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월14일부터 21일까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보수언론은 연일 정부 책임론을 내놓고 있습니다. 교회 소규모 모임 금지 해제가 일렀고, 외식·숙박 지원쿠폰 지원 등 방역체계를 느슨하게 했다는 지적인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전광훈 목사가 설립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8월20일 기준 700명을 넘어섰고, 해당 교회 신도가 다수 참여한 걸로 보이는 광복절 광화문집회가 전국적 집단감염 확산 고리가 되는 데 보수언론이 주요한 역할을 한 사실을 감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회홍보’ 책임 피할 수 없다

▲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및 2개 경제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 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7월15일부터 8월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및 2개 경제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 건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광복절 집회가 열리기 한 달 전인 7월15일부터 집회당일 8월15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5개(7월21일~8월15일), 동아일보는 11개(7월28일~8월15일), 중앙일보는 10개(7월28일~8월14일)의 광고를 각각 실었습니다. ‘조중동’ 3개 신문이 한 달간 모두 36회 광고를 실었으며 경향신문과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국일보, 한겨레에는 없었습니다. 사랑제일교회 방문자 중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인 8월3일에도 ‘조중동’은 집회 광고를 실었고, 사랑제일교회 교인 2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날과 서울시가 사랑제일교회 시설폐쇄 명령을 내린 날에도 ‘조중동’은 광고 게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36개 광고 중 전면광고 3개는 조선일보에만 실렸고, 나머지는 주로 오피니언면 하단에 실렸습니다.

▲ 종합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4건), 동아일보(1건), 중앙일보(1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종합일간지에 실린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선일보(4건), 동아일보(1건), 중앙일보(1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집회당일 전국 60개 지역별 담당자 연락처까지 게재

특히 이번 광고에는 ‘코로나19 방역’이란 공공의 목표에 힘을 보태야 할 신문에 실려서는 안될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다 나오라’, ‘1천2백만 기독교인은 다 나오라’, ‘주민번호 있는, 군번 있는 국민은 모두 모이자’,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헌법을 지키기 원하는 자들은 다 나오라’ 등이 담겼습니다. 집회 당일에는 지역 참가자를 위해 60개 지역별 출발 담당자 연락처를 전면에 싣기도 했습니다.

또한 광복절집회 예비모임격으로 보이는 ‘8·15총동원을 위한 전국 253개 지역위원장 대회’, ‘8·15대회를 위한 시민단체장 모임회’, ‘8·15예비대회’ ‘8·15준비집회’를 포함해 홍보하기도 했으며, 행사장소를 사랑제일교회로 안내하였습니다. 광고를 실은 주최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우리공화당, 4·15선거부정국민투쟁본부와 국민대연합, 건국회를 비롯한 141개 단체 등 4곳이었습니다. 건국회를 비롯한 141개 단체가 실은 광고는 ‘8월15일 국민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까지 넣어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습니다.

한 달간 총 36개 광복절집회 광고를 실은 ‘조중동’ 3개 신문사는 이번 집회의 주요 홍보수단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결코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행정조치를 취하고, 경제상황을 감안한 소비쿠폰 발행을 중단할 때도 ‘조중동’은 꾸준히 광고를 실었습니다.

기사가 아닌 광고라고 하더라도 신문의 사회적 책임이 줄어드는 게 아닙니다. 광고도 지면의 일부이고, 독자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언론자율감시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신문광고윤리강령을 만들어 △신문광고는 독자에게 이익을 주고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신문광고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신문의 품위를 손상해서는 안 된다 등의 조항을 통해 규제를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제정한 광고자율심의규정에서도 광고윤리의 사회적 책임을 제1조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1등 신문’을 자처하면서도 대대적인 광복절 광화문집회 광고가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은 외면한 것입니다.

코로나 대규모로 재확산되자 ‘정부 책임론’만 부각

▲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정부 책임을 부각한 ‘조중동’ 기사 제목
▲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정부 책임을 부각한 ‘조중동’ 기사 제목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광복절 광화문집회 관련한 기사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원인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은 쏙 빼놓고, 정부 책임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설-경제보다 방역이 우선… 더 강력한 조치 필요하다>(8월18일)에서 “이번 환자 급증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고, 조선일보는 <사설-교회 소모임까지 다 풀었던 정부 조치 적절했나>(8월19일)에서 “최근 수도권 환자 급증은 교회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역시 그런 분위기에 일조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 <전국서 사랑제일교회발 확진 “신천지보다 큰 위기”>(8월19일), 중앙일보 <사랑제일교회 2000명 16개 시도 거주 확산 고리 우려>(8월17일 최은경 기자) 등의 기사에서 보듯 사랑제일교회에서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고, 신천지 사태보다 사랑제일교회 감염 확산 사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도 사랑제일교회 교인 상당수가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 광복절집회 광고를 한 달간 지속적으로 실어온 자신들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외식, 영화티켓 등 쏟아지는 1700억 할인쿠폰… 선착순입니다>(8월10일 박순찬·최원우 기자)에서 쿠폰 사용법을 설명하는 이미지까지 만들어 소개하며 사용을 장려하기도 했습니다.

▲ 8월11일 정부제공 할인쿠폰 사용법을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 8월11일 정부제공 할인쿠폰 사용법을 소개한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사실상 이번 감염 확산은 광복절집회와 무관하며, 전광훈 목사가 여당에 의해 억울하게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의료계 “코로나 잠복기 고려하면, 광화문집회는 확산 주범 아냐”>(8월20일 양지호 기자)에서 감염내과 의료인들의 의견을 내세워 광화문집회와 코로나 확산이 관련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습니다.

그 근거는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15일 광복절집회와는 연관이 없다. 그런데 방역당국은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부터 찾고 있다”는 발언과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실외는 실내보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다르게 광화문집회를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코로나19 잠복기는 최소 1일에서 최대 14일이며, 평균 4~7일입니다. 어떤 계산이었는지 몰라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잠복기를 기준으로 연관성을 부인한다는 것은 억지주장입니다.

조선일보, 끝까지 전광훈 감싸기?

조선일보는 <대통령의 ‘엄벌’ 발언 3시간 만에… 정부, 전광훈 고발>(8월17일 박상기 기자)에서 “개인 자격으로 집회에 참여했을 뿐”, “전 목사는 집회 연사로 초청돼 연설했을 뿐”이라는 전광훈 목사 측 입장을 비판 없이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한 달간 실은 15회 광고만 봐도 전광훈 목사가 주최 단체의 고문으로 표시돼 있고, 광화문집회 준비모임 성격으로 보이는 ‘8.15대회를 위한 시민단체장 모임회’ 장소가 사랑제일교회라고 광고된 것도 모를 리 없습니다. 주요 개신교 단체도 사랑제일교회가 대량감염의 통로가 된 것에 대해 사과한 상황에서 이러한 발언을 비판 없이 보도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감싸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전광훈 목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 사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민언련의 2019년 모니터보고서 <전광훈 목사 막말에 침묵한 조선일보, 두둔한 일부 기독교 언론>(2019년 6월14일)에 따르면, 전 목사의 막말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을 때도 조선일보는 막말엔 침묵하고 전 목사를 지지하는 보수 기독교단체 성명을 광고로 실은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대규모 재확산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속적인 경고와 대규모 집회 자제를 촉구한 방역 당국의 지침에도 ‘조중동’ 3개 신문사는 전국에서 참가자들이 참석하는 보수단체의 광복절 광화문집회 개최 광고를 한 달간 36회에 걸쳐 실었습니다. 국민 안전과 생명을 가장 우선으로 삼아야 할 언론의 기본 역할도 팽개친 채 사회적 해악이 분명한 광고의 무분별한 게재로 공공안전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그에 대한 자성 없이 정부와 방역 당국에 코로나19 사태 책임을 전가하거나 전광훈 목사의 잘못까지 감싸주려는 보도는 무책임을 넘어 뻔뻔한 행태일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① 광복절 광화문 집회 광고: 2020년 7월15일~8월15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➁ 코로나19 관련 언론 보도 행태: 2020년 8월17~2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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