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참 조용합니다. 일선 기자들이야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조민 오보’에 내부 반응을 묻자 한 조선일보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의 책임은 물론이거니와 오보를 걸러내지 못한 데스크 책임론도 불거질 법도 한데, 그것 참 조용하다는 것.

보도 다음날 지면에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던 부끄러운 상황인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반응이다. 조선일보 데스크가 오보를 낸 기자를 크게 질책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 지난달 29일자 조선일보 사과문.
▲ 지난달 29일자 조선일보 사과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복수의 연세대 의료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앞두고 세브란스병원 피부과를 찾아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조민씨 등 당사자에게 사실 확인 절차는 생략된 ‘전언 보도’였다.

조선일보는 다음날인 29일 “이 기사는 사실 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며 “피해를 입은 조민씨와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의혹을 필사적으로 파헤쳤던 논조에 비춰보면 ‘굴욕적 사과’와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8월26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연세대 의료원 고위 관계자와 외부인 등 4명이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조민씨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가 피부과 A교수를 면담했고 그에 따른 의료원 측 고충을 토로하는 대화가 오갔다”는 이야기를 해당 모임 참석자로부터 들었고, 실제로 해당 저녁 모임이 그 식당에서 있었으며 참석자 면면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조민씨나 A교수에게 사실 확인은 거치지 않았다. 전언을 받아쓴 것이다. 조금 더 거칠게 말하면 ‘카더라’를 받아쓴 기사였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조선일보 사과문에 기사 작성 경위는 담겼지만 데스크가 왜 걸러내지 못했는지, 기사 작성과 출고 과정에서 데스크의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등 ‘데스크 이야기’가 빠져 있다. 조선일보 사과문을 수차례 반복해 읽어봐도 궁금증이 쉽게 가시지 않는 이유였다.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조중식 조선일보 사회부장에게 문의했지만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박두식 편집국장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31일 조선일보 기자들과 데스크들을 상대로 한 고소 사실을 알리며 “편집국장 및 사회부장은 언론사 보도 절차상 취재 기자로부터 취재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도를 결정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다”며 “두 사람 역시 최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서울시를 출입하는 조선일보 기자가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실에 몰래 들어가 서류 등을 촬영하다가 발각된 뒤 ‘기자단 제명’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을 때도 데스크 반응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사회부장이었던 조 부장에게 취재 지시가 있던 것인지 등을 물었으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한 부서에서 한 달여 기간 동안 ‘오보’와 ‘기자단 제명’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면 단순히 기자 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터.

조선일보 내부에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괜히 저연차 기자들만 잡지 말라” 등 비판 목소리가 없는 게 아니다. ‘표면적 소수’의 목소리에 답은 언제쯤 내려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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