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 현실 될까?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대한감염학회 등 10개 단체가 “거리두기 2단계로는 현재의 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라며 “당장 거리두기 3단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같은 날 정은경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3단계 상황과 관련해 위험도, 필요성, 시기를 매일 검토하고 있다”며 “도입 시기를 놓치지 않게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단계는 사실상 모든 일상활동의 정지를 뜻한다. 10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고 카페, 학원 등 시설 운영이 중단된다.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기업에도 재택근무가 권고된다. 사실상 ‘록다운’에 준하는 조치다. 

▲ 25일 한국일보 기사.
▲ 25일 한국일보 기사.

25일 다수 아침신문들은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방역을 위해 3단계 격상이 필요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3단계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 주장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사회경제적 여파를 고려해 3단계 격상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일반 국민의 입장도 엇갈린다”고 했다. 한겨레는 1면 “3단계 격상 열쇠 쥔 생활방역위 ‘당장시행’ - ‘신중해야’ 찬반 팽팽” 기사를 내고 생활방역위에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고 했다. 

‘2.5’ 단계를 대책으로 제시한 언론도 있다. 한국일보는 “진정세 대폭발 ‘어디로’ 운명의 1주일” 기사에서 “2.5단계에 준하는 수준으로 방역을 강화하되 현재 바이러스 확산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카페나 식당 등에 대한 강력한 방역 수칙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2단계는 취약하고 3단계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시행해 본 적이 없는 조치”라며 “중간 단계를 택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예를 들어 사설업체 영업정지 대신 입장객 수 제한 같은 중간 강도의 탄력적 방안이 가능하다고 했다.

보수신문 ‘정부무능’ ‘정치공세’ ‘프레임 부각

보수신문은 현 상황을 진단하며 정부가 ‘무능’하다는 점을 함께 부각했다. 정부가 신중하게 3단계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 대해 조선일보는 1면 “경제와 방역 사이... 국민만 쳐다보는 정부” 기사를 내고 정부가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부터 해이해진 방역 긴장감을 바짝 조이고 빈틈을 찾아 메워가지 않으면 국민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고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코로나 장기전에서 이길 수 없다”며 정부의 방역 대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25일 조선일보 기사.
▲ 25일 조선일보 기사.

보수신문들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여당의 대응이 ‘정치공세’라고 규정하는 기사도 잇달아 냈다. 동아일보는 “코로나 위기마저 정치공세 도구로 삼을 건가” 사설을 내고 “집권세력이 민관 방역 역량을 결집하기는커녕 편을 가르는 방역정치에 몰입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코로나 정치 중단하고 코로나 방역 집중해야” 사설을 통해 ‘코로나 정치’를 비판했다.

이들 신문은 미래통합당과 전광훈 목사측을 밀접하다고 보는 인식에 반발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전 목사측을 통합당과 엮으려는 주장도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당답지 못한 태도”라며 “김종인 위원장 체제는 일찌감치 전 목사측과 선을 그었다”고 했다. 중앙일보 역시 “통합당은 이미 공개적으로 광화문 집회 세력과 선을 그었고 집회 참가자들의 검진을 촉구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태극기엔 정치공세, 민주노총은 봐주기?

보수신문은 정치공세 프레임의 일환으로 민주노총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8월15일 광화문 집회 당시 참가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도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보도다. 비판의 화살은 “‘민주노총’을 봐준 편향적인 정부”라는 프레임으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민노총은 집회가 금지되자 기자회견으로 신고한 뒤 2000여명 규모의 노동자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노래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란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다는 이유로 경찰과 보건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여권은)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2차 확산의 정부 책임을 숨긴 채 코로나 정치에만 여념이 없다”고 했다. 사설 제목은 “문 ‘모여 선동하고 힘자랑 말라’, 민노총에 먼저 말해야”다.

▲ 25일 보수신문의 민주노총 관련 기사.
▲ 25일 보수신문의 민주노총 관련 기사.

조선일보는 1면 “민노총 집회 확진자를 광화문 집회자로 발표” 기사를 통해 “(확진자가 참여한 집회를) 둔갑시켜 발표했다”며 의도적인 조작처럼 다뤘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4면 “민노총 집회 확진자 집회 후 여러곳 다녀” 기사에서 “정부가 보수성향의 광화문 집회만 표적 삼아 코로나 확산 책임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도 “보수단체에는 의무적인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민노총에는 강제적인 검사 명령을 내리지 않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만 표적으로 삼고 민주노총에는 봐주기를 한 걸까? 정은경 본부장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노총 확진자로 인한 추가적인 노출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하면 유사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방역 조치의 관건은 ‘노출 위험도’에 있다. 보수 집회의 경우 교회 중심의 집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주축인 집회가 열려 위험도가 높았다. 보수집회 현장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음식을 나눠먹는 모습,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침을 뱉는 모습까지 포착된 반면 민주노총 집회(기자회견)에선 보수신문도 율동을 췄다는 점 외에 이렇다 할 문제를 지적하지 못했다. 

당사자의 대응 방식도 다르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이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모습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은 24일 입장을 내고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등에 적극 협조할 것과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극복에 모든 역할과 역량을 투여할 것을 거듭 밝힌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현장에서 집단 행동에 나선 점에 대해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정부 방역 조치 역시 여러 면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와 ‘민주노총 기자회견’을 똑같이 취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같은 취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편향적인 대응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민의 역할

진보 성향 신문은 상대적으로 ‘정부 비판’보다는 ‘시민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한겨레는 1면에 마스크를 쓴 시민의 모습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구성한 사진 기사를 냈다. 기사 제목은 “모두를 지키는 일상의 백신... 이제 의무입니다”로 “우리의 일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개인 방역 등에 힘쓰는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코로나 대유행 이번주가 중대 고비, 시민 협력 절실하다” 사설을 내고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수칙 준수만으로 자신과 이웃을 지키고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거리두기가 3단계로 강화될지 여부는 오로지 시민들에게 달렸다”고 했다. 

▲ 25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25일 한겨레 1면 사진기사.

한국일보는 “야외에서 잠깐인데.. 여전한 턱스크족” 기사를 내고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시민들을 지적했다. “서울시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긴급 조치에 들어갔지만, 당장 정책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웠다”며 턱에 마스크를 걸치는 턱스크를 한 시민들, 식당 카페서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는 모습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일보는 사무실 등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확진자 폭증하는데 병상 확보 안이한 것아닌가”를 통해 정부의 병상 확보 미흡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시민이 먼저 3단계 거리두기 나설 때다”사설도 냈다. 한국일보는 “시민이 먼저 선제적이고 자발적으로 3단계에 준하는 생활방역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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