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개인정보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확진자 등의 개인정보가 낙인찍기 식으로 공개되면 장기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거라 우려했다.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추적: 공중보건과 개인정보의 균형’을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됏다.

한국 방역당국은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방역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GPS를 통한 위치추적에 적극적이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특정 위치를 이탈하면 경보음을 울리게 하는 등의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이 대표적이다. 최근 수도권 코로나 재확산 기점이 된 ‘광복절 집회’ 참석자들을 찾는 데도 GPS가 활용되고 있다.

한국처럼 중앙정부가 개인정보 데이터를 저장해 관리하는 국가는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호주 등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보다도 더 강력한 추적・통제를 취하고 있다. 개개인에게 ‘건강코드’를 부여해 공권력이 이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나 메신저 ‘위챗’이 방역시스템과 연동되고 있다.

반면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은 ’분산형’이다. 독일을 예로 들면 익명화된 ID를 휴대전화 블루투스 기능으로 인식하고 수집하는 방식이다. 1.5m 거리에서 5분 이상 접촉한 사람들의 ID가 각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되며,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이 접촉자들에게 ‘검사를 받으러 가라’는 연락이 가게 된다.

독일 함부르크대 박사과정 중인 최수정씨는 “정보수집을 하더라도 강제적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그 사람의 개인정보를 중앙집중형으로 모으느냐 분산형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강제적 방식이 효과적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개인 자유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다. 소송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변호사들도 민감하게 인식한다. 정부가 함부로 개인 정보를 수집하거나 이를 특정기간 이후 보유하고 있는 건 상식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중 ‘코로나19 확진자 추적: 공중보건과 개인정보의 균형’ 워크샵에서 최은창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워크샵 갈무리
▲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포럼(KrIGF)’ 중 ‘코로나19 확진자 추적: 공중보건과 개인정보의 균형’ 워크샵에서 최은창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워크샵 갈무리

개인정보를 얼마나 어떻게 수집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국제적으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김희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그는 “보건학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개인정보 수집이 적절하냐는 기본적으로 정보수집을 해서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느냐에 있다. 그동안 개인의료정보를 병원에서 자기 모르게 가져가 문제된 이유가 많았다”며 “코로나19의 경우 검사를 받으라는 건 정보 소유자에게 이득이 되는 정보인 측면은 있다”고 밝혔다.

수집된 정보의 향후 활용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의) 후유증 등이 궁금하다. 흡연 등 질환 이력 등이 환자에 대한 정보이기도 하다”며 “연구목적 자료에 (개인정보를) 활용한다고 했을 때 보유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동의받은 범위 안에서 활용하는 부분이 갖춰져서 연구에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들이 대중에 공개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구리에게 돌 던지는 식’의 알 권리가 필요하느냐”는 의문이다. 그는 “과도한 수집이라기보다는 과도함의 결과로 인해 개인이 특정되거나 집단이 특정됐을 때 윤리적・개인적 문제도 있지만 공중보건 쪽으로 방역에도 문제가 있다”며 “너무 개인을 특정하지 않는 형태로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검사대상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너무 쉽게 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는 참석자들 의견이 일치했다. 워크샵 발제・사회를 맡은 최은창 박사(프리인터넷프로젝트)는 최근 수도권 코로나19 재확산에 기점이 된 광화문 집회를 예로 들었다. 그는 “참석자들을 GPS 정보로 추적한다고 하는데, 최소한 3000~5000명 GPS를 전부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들은 집회 참가를 위법하게 해서 사람들에게 불편을 준 잠재적 범죄자이자 감염병 관련 법률 위반자일 수 있다. 또 하나의 관점은 집회에 간 사람들을 전부 감염 의심자나 방역 대상으로 볼 수 있는가라는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고 논점을 제시했다.

최 박사는 특히 “(코로나19 검사 대상자에 대한) 미디어 보도가 굉장히 공격적이라고 본다”며 “‘저 사람이 분명히 저기 있었는데 검사 안 받네, 괘씸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 밝혔다.

우하린 서울과학기술대 강사는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해 감염자 정보를 공유하고 비난하는 행태가 자주 보인다. 과도한 정보공개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끼게 해 치료를 받거나 검사를 받지 않으려고 하게 만드는데 이들을 추적하는 비용, 의료비용, 법적인 소송비용에 이르는 비용들이 증가하게 된다”며 “정부가 정보를 관리하고 기준을 세우는 데 관리 능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수정씨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관건이라 봤다. “유럽에서는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집단으로 행동해왔는지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내 정보를 어디까지 수집하고 활용하는가를 굉장히 많은 추적을 하고 의심한다”며 “이에 대해 덜 민감한 사회에서 개인정보를 집단주의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 낙인찍기에 취약한 방식으로 공개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사회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는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역학조사 이외에도 인터넷상 프라이버시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근본적 틀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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