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의 문제발언 중 핵심을 뽑아 알려드리는 ‘종편 뭐하니?’입니다. 8월15일 광복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하면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관련 대담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복절 이후 나타난 코로나19 재확산의 특징은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확진자’가 많다는 점입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진행자나 출연자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며 ‘깜깜이 감염’이나 ‘깜깜이 환자’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시각장애인 개선 요청 받아들여 반성한 중대본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깜깜’은 ‘아주 까맣게 어두운 모양’ 혹은 ‘어떤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잊은 모양’이라는 뜻입니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대사전 <우리말샘>에서는 ‘깜깜’에서 파생된 ‘깜깜이’를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깜깜이’는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각종 선거보도에서 자주 쓰였습니다. 최근 감염경로가 분명하지 않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부분 언론이 별 문제의식 없이 사용해왔고요. 하지만 ‘깜깜이’가 ‘시각장애인을 비하하는 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도 8월31일 정례브리핑에서 시각장애인들의 개선 요청을 받아들여 ‘깜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표현(깜깜이)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국민들 의견을 받아서 그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자 한다”며 반성한 뒤 앞으로는 “‘감염경로 불명’이나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라고 사용하겠다”고 말한 겁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각종 선거나 코로나19 사태처럼 특정 사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때마다 언론이 본질을 꿰뚫고 있는지, 자극적으로 보도하지는 않는지 감시해왔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언론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적하고 비판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 8월26일 오후 광주 서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월26일 오후 광주 서구청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기 위해 접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대본 발표에도 ‘깜깜이’ 반복한 TV조선‧MBN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8월17일부터 9월3일까지 종편3사 6개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깜깜이’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깜깜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 프로그램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로 무려 24회나 되었습니다. 채널A <뉴스TOP10>은 22회를 사용했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와 MBN <뉴스와이드>도 10회 이상 사용했습니다.

▲ 8월17일부터 9월3일까지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깜깜이’ 사용 횟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8월17일부터 9월3일까지 종편3사 시사대담 프로그램 ‘깜깜이’ 사용 횟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이처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재확산을 전하는 과정에서 ‘깜깜이’를 문제의식 없이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잘못된 표현을 반성하고 앞으로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시사대담 프로그램도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잘못된 표현을 쓰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와 MBN <뉴스와이드>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월1일)는 방역당국 발표 뒤에도 2회 사용했고, MBN <뉴스와이드>(9월3일)는 3회 사용했습니다.

언론이 특정 주제나 사안에 대해 알기 쉬운 말로 전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표현이나 단어가 차별적 시선을 담고 있지는 않는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조장하지는 않는지도 두루 살펴야 합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언론이 이러한 의무를 다하는지 꾸준히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17일~9월3일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평일)<아침&매일경제>(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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