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2017년 발생한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의 현지 직원 성추행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만 사과하고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개업의들이 지난 26일부터 집단휴진에 돌입한 것 역시 대다수 매체가 비판했다.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업무 개시명령까지 무시하며 환자들 불편이 커져서다. 일부 신문에선 의료계보다 정부 책임이 더 크다는 논조를 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피소된지 50일이 흘렀다. 한겨레는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를 인터뷰해 권력층의 성범죄 관련 내용을 다뤘다. 경향신문은 ‘피해자·가해자·조력자의 세계’란 이름으로 성범죄 관련 기획기사를 다뤘다. 

▲ 27일 경향신문 만평
▲ 27일 경향신문 만평

 

다음은 27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계 총파업 강행”
국민일보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정부·의료계 치킨게임”
동아일보 “의협, 2차 파업 강행 정부 ‘면허취소’ 압박”
서울신문 “엿가락처럼 휜 ‘도로 분리대’”
세계일보 “업무개시명령에…의협 ‘불이익 시 무기한 파업’”
조선일보 “인천 64·광주 33명 최다 확진…국회도 폐쇄”
중앙일보 “정부·의협 강대강 충돌 출구 없는 의사 총파업”
한겨레 “합의안 걷어차고 끝내 집단휴진”
한국일보 “국회도 셧다운”

가해자 옹호 강경화 “피해자에 사과해야”

경향신문은 사설 “강경화 외교장관의 엉뚱한 주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과”에서 “강 장관이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은 데 나름 이유는 있어 보인다. 가해 외교관을 송환하고 면책특권까지 포기하라는 뉴질랜드 당국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 같다”며 “뉴질랜드 총리가 사전 조율없이 정상 간 통화에서 사건을 언급한 것도 외교 결례로 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신문은 “뉴질랜드 당국의 처사가 과하다고 해도 그것이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며 “성범죄 대응에서 ‘피해자 중심주의’는 현 정부 기조이자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가 양국을 넘어 세계적 뉴스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이라며 “당장 피해자와 뉴질랜드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의 칼럼 ‘강경화의 우선순위’에서 문 대통령과 국민에게만 죄송하다고 한 것을 두고 “그 발언은 그 자체로 외교적 언사가 아닌 데다 성추행이라는 사안의 본질보다 변죽에 더 신경쓰는 모습으로 비쳤다”고 비판했고, 원재연 세계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이상한 장관들’에서 “외교관계를 우선해야 할 외교부 장관이 청와대만 바라보는 게 적절한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에게 사과하는 장관’이란 칼럼에서 “외교부의 잇단 의전사고에도 장관을 계속 신임하는 것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국일보 이날 보도를 보면 외교부는 뉴질랜드 성추행 피해자와 직접 대화해 사인간의 중재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 27일 한겨레 만평
▲ 27일 한겨레 만평

 

조선·동아, 의사 집단휴진 ‘정부 탓’ 

의협이 지난 26일부터 사흘간 2차 집단휴진에 들어가면서 실제 종합병원에선 전공의 부족으로 수술 등에 차질이 빚어지는 의료공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와 의협이 협상 끝에 ‘코로나가 안정될 때까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중단하고 의료계도 일터로 돌아간다’는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반대하면서 합의를 뒤엎은 것도 의사들 휴진에 비판 여론을 키운 요인이다. 

온도 차는 있지만 경향신문·국민일보·세계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의료계 집단휴진을 비판하며 현장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특히 한겨레는 1면 톱기사 제목을 “합의안 걷어차고 끝내 집단휴진”으로 뽑으며 의사들의 합의파기를 비판했고 사설에서는 합의를 깨고 휴진을 강행한 것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사설 “코로나 와중에 의대 증원 평지풍파 일으켜야만 했나”에서 “정부가 이 와중에 의사들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의대 증원 방침을 밝혔다”며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 추진할 수는 없었나”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 의사들을 공격하는 것은 ‘환자 대 의사’로 갈라쳐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계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27일 조선일보 사설
▲ 27일 조선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 “코로나 위기 외면한 정부-의협 힘대결, 모두 패자다”에서 정부와 의협 대립에서 피해는 국민이 본다며 양비론을 펴는 듯 하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1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공공의대 설립 등이 아무리 시급해도 관련 이해단체들과 대화와 협상, 공청회 등 절차는 충분히 밟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의사들이라고 다 같은 목소리를 낸 건 아니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어느 전공의’라는 이름의 공동 페이스북 계정 등에서 집단휴진에 반대하는 의사들 의견이 올라왔다. 해당 계정 공동운영자는 “전공의들 사이에선 단체행동을 통해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생각과 결집하지 않으면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겹쳐서 다 같이 사직서를 쓰는 분위기”라며 “사직서를 안 쓰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올렸다. 

해당 운영자는 현재 의사단체들이 ‘의-정 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데 여기엔 시민과 환자도 포함해야 한다고도 주장하며 “의사라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권위의식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원순 피소 50일 한겨레·경향 성범죄 기획

한겨레 인터뷰를 보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지원단체로 나선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변호인단은 매일 회의를 하며 ‘피의자 없는 싸움’을 이어가며 이번 사건을 백서로 남기는 준비도 하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아직도 뿌리깊다는 점을 다시금 자각했다”고 돌아보면서도 “사건 이후 3000명 이상이 응원 메시지를 보냈고 피해자 지원단체에 후원이 끊겼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지지를 표현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 소장은 “다른 당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어도 정부가 이렇게 대처했을까 의무심이 든다”며 “이런 사건이 공권력을 통해 제대로 처리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자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진상규명이 안 된 채 제도만 만드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라며 “성희롱 예방교육 등 기존에 구축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입체적인 상황을 이해받는 가해자와 피해자다움을 강요받는 피해자에 대해 다뤘다. 다음 기획기사에서는 조력자에 대해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미디어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함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 전 시장 사건 관련 주요일간지 보도의 키워드를 분석해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시선을 분석했다. 

▲ 27일자 경향신문 기획기사
▲ 27일자 경향신문 기획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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