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주요 언론사들 기사 열 개 중 여섯 개가 공공기관 등 출입처 보도자료에 의존한 기사인 것으로 분석됐다. 의존도가 심한 언론사는 비율이 90%대에 육박했다. 지역 독자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도록 보도자료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전충남민언련(이하 민언련)은 지난달 3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대전 주요 일간지 4곳과 인터넷신문 3곳의 보도를 조사해 총 6856개 기사 중 4406개(64.2%)가 보도자료 의존도가 높은 기사였다고 분석했다. 일간지 4곳은 금강일보,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이고, 인터넷신문은 굿모닝충청, 대전시티저널, 디트뉴스24이다. 

민언련은 이들 언론사 기사를 주요 관공서 홈페이지나 정당인들 블로그 등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와 비교 분석했다. 기사 내용이 상당 부분 일치하면 ‘보도자료성 기사’로 분류했다. 보도자료가 따로 없지만 관공서로부터 사진을 제공받거나 특정 기업을 홍보하는 기사도 ‘보도자료성 의심 기사’로 분류해 보도자료 의존 기사에 합했다.

▲8월 3~15일 간 언론사 별 보도자료 의존 보도량 분석표. 출처=대전충남민언련
▲8월 3~14일 간 언론사 별 보도자료 의존 보도량 분석표. 출처=대전충남민언련

 

민언련은 보도자료 의존 비율이 절반을 넘는 실태에 “(이번 조사를) 전반적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역 언론 보도의 콘텐츠 차별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실제 ‘볼게 없다’는 독자들 평가는 지역 언론의 출입처 중심 보도자료 의존 관행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보도자료 의존도가 가장 높은 언론사는 대전시티저널로 평균 89.93%다. 2주 보도량 288개 중 259개가 보도자료 의존 기사다. 조사 기간 3일부터 13일까지 매일 80% 이상 비율을 기록하다 14일에만 62.5%를 보였다. 

굿모닝충청은 7개사 중 의존도가 가장 낮다. 503개 중 241개가 보도자료 의존 기사다. 그러나 이 경우도 비율은 47.91%로 절반에 육박한다. 조사 기간 중 11일엔 기사 59개 중 19개(32.2%)가 보도자료 기사로 가장 낮은 의존도를 보였다. 5일엔 기사 50개 중 30개(60%)가 보도자료 기사로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지면을 발행하는 신문사 중에선 금강일보가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총 1302개 중 915개로 70.28%다. 금강일보는 조사기간 내내 하루 보도자료 인용 기사 비율이 60~80%대를 기록했다. 

인터넷신문이 신문사보다 평균 의존도가 높았다. 인터넷신문 3곳의 보도자료 기사 비중은 1665개 중 1170개로 70.27%를 보였다. 일간지 4곳 비중은 전체 5191개 중 3236개로 62.34%로 나타났다. 

평균 의존률이 높은 순으로 나열하면 대전시티저널(89.93%), 디트뉴스24(76.66%), 금강일보(70.28%), 중도일보(61.21%), 충청투데이(60.18%), 대전일보(57.50%), 굿모닝충청(47.91%) 순이다.

▲대전지역언론 보도자료성 기사 비율 일별 추계. 출처=대전충남민언련
▲대전지역언론 보도자료성 기사 비율 일별 추계. 출처=대전충남민언련

 

민언련은 “지역신문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취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면을 보도자료성 기사로 채울 수밖에 없다는 지역 언론의 항변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돈을 내고 보는 값진 신문인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받아야 하는 것은 구독자와 시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평했다. 

이어 “단순히 무언가로 채워 신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행태는 구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이는 곧 신문사 퇴보와도 연결된다. 지역 언론이 직면한 문제인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민언련은 또 “관공서의 중요한 소식을 전하는 것은 필요하나 단순 자치단체장 행보와 말을 여과 없이 지역 구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며 “긍정적인 면만 보여줘 과오나 실수는 묻힐 수 있다. 같은 보도자료라도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의미있는 기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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