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일본 니혼TV 사장은 허위증언에 따른 오보 단 한 건에 책임지고 사퇴했다. 2012년 영국 BBC 사장 조지 엔트위슬은 자사의 정치인 성범죄 관련 오보에 ‘내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명예로운 일’이라며 사퇴했다. 국민이 KBS에 기대하는 게 이런 자세다.”(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2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KBS 검언유착 오보’에 양승동 KBS 사장의 책임을 추궁했다. 이날 국회에 출석한 양 사장은 “저와 KBS 보도본부장이 책임을 통감한다.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S ‘뉴스9’은 지난 7월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자와 검사의 공모 정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고 사과했다.

KBS는 이 전 기자가 지난 4·15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이 이를 독려했다고 보도했지만 이후 공개된 두 사람 면담 녹취 등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검찰이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공소장에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는 적시하지 못하는 등 KBS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졌다.

▲ 양승동 KBS사장. ⓒ이치열 기자
▲ 양승동 KBS사장. ⓒ이치열 기자

황보승희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은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KBS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기사를 녹취록도 없는 상태에서 특정인 제보를 기반으로 보도했다. 이후 결과적으로 오보였다고 사과했다”며 “일선 기자가 혼자 판단하기에는 큰 사안으로 윗선 지시가 있지 않을까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면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중립성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언론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제3자 개입설’, ‘정부와 여권 개입설’ 등을 염두에 둔 질의로 풀이됐다.

이에 양 사장은 “보도 전날에 취재한 내용이 아니고 지난 6월부터 다양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를 계속해왔다. 보도 전날(7월17일)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이 발부됐기 때문에 발생 및 분석 기사의 필요성이 있었다. 18일 오전 발제가 이뤄져 기사가 된 것”이라며 “반론을 듣기 위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기자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도 넣었는데 연락이 없어 기존 입장을 반영해 보도했다고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KBS 기자들이 과도한 자율성을 누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황보 의원 질의에 “데스크인 팀장이 기사가 밋밋하다고 생각했고 욕심을 내면서 오보 사건이 일어났다”며 “보도한 날은 주말이었다. 주말 당직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났다고 판단해 그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황보 의원은 ‘오보’로 사장이 물러났던 해외 언론 사례를 강조했다. 구보 신타로 니혼TV 사장이 2009년 3월 지자체에 대한 거짓 비리 제보를 검증 없이 보도했던 고발 프로그램 오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건과 영국 BBC 사장이 2012년 보수당 거물 정치인을 아동성추행범으로 오인하게 만든 방송에 사퇴로 책임진 일을 상기시킨 것이다.

황보 의원이 “국민이 KBS에 기대하는 것이 이런 자세”라고 지적하자 양 사장은 “주말 당직 시스템 등에 허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에 저와 보도본부장은 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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