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단체들이 장시간 노동과 악성댓글 피해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웹툰 플랫폼업체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장작노동자지회,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등 3개 만화계 단체는 22일 “작가에게 비상식적인 노동을 요구하는 웹툰 업계를 규탄한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웹툰 작가는 일 주일 동안 콘티, 스케치, 보정, 식자 등 60컷 이상의 노동을 견뎌야 하며, 이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작업을 요구한다”며 “무리한 노동과 동시에 작가는 독자에게 받는 악성 댓글과 비난, 성희롱까지 견뎌야 한다”고 밝혔다. 작가들은 “이로 인해 건강상 문제와 정신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잠조차 잘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이들은 웹툰 플랫폼이 이 같은 상황을 방치 혹은 강요해왔다고 했다. 이들은 “작품 수익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플랫폼은 이 상황에 무슨 책임을 졌는가?”라고 물은 뒤 “악성 댓글과 작가의 건강 문제는 오롯히 작가만의 몫이 됐으며, 작가는 독자들에겐 ‘프로정신이 부족하다’, 플랫폼에겐 ‘휴재는 안 된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라고 했다.

▲사진=게티 이미지
▲사진=게티 이미지

이들은 “작가들은 과노동과 악성 댓글에 대해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업계는 ‘수익성’이란 이유만으로 현 사태에 어떤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일부 플랫폼은 몇 년간 휴재를 금지하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질 시 불이익에 대한 강요마저 있지만, 정작 플랫폼이 작가에게 보장하는 책임과 의무는 없다”고 했다.

단체들은 “업체가 ‘국내 웹툰 1조원 시장’이란 허울에 사로잡혀 작가를 혹사시키는 현 사태는 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스스로 뽑아버리는 행위”라며 웹툰 플랫폼들과 정부에 요구안을 밝혔다. 플랫폼을 상대로 △작가들의 산업재해 인정과 대책 마련 △작가의 건강상 휴재에 불이익 중단 △악성 댓글에 대한 작가 보호와 법률 지원 보장을 요구했다. 정부에는 웹툰 작가들의 노동 구조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해당 성명은 만화계가 웹툰 작가의 창작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선 사실상 첫 공동 입장문이다.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서 평균 창작활동 시간 그래프.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서 웹툰 작가들의 평균 창작활동 시간 그래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를 보면 웹툰 작가의 하루 평균 창작노동 시간은 10.8시간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9.2%는 하루 14시간 이상 노동한다고 답했다. 일주일 중 창작 일수는 5.7일로 나타났다.

최근 1년 간 연재한 작가의 절반(50.1%)은 1년 총수입이 3000만원 미만이었다. 반면 작가들은 총 수입에서 작업실과 웹툰 프로그램과 장비, 어시스턴트 등 비용으로 평균 39.3%를 지출했다. 창작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이 적을수록 높아졌다.

보고서는 “(웹툰 작가가) 한번 휴재를 하게 되면 독자 감소, 유료 결제분 감소, 고료 미지급 등의 문제로 인해 작가들이 쉽게 휴재를 하지 못하며 이는 심한 노동 강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관의 ‘2019년 만화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 가운데 네이버 웹툰을 주로 이용하는 독자가 76.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으로는 카카오페이지가 9.2%, 다음웹툰 6.9%, 레진코믹스 2.7%, 탑툰 1.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웹툰은 최근 3년 간 만화 창작활동 분야 가운데 작가 수 기준 85.5%를 차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