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이 박재동 화백 성폭력 사건 기획미투 의혹을 제기한 보도를 편집국 승인 없이 송고한 강진구 기자에게 정직 1개월을 확정했다.

경향신문은 31일 오후 강 기자에게 인사위원회 재심 결과 정직 1개월 징계를 확정한다고 통보했다. 경향신문이 강 기자에게 보낸 ‘징계 재심의 결과 통보’ 문서를 보면 경향신문 인사위는 “재심 신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원심의 징계 결과를 취소해야 할 증거나 사유가 없었고, 또한 귀하(강 기자)가 원심 징계 취소를 요구할 뿐 징계수위의 경감은 원하지 않아 원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인사위 결과에 따라 강 기자는 오는 9월1일부터 30일까지 정직 처리된다. 경향신문 측은 “정직기간 중 SNS 활동 등으로 인해 회사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도 밝혔다. 재심 징계사유에 대해선 “초심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 12일 강 기자에 대한 초심 인사위에서 강 기자가 △회사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했고 △신문제작과 편집, 기타 업무에 대한 회사의 기존 방침을 침해했고 △회사의 승인 없이 직무와 관련되는 내용에 대해 외부 방송에 출연했고 △정당한 회사명령 불복과 신의와 협력 규정 위반 등의 사규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정직 1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경향신문 마크
▲경향신문 마크

강 기자는 인사위 결과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다. 강 기자는 인사위에서 기사 삭제 지시가 부당하고 외부 활동은 방어권 차원의 정당한 행동이며, 기사 무단 송고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징계사유가 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전략기획실 인사팀은 이날 오후 강 기자에게 인사위 결과를 통보한 뒤 사내 공지를 통해서도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온라인 기사 관련해 상기(정직 1개월)와 같이 징계한다”고 밝혔다. 

박재동씨에 의한 성추행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 A씨는 “강진구 경향신문 기자 징계 재심 기각을 환영한다. 성폭력 피해를 기사화하는 부분에 있어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경향신문이 앞으로도 계속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같은 맥락에서 징계에도 불구하고 강 기자의 추가 발언으로 인한 2차 피해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어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징계 체계가 검토됐으면 한다”고도 했다.

강 기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사위원으로 참여한 이사 3인을 향해 “기사 삭제 이후 지난 한 달 동안 후배권력과 저 사이에서 마음고생 하셨을 세 분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는 바”라며 “하지만 정직 기간 중 SNS 등 외부활동 등으로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시키지 말라는 말씀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강 기자는 “사실보도와 공정보도의 사명, 언론자유가 침해당했을 경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라는 경향신문 윤리강령이 내겐 훨씬 더 복종해야 할 가치가 있는 규범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기자는 지난달 29일 새벽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성희롱 사건에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단독’을 달아 노출했다. 강 기자는 편집국 보고나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경향신문 측이 4시간여 뒤 기사를 삭제했지만 보도 내용은 다른 매체와 유튜브, 블로그 등에 퍼졌다. 해당 기사는 부실 취재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경향신문 성범죄준칙 위반 등으로 편집국 안팎의 비판을 받았다. 강 기자는 SNS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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