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전문 회사가 ´편집´하는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이 내지의 편집을 바꾸기 위해 사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전면과 뒷면 편집은 LG애드에 외주를 맡겨서 이미 새로운 제호와 1면 편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편집 전환은 그 후속 조치입니다.

스포츠서울이 지금과 같은 1면 편집으로 정착되기까지는 사내에서 진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광고전문회사가 신문을 알겠느냐는 막연한 불만에서부터 신문쟁이들의 눈으로 봤을 때도 신문편집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달 초에는 홍디자인에 맡겼던 신문 내지 편집 시연회가 올림픽파크 호텔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홍디자인에서 샘플을 보여주고 취재, 편집, 사진기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면은 스포츠, 연예, 레저 등 섹션별 특징을 살리는 형태로 구성되었고 의견개진도 각 지면별로 이루어졌습니다.

올해 초 1면 편집에 이어 이번에도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스포츠지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면 편집이 신문편집에는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신문을 상상하시면서 읽으시면 편하실 텐데, 먼저 제호 아래에 6단 짜리 단신 상자를 좌우로 배치하고 그 아래에는 8단 기사가 자리하는 형식입니다.


제작기술 발전과 편집기자의 위상

편집기자들이 문제 제기한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신문은 가로 구획보다 세로 구획이 바람직하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상자기사도 세로로 세워야지 가로로 누일 수 없으며, 이럴 경우 사진기사도 제대로 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편집기자들은 스포지의 특성상 독자들의 눈에 띄는 편집을 해야 함에도 편집의 융통성도 없고, 머릿기사가 단신 상자에 짓눌려 그 가치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고 합니다.

신문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간지 편집기자는 점점 소외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들이 편집·조판까지 하는 기사조판 시스템의 도입은 편집기자들의 일을 뺐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된 일은 아니지만 언론에는 ´글 안 쓰는 게 무슨 기자냐´라는 취재기자들의 우월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포츠서울 경영진은 편집기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건방지다"는 투로 받아넘기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심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로는 ´밥값도 제대로 못하는 것들이 불만만 많다´는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스포츠서울의 한 기자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경영진이 신문편집에 대해 너무 모른다. 신문 편집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지 못했다고 질책하면 받겠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의견개진을 하는 목소리를 ´건방지다´는 투로 받아들인다면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 편집기자들이 갈수록 기능인으로 평가받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제가 뭐라고 말할 위치는 아니지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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