 다양한 공동체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지역언론 또한 단순히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때 ‘지역의 언론’이 되고, ‘지역주민이 보는 언론’이 될 것이다.

▲ 독일 신문. 사진=gettyimagesbank
▲ 독일 신문. 사진=gettyimagesbank

공동체 안에서 지역언론이 되는 것,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확산하는 것은 단시간 내에 성과를 낼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궁극적인 해법은 지역에서 찾아야 함은 백번 생각해도 자명하다.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350여개의 일간지 가운데 95%이상이 지역일간지이다. ‘지역뉴스꺼리’가 많고 ‘보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독일의 오랜 지방자치 경험은 지역의 정치적 독립은 물론 지역언론이 공동체 속에서 자리매김하고, 공동체 구성원의 사랑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냈다. 이것이 지방자치와 지역언론의 본질적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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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아 2020-09-08 15:51:04
중앙스럽게, 중앙처럼이 아니라 '지역답게'...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신문과 방송을 기대한다

바람 2020-09-08 14:38:54
"지방자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며, 우리는 다양한 공동체를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지역언론 또한 단순히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때 ‘지역의 언론’이 되고, ‘지역주민이 보는 언론’이 될 것이다." <<<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