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이자 타블로이드판 종이신문 ‘시사주간’ 발행인 김아무개씨가 한 기업에 비판 기사를 쓴다고 압박한 뒤 게재하지 말아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 3000만원을 수수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돈을 장모 명의 계좌로 받은 김씨는 범죄수익 은닉 혐의까지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김세현 판사는 지난달 21일 배임수재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범죄수익 은닉·가장) 혐의가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판결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3월부터 5월23일까지 총 6차례 A건설사 측에 광고 게재를 요구했다. 그러다 5월27일 ‘A사 근로기준법 위반과 허위 분양광고 제보가 있다’며 질의서를 보냈고 당일 A사 관계자를 만나 돈을 요구했다. 

건설사 측이 ‘200~300만원 줄 테니 부정적 기사를 싣지 말라’고 하자 김씨는 ‘우선 3000만원을 주고, 분기별로 300만원씩 주면 싣지 않겠다’고 답했다. A사는 6월13일 김씨의 장모 최아무개씨 명의의 계좌로 30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후인 9월 김씨는 3000만원을 A사 측에 돌려줬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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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을 뿐 부정적 기사를 싣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게 아니다. 광고계약 대가 3000만원은 범죄수익도 아니고 은닉·가장하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김씨의 금전 요구는 카카오톡 메시지 등 증거로 확인됐다. 김씨는 A사 관계자를 직접 만나기 이틀 전 ‘○부장, 할 말도 있고 월요일 27일 소주 한잔하세’라거나 ‘거기 오너 기사 나간다하고 그 시간 보세’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A사 관계자를 직접 만나 3000만원 등을 요구하며 ‘A사에 대해 기사화하면 A사가 힘들어진다. 이 정도 요구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며칠 후 이 A사 관계자가 ‘보고를 올렸는데 금액이 너무 커 (대표가) 고민 중인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김씨는 ‘고민이 긴데, 그럴 사안이 아닌데’라고 답했다. 

A사 관계자가 추후 통화에서 또 금액이 너무 크다고 하자 김씨는 ‘3000만원은 깎을 수 없고, 300만원을 분기별이 아닌 반기별로 달라’고 요구했다. A사 대표는 이후 3000만원을 김씨의 장모 계좌에 송금했다. 

법원은 “시사주간 타블로이드 맨 뒷면 1회 광고료는 500만원이고, 시사주간 홈페이지 상단 1달 광고료가 500만원 등에 불과하다”며 “3000만원은 광고료로 보기에 이례적 고가로 광고료라 보기 어렵다”고 김씨 주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또 “피고인(시사주간 발행인 김씨)은 시사주간 명의 계좌가 있었는데도 굳이 타인(장모) 명의의 계좌를 거치는 방법으로 돈을 입금 받았다”며 “범죄 수익이 피고인에게 귀속되지 않는 외관을 형성해 돈 취득이 장모와 관련된 것처럼 가장했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배임증재미수죄로 집행유예 기간인 점도 선고에 반영됐다. 김씨는 지난 2016년 10월 부정한 청탁을 하며 금전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됐다. 김씨는 그해 5월 IDS홀딩스의 상습사기 사건을 보도하던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에게 광고를 줄 테니 특정 영상 기사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며 500만원 지급을 제안했다. 이에 서울의소리 측은 제안을 거부하고 김씨를 고소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5월 김씨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은 지난해 1월 확정됐다. 

김세현 판사는 “인터넷신문 편집인은 언론 공정성과 객관성에 비춰 청렴성이 더 높게 요구되는데 이를 저버리고 건설업체에 광고료 상당의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면 부정 기사를 낼 것처럼 행동하면서, 기사 게재를 자제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사안으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다만 수사 착수 후 금품을 전부 증재자에게 돌려줬고, 증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은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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