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소통 성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뉴미디어를 통한 국정 홍보 등이 꼽힌다. 특히 2017년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를 직접 지명해 질문을 받으면서 호평을 받았다. 대통령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기자회견 취지를 살리는 형식이었다.

2015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하기 전 인터넷에서 언론사별 질의 내용이 돌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형식의 변화는 도드라졌다. 최소한 각본 없이 질문을 듣고 답을 말하는 것이 기자회견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아쉬운 건 형식적 변화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 그리고 2018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대통령의 브리핑 약속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의 방법으로 언론과 소통하는 것은 또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을 더 늘려가도록 그렇게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서서 브리핑 형태로 주요 현안에 대해 말한 적이 많지 않다. 취임 당일 국무총리 인사 등을 발표하기 위해 춘추관을 찾은 이후 취임 3주년 특별연설 등을 포함해 대통령 직접 브리핑은 6번에 불과하다. 이제 국민들은 과거처럼 기자들과 각본을 짜 질문하고 답하는 행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눈높이가 높아졌다. 신년 기자회견과 같이 특수한 시기에 맞춰 진행하는 이벤트를 넘어서 뜨겁게 떠오른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시시 때때로 알고 싶어한다. 최근 부동산 문제만 보더라도 대통령 문제의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하지 않을까.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 중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든 기자 중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과)는 ‘부동산 약탈 국가’라는 책에서 지난해 국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대통령 발언에 주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부 정책과 차별성을 강조하고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화고 있다”고 했지만 현재 서울 중위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대통령 발언이 무색해졌다.

강 교수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2020. 1. 7),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집값이 원상 복귀돼야 한다’(2020. 1. 14) 등의 결연한 의지를 공언했음에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으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민을 이해시켜야 할 텐데, 오직 의지의 표현만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논쟁만 불거지고 정치적 공세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만 앞세울 일이 아니다. 대통령 브리핑을 활성화해 소통 의지를 드러내며 집권 후반기를 관리하는 것을 참모들이 검토해봐야 한다. 특히 부동산 문제의 경우 대통령의 해결 의지를 적극 피력해도 모자란 사안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대통령 브리핑의 정기적 개최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자들은 불편한 질문을 던져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답을 끌어내야 한다. 대통령과의 설전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기자들이 의례적으로 질문하고 장관도 형식적 답변에 그치는 게 다반사였던 일본 내각부 관방장관 정례회견이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던 것도 한 기자의 집요한 질문 때문이었다.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 기자는 2017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 학원 스캔들 관련 질문 등을 40분 동안 23번 쏟아냈다. 정부 인사들은 그의 질문을 무시했고, 동료 기자들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급한 현안이 떠오르면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면 기자들이 납득할 때까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 브리핑을 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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