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해 전월세 인상률의 상한선을 5%로 정했습니다. 과거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임대료 상한 규제가 강화될 때도 주택임대차법의 임차인 보호 조항이 약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고, 2016년에 발의된 주택임대차법 개정안 상당수가 전월세 인상률 상한을 5%로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을 정도로 전월세 인상률 상한은 오래된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끊임없이 이 법안을 문제삼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조선일보는 ‘집주인이 집세를 올리면 세입자가 의무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조항이 없어 개정 임대차법이 ‘졸속 입법’이라는 주장을 담은 기사를 내놓았습니다.

집세 인상 요구, 세입자는 무조건 받아들여라?

조선일보는 <전월세 상한법 아닌 동결법… 입법사고 낸 여>(8월25일 김경필·성유진 기자)에서 이번 임대차법 개정안이 ‘입법 사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고’는 민주당과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의 갱신 청구에 따라 계약을 맺을 때 임대료를 최대 5%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세입자가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조문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졌다”며, “민주당은 이렇게 급조한 대안을 당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2시간만에 일방 처리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도 전날 <세입자 동의 없인 전월세 사실상 못 올려… 법적 다툼 불가피>(8월24일 강진구 기자)에서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지만, 앞으로 관련 소송이 증가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을 뿐 법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입법사고’라고 주장하는 8월25일 조선일보 기사
▲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이 ‘입법사고’라고 주장하는 8월25일 조선일보 기사

그러나 위와 같은 논리는 중요한 질문을 생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왜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세입자가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가?’입니다. 임대도 자유 계약이므로, 원래는 ‘자유 시장 원리’에 따라 임차인과 임대인이 협상해서 임대료를 정해야 합니다. 즉, 임차인과 임대인의 힘이 서로 대등하다면 임대차보호법이 없어도 원래 양측의 동의 없이는 계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대인이 가격을 정하는 데 상대적으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계약 관계에서 임차인을 더 보호하는 것이 임대차보호법입니다. 이런 취지를 가지고 있는 임대차보호법에 세입자가 아무리 작은 범위라도 무조건 집세 인상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조항이 있어야만 하고, 그런 조항이 없으면 ‘입법을 잘못한 것’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입니다. 게다가 해당 임대차법 조항의 정확한 명칭은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입니다. 증액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감액을 요구할 수도 있는 권리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감액청구권에는 관심이 없고 이 조항을 “집주인의 전·월세 인상권”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어떤 시각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줍니다. 이런 기사가 8월 25일 오전 11시 기준 네이버 포털 정치 기사 2위를 차지했습니다.

상가임대차법에도 같은 조항 있지만 임대료 동결된 적 없어

다른 법률 조항을 봐도, ‘세입자가 집세 인상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고 해서 “전월세 상한법이 아닌 동결법”이 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주택임대차법과 취지가 같은 상가임대차법 제11조에도 ‘차임 등의 증감청구권’이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법과 내용 뿐 아니라 이름까지 같은 조항입니다. 이 조항은 2001년 법 제정 때부터 있었지만,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가임대차법에는 상가임차인이 임대료 인상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조항이 생기지 않았고, 상가임대료도 동결되지 않고 꾸준히 올라 임차인들이 삶의 터전을 잃는 등 사회문제를 불러왔습니다.

한국 법이 상당부분 참조하고 있는 일본의 차지차가법 제32조(2017년 기준)에도 똑같이 ‘차임증감청구권’이 있습니다. 이 법에는 ‘당사자 간 협의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나 한국일보의 기사 내용처럼 무조건 세입자가 증액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일본 차지차가법은 당사자 간 합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재판이 확정될 때 까지는 증액/감액 청구를 받은 쪽이 상당하다고 생각하는 액수를 우선 지불’하고, ‘재판이 확정된 경우 이미 지불한 액수가 부족하거나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연 10%의 이자를 붙여 반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3~25일 동아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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