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플러스가 ‘단역배우 두 자매 자살 사건’으로 알려진 보조출연자 집단 성추행·성폭행 사건 가해 연루자 측과 앞으로 어떤 사업 계약도 맺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보조출연 반장으로 한 가해자가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뒤따른 재발방지책이다.

MBC플러스는 최근 이 사건 피해 유족인 장연록씨를 만나 “피해자 측 문제제기를 깊이 이해하고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MBC 플러스) 업무에서 배제하고, 업무상 계약도 맺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연달아 목숨을 잃은 고 양소라·양소정씨의 어머니다.

▲MBC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시청자게시판 갈무리
▲MBC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시청자게시판 갈무리

 

고 양소라씨는 2004년 8월 단역배우(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다른 보조출연자 및 보조출연 관리자 등 12명으로부터 성추행·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사건을 조사한 경찰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2008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에게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던 동생 양소정씨는 죄책감과 그리움에 시달리다 6일 후 세상을 등졌다.

두 달 뒤엔 이들의 아버지가 평소 앓던 지병이 급격히 악화돼 숨졌다. 어머니 장씨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가해자들의 진심어린 사과와 처벌,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1인 시위 등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논란은 가해자 A씨가 이달 초 시작한 MBC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의 보조출연 반장으로 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불거졌다. 드라마 시청자게시판엔 지난 20일부터 ‘어떻게 성폭행범과 일을 하느냐’거나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는 항의가 170개 넘게 게시됐다. 장씨도 “이런 살인자한테 캐스팅 일을 맡겨야만 하느냐? 많이 슬프다”는 내용의 글을 십수 개 올렸다. MBC에브리원은 MBC플러스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고 양소라·양소정씨 11주기 추모제 관련 사진. 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고 양소라·양소정씨 11주기 추모제 관련 사진. 출처=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MBC플러스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논란 후 진상을 확인했고, 드라마 외주제작사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관련 보조출연 용역 업체와 계약을 해서 발생한 일”이라며 “A씨는 이미 업무에서 배제됐고, 드라마 제작사도 해당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복귀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 3사는 2013년 ‘이 사건에 연루된 기획사 반장들의 퇴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차례 밝힌 적이 있다. 장씨도 수년 전부터 ‘이 사건 관련자 보조출연업계 영구 퇴출 요청’ 공문을 KBS 등 주요 방송사에 여러 차례 보냈다. 장씨는 이러는 동안에도 가해자들이 보조출연자로 일하는 사례를 5번이나 봤다. 아직 실효성있는 조치를 보여 준 방송사도 없다.

지난 7월엔 가해자들이 보조출연 업계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 접수됐다. 성상민 한빛센터 정책차장은 이번 MBC플러스 방침에 “이번 건에 국한하면 다행일 수 있지만,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 종사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지침은 여전히 없다. 또 MBC플러스는 방침을 공표하지 않고 피해자에게만 밝혔다”며 “사실 피해자 어머니가 10년 넘게 싸워서 들은 결과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MBC플러스를 넘어 다른 방송사들도 이같은 입장을 밝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한빛센터는 오는 9월3일 고 양소라·양소정씨의 11주기 추모제를 연다. 추모제는 3일 오전 11시30분 파주 용미리 추모의 숲에서 열린다. 한빛센터는 보조출연자 노동환경 개선과 이 사건 가해자에 범죄 책임을 묻는 싸움을 장씨와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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