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김경록PB 인터뷰’를 놓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당시 KBS 법조팀이 ‘설전’을 벌였다. 조 전 장관은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소송상황을 알리고 특정 언론보도를 비판하는 등 여론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 설전의 시작도 조국 전 장관의 8월23일자 페이스북이었다. 조 전 장관은 ‘검언유착의 데쟈뷰-채널A 이동재 기자에 의한 ‘유시민 사냥’의 전사(前史)’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지난 20일 김경록씨의 법정 증인신문 내용 중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김씨 발언이라며 일부를 옮겼다. “(정경심 교수 기소 이후) 오래 알고 지낸 KBS 기자를 만났더니 한동훈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 이야기를 하며, ‘그 사람이 너의 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씨는 “검찰이 면담이나 조사 과정에서 ‘증인을 기소하지 않겠다’는 말을 혹시 한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가면 우리는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이런 말은 들었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이어 2019년 10월8일 공개된 김경록PB의 ‘알릴레오’ 인터뷰를 꺼냈다. 김씨에 따르면 그 무렵 KBS 법조팀장은 “본인과 3차장 검사(송경호)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사람이 너의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영장을 만지작거린다는 소리까지 있더라. 본인이 3차장 검사와 매우 친하니 네가 (우리와)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선처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KBS 법조팀장은 송경호를, KBS 기자는 한동훈을 언급하면서 김경록 PB를 압박했다는 것”이라고 정리하며 지금은 해체된 당시 KBS 법조팀과 검찰을 향해 “당시 KBS 법조팀이 한동훈 또는 송경호와 ‘합작’해 ‘조국 사냥’에 나섰던 것 아닌가? 채널A 이동재 기자가 벌인 ‘유시민 사냥’은 그 이전에도 등장인물만 바꾸어 진행되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정을 향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법정을 향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당시 KBS법조팀 “취재진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

이에 당시 KBS 법조팀이 24일 사내에 입장문을 내고 조 전 장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협박취재 등에 따른 강요미수로 구속상태인 채널A 기자와 같은 수준으로 명명한 셈이어서 반박은 불가피했다. 이들은 “기자 생활 내내 어느 정권이든 간에 권력의 부패와 부당한 압력에 최선을 다해 저항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사실과 다른 김경록 PB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확인됐다’고 명시하는 방식으로 KBS 취재진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김씨의 알릴레오 인터뷰와 관련, “KBS 법조팀장은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으며 “(KBS 법조팀은) 검찰과의 친분을 내세워 인터뷰를 강요한 적도 없으며 한동훈 검사장이나 송경호 검사를 지칭하면서 그들이 엄하게 본다 말한 적도 없고, 그들에게 부탁해 인터뷰하면 선처해줄 것이라는 약속한 바도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김씨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  
 
이들은 “당시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한 배경에 김PB와 실행한 ‘PC 반출’이 있었으며, 이 같은 행위는 정 교수 본인 구속 사유까지 될 만큼 중하다는 기사가 나오던 때였다”며 “(학교) 후배이기도 한 김PB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엄중한 상황’이라는 검찰 수사의 객관적인 상황을 전해줬을 뿐”이라며 당시 법조팀장 발언의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KBS 법조팀장은 두 검사와 당시 만남은커녕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한 “조 전 장관 인용대로 김PB는 법조팀장이 송 차장검사와 유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이른바 채널A 사건 뒤 재판 증인으로 나와서는 송경호 차장검사에서 한동훈 검사장으로 말을 바꾸는 등 일관되지 못한 주장을 펴고 있다”며 증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7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질문 내용·형식·순서가 KBS 9월10일 인터뷰와 너무 일치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억측”이라고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당시 KBS 김경록 인터뷰에 대해) ‘주의’라는 최종조치를 내린 이유 가운데 검언유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방심위는) 앵커가 김PB를 ‘정경심의 자산관리인’이 아닌 ‘조국의 자산관리인’으로 잘못 말했다는 이유 등을 주로 문제 삼았다”고 전하며 “조 전 장관은 김 PB의 말을 토대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관련 기사와 방심위 결정문을 확인하라”고 밝혔다. 

▲KBS.
▲KBS.

이런 가운데 당시 KBS법조팀은 입장문을 통해 “조 전 장관은 청문회 과정 등에서 ‘5촌 조카가 코링크PE에 개입하지도 않았다’고 직접 말하기도,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KBS가 만난 김경록PB는 이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더구나 이후 재판에서 5촌 조카는 사실상 자산운용의 책임자로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 공직자 후보로서 청문회와 기자간담회에서 왜 거짓말했는지 해명하라고 했다. 

 

조국 “나는 김경록 진술 더 믿는다…내 주장 명예훼손 아냐”

그러자 조 전 장관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재반박에 나섰다. 조 전 장관은 “대학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의 말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의 문제다. 나는 검찰로부터의 위험을 감수하고 ‘알릴레오’ 인터뷰를 한 김PB의 진술, 법정 선서한 김 PB의 진술을 더 믿는다”고 밝혔으며 김씨 주장이 일관되지 못하다는 주장에는 “김PB에게 따져야 할 것”이라면서 “김PB에게 법조팀장이 두 사람 이름을 모두 말했고, (김씨가) 알릴레오와 법정에서 하나씩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KBS취재진에 대한 명예훼손” 주장에 대해선 “저는 김PB의 발언이 더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인터뷰와 법정 증언이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 이에 따라 발언하는 것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KBS ‘저널리즘 토크쇼J’에서 다룬 김PB 인터뷰의 문제점도 살펴보라”며 ‘KBS가 마음대로 갖다 붙인 김경록PB 멘트, 원래 맥락은?’이란 제목의 KBS 링크를 공유했다. 사내에서 제기된 비판부터 수용하고 반성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본인이 코링크PE와 관련해 거짓말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거짓말은 사실을 알면서 속이는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기자간담회 자리 등에서 밝혔듯이 사모펀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당시) 청문회 준비를 하면서 코링크에 문의한 후 받은 답변을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5촌 조카가 개입한 것이 밝혀졌고, 이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지만, 당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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