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친일파’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의 8월20일자 칼럼 “‘친일파 장사’ 아직도 재미 좀 보십니까”의 첫 문장이다. 양상훈 주필은 “침략전쟁에도 일리가 있다는 아베 같은 사람에게 찬성하는 한국민이 누가 있나”라고 되물으며 “한국처럼 ‘친일 청산’이 확실하게 이뤄진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운동권 눈에는 친일파가 많이 보이는 모양이다. 없는 것을 보는 눈을 가졌는지 친일파 타령에 끝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상훈 주필은 칼럼에서 “친일파 씨가 마른 나라에서 친일파 공격을 하려니 갖은 엉터리 주장을 동원한다. 대부분 거짓이다. 반일(反日) 세계 챔피언과 같은 이승만을 친일파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라고 주장했으며 “독일 패망 뒤 서독 법무부 간부의 53%가 히틀러 나치당원 출신이었다. 그러지 않고선 정부를 운영할 수 없었다. 이것이 인간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한국 운동권은 이런 사실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동권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로 비난하면 지금 야당에 대한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치에 더 이상 이용할 수 없을 때까지 ‘친일파 장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으며 “1970년대 원조 친親중공파 리영희 등이 ‘이승만이 친일 청산을 막았다’ ‘박정희가 대일 굴욕 협상을 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그것이 교육과 의식화로 세습됐다”고 주장한 뒤 “윤미향 건도 이 영업 기반을 이용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8월20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8월20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이에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일제 강점기 일제에 협력해 용서받기 어려운 민족 반역죄를 짓고도 이제까지 한 마디 사과조차 하지 않은 신문이 어떻게 감히 이런 글을 실을 수 있는지 그 후안무치에 기가 막힌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투위는 “조선일보가 지금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정훈 조선일보 논설실장은 한일 갈등이 고조되던 2019년 6월28일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 하는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구한 말 격동기, 지도자의 역량 차이가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갈랐다”며 “지금 일본엔 화려했던 과거를 꿈꾸는 지도자가 등장해 있다. 일본 총리 아베가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을 롤 모델로 삼았다는 건 비밀도 아니다”라며 아베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친일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2018년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적도 있다.

조선투위는 프랑스에선 1948년 말 나치에 부역했던 115개 언론사가 유죄 선고를 받고 폐쇄됐으며 이 중 64개사가 전 재산을 몰수당한 뒤 복간할 수 없었다고 설명하며 “우리나라가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친일반역언론을 처벌했다면 단 한 번도 과거의 죄과를 반성하지 않은 조선일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앞서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는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를 친일파로 규정했다. 

▲조선일보. ⓒ정철운 기자
▲조선일보. ⓒ정철운 기자

조선투위는 이어 “일본 천황과 일제 식민지주의를 찬양하면서 우리 젊은이들을 침략전쟁으로 내모는 데 앞장섰던 이 신문은 해방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사죄한 적이 없었다. 조국을 배신한 죄로 문을 닫은 언론사도, 처벌받은 언론인도, 자진해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스로 펜을 꺾은 언론인도 우리는 볼 수 없었다. 일제시대 그 언론사와 그 언론인들이 과거의 그 언론을 그대로 물려받아 신문을 만들었다”며 개탄했다.

조선투위는 “박정희 유신독재 때는 유신체제를 지지하고, 5·18민주항쟁을 ‘난동’이라 하고 광주시민들을 ‘폭도’라고 부르며, 신문사의 사주가 전두환의 국보위에 들어가 그 독재정권에 참여하고도 조선일보는 한 번도 사죄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조금도 이루지 못한 친일 청산을 ‘확실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친일’행위”라고 비판한 뒤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신문이 이런 궤변과 망언을 하지 못하도록 침묵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선투위는 1975년 유신 시대에 맞서 공정 보도를 요구하다 해직된 기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던 33명의 기자들이 회사의 대량 징계로 쫓겨난 뒤 결성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새언론포럼도 4일 성명을 내고 “조선일보의 친일유전자는 분단 세력과 결탁했고 다시 독재 세력을 숙주로 삼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조선투위의 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았으며 조선투위는 45년째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며 조선일보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2019년 8월1일 조선투위가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언론노조
▲2019년 8월1일 조선투위가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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