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후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논객 진중권씨를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초대해 대담한 이후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과거 안 대표를 비판했던 진씨가 최근 국민의당과 접촉을 늘리는 것도 관전 포인트지만 안 대표와 국민의당 자력이 아닌 진씨와 유튜브 방송 덕분에 주요 스피커로 부상한 것은 역설적으로 안 대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1대 총선에서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비례대표로 3석을 얻으며 존재감을 잃었다. 안 대표는 선거 운동기간 동안 민심을 듣겠다는 콘셉트로 국토종주 달리기를 했지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공당의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에 왜 달리는지 공감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안 대표나 국민의당 의원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1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나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단일화 국면,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한때 양강구도를 만들었던 전력과 비교하면 정치적으로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과거 이력에 힘입어 최근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군,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은 되지만 최근 주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한자리수 지지율에 머무는 등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논객 진중권씨(왼쪽). 사진=유튜브 안철수 갈무리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논객 진중권씨(왼쪽). 사진=유튜브 '안철수' 갈무리

 

지난 17일 진씨는 안 대표와 유튜브 ‘안철수’ 채널에 출연했다. 진씨 출연 전 ‘안철수’ 채널 영상들은 보통 수천에서 수만뷰 수준이었지만 이날 진씨가 출연한 영상은 25일 오후 현재 조회수 60만뷰를 넘었다. 이 대담에서 진씨는 안 대표와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대통령 지지자들의 문자공격 등에 대해 말했다.
  
영상에서 안 대표는 “국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나라를 정신분열적 상황으로 몰고 갈수 있다”고 했고, 진씨는 “대깨문(대통령 열성 지지세력)들의 유사 파시즘을 ‘양념’이라고 하는 대통령이 문제”라며 “노비들이 주인 마님을 위하는 현상이 발생했는데 민주주의 원칙이 뒤집힌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8일 조선일보에는 안 대표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안 대표는 조선일보에 “문 대통령과 친문 주류 세력들은 골수 지지층을 노예처럼 부리면서 상대 진영 압박에 이용하고 ‘양념’ 등의 표현으로 미화하며 이들을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며 “국가 운영의 모든 판단 기준이 ‘우리 편이냐 아니냐’이기 때문에 조폭 정권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씨가 영상에서 했던 말과 비슷했다.

▲ 지난 18일자 조선일보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 기사
▲ 지난 18일자 조선일보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인터뷰 기사

 

지난 23일 진씨와 안 대표는 두 번째 유튜브 영상 ‘안철수·진중권의 철권토크 2편’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등과 관련 여권 인사들의 젠더 의식을 비판했다. 해당 영상은 25일 오후 현재 조회수 61만뷰를 넘겼다. 

지난 1일부터 25일까지 주요 종합일간지 6개(경향신문·동아일보·문화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에서 안 대표의 인터뷰나 안 대표의 발언이 기사의 주요내용으로 실린 기사(단순 이름언급이나 여론조사 기사 제외)를 살펴본 결과 안 대표 등장한 기사는 총 5건이었다. 정부 비판 취지의 조선일보 지난 11일자 “與 4차 추경 추진, 안철수 ‘펑펑 쓰더니’”란 기사를 제외하면 진씨가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이후에 나온 기사다. 

25일자 경향신문 “이재명·안철수 ‘2차 지원금’ 논쟁” 기사를 보면 유튜브 영상과 무관하게 안 대표가 정치권 주요 스피커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씨와 두 번째 대담 영상이 올라간 지난 23일부터 포털에서 안 대표 메시지를 기사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정부 비판 메시지 뿐이다. 최근 발언을 보면 원내정당 대표의 표현치고 다소 원색적 표현이 많았다. 정부를 향해 ‘조폭’, ‘정신분열적’ 등의 단어를, 지지자들을 향해 ‘노예’ 등의 용어를 썼다. 지난 24일 안 대표는 정부의 의료체계 개편에 대해 비판한 내용의 기사 제목들을 보면 “안철수 ‘의사파업, 文정부가 전쟁나간 장수들에 짱돌 던져’”(조선일보), 의사 안철수의 분노…“정부, 장수 뒤에서 짱돌 던져”(국민일보) 등으로 자극적인 표현으로 소비됐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유튜브 '안철수' 갈무리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유튜브 '안철수' 갈무리

 

진씨와 대담과 높은 발언 수위로 이슈몰이에 성공했지만 지지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진씨의 유튜브 출연 이후에도 주요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 지지율은 여전히 5%를 밑돌고 있다. 

일단 진영 내에서 국민의당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다. 통합당이 소위 ‘중도확장’ 전략에 성공하면서 진영 내 대안세력의 필요성이 줄었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 비판 메시지 말고는 국민의당만의 전략이나 정책비전을 찾기 어렵다. 

이는 안 대표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원수 6명인 정의당, 각각 의원이 1명인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등 여타 소수정당과 비교할 때 3명의 국민의당 의원들의 활동 소식은 언론에서 찾기 어렵다. 몇몇 언론보도도 통합당과의 관계, 안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 등을 국민의당 의원이 말한 내용을 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진씨를 비롯해 정부를 비판해줄 사람은 많다. 원내정당의 대표가 논객 수준의 정부 비판 메시지만 내놓을 경우 일시적으로 이목을 끌 순 있겠지만 유권자들이 서울시정을 책임질 후보 내지 수권정당 선택지에 안 대표와 국민의당을 함께 놓긴 어렵다. 또한 안 대표가 내놓는 정부 비판 목소리는 통합당 대변인들이 내놓는 논평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수정당으로 국민의당의 역할은 거대 양당이 외면한 목소리를 담아 국회 안으로 가져오는 일이다. 국민의당만의 콘텐츠를 내놓지 못할 경우 진씨와 유튜브 대담 효과는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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