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공익 저널리즘 구하기
공익 저널리즘 구하기
[진민정 칼럼] 

저널리즘 물적 토대가 무너진 시대에 과연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는 저널리즘이 가능할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익 저널리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구글과 같은 거대 플랫폼들이 과거 언론이 누렸던 대중의 관심과 광고수익을 앗아가면서 서구 언론은 재정적 허약함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퀄리티 저널리즘 실종 현상으로 이어졌다. 

저널리스트 감소도 심각하다 보니 많은 지역 매체에서 피고용형태가 아닌 계약직,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아울러 정보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조하는 회사와의 하도급 계약이 확산하고 있고, 탐사보도나 르포기사 대신 통신사 기사, 보도 자료처럼 뉴스 가치가 그리 크지 않는 정보들로 지면을 채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부상하고 있는 것이 ‘공익 저널리즘’에 대한 지원이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 뉴스 정보 퀄리티와 다원주의를 위해 미디어를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저널리스트 수의 감소를 막고, 뉴스 기사 질을 개선하고, 공익 저널리즘과 민주주의 사이 관계를 재건하기 위한 새 아이디어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호주에서는 ‘공익저널리즘 위원회’가 설립됐고 영국에서는 공익 언론을 자선단체처럼 후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2019년 캐나다에서는 언론사에 기부자들 세금 공제를 위한 자격 등록을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언론지원의 불모지였던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도 정부나 민간 재단을 통한 지원 등 언론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 규모가 가장 큰 프랑스에서는 이런 논의가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 프랑스의 신문에 관한 공적 지원 규모는 한 해 18억 유로(약 2조53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영방송 및 뉴스통신사 지원금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매년 총 60억 유로(약 8조4340억원)가 넘는다. 국민 한 사람당 약 90유로(약 12만6500원)를 뉴스매체 지원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론지원에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 시스템이 정치 권력에 대한 언론의 독립성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은 특히 2018년 말 발생한 노란조끼 시위 이후 일반 대중들 사이에 거세게 일어났다. 그러나 언론정책 전문가들의 가장 큰 비판은 이런 지원이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그르노블 시앙스포의 교수 질 바스탱, ‘미디어 구하기’의 저자 줄리아 카제, 미디어 사회학자 장-마리 사롱 등이 그런 사례다. 

관련 주제에 각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조금 상이하지만 이들의 언론지원 제도 개혁 방향성은 상당히 유사하다. 즉, 모든 언론에 대한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공동체에 유용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뉴스룸에 도움을 주되, 국가가 매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에게 선택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바로 그것이 공익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하고 저널리즘 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쉽진 않겠지만 우리 언론지원 역시 그렇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 공동의 위협인 코로나19나 기후위기 보도에서조차 사라지지 않는 언론의 정파성, 뉴스소비자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언론인 전문성 등으로 인해 언론 불신이 정점에 달한 시대, 상업성이나 정파성이 아니라 진짜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언론의 등장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는다면 언론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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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8-31 13:55:31
"즉, 모든 언론에 대한 보편적 지원이 아니라 ‘공동체에 유용한 저널리즘’을 실천하는 뉴스룸에 도움을 주되, 국가가 매체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에게 선택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바로 그것이 공익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언론을 재정적 위기에서 구하고 저널리즘 질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정보와 회계의 투명성, 공공성. 그리고 퇴사 후 언론정보를 이용해 다른 회사 임원으로 취직제한(2~3년). 언론인은 사회적 공기(핵심)다. 이들이 잘못되면, 괴벨스는 언제든지 탄생할 수 있다. 충분한 보수와 언론인이 유혹에 쉽게 빠지지 않도록, 노후 보장 프로그램도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