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검찰발 정보와 2차 피해 언론보도에 대해
검찰발 정보와 2차 피해 언론보도에 대해
[ 미디어오늘 1264호 사설 ]

1994년 문화일보는 특정 유명 연예인이 음식점 주인 등의 소개를 받고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된 A씨를 호텔과 여관을 돌아다니며 접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성과 나이가 적시된 연예인은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문화일보를 고소했다.

1996년 서울고등법원은 “A씨가 검찰에서 원고의 사진까지 확인하면서 자신을 접대한 여자 중 한 사람으로 원고를 지목”했다며 “수사담당 검사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 준 이상 위 기사 내용에 관한 취재원은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문화일보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1996년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쟁점은 ‘수사기록 및 담당 검사로부터 입수한 정보만을 근거로 접대 의혹을 받는 연예인을 특정하는 행위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였다. 해당 판결은 수사기록이 피고의 일방적 진술을 기재한 것에 불과하고 수사담당 검사로부터 입수한 정보도 신빙성이 높지 않고 보강수사도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이에 따라 문화일보 측이 사건 관련자에 대한 사실 확인이 부족했다고 본 것이다.

당시 판결은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법조출입기자의 취재 및 보도 관행을 정면으로 깨뜨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기록과 수사 담당 검사로부터 얻은 정보는 거의 공식화된 ‘사실’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아무리 검찰 측 정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보도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는 최종심 판례가 나오면서 검찰 발 정보는 하나의 퍼즐 조각에 불과하다는 중요한 진실이 확인됐다.

▲ 대검찰청. ⓒ 연합뉴스
▲ 대검찰청. ⓒ 연합뉴스

2012년 8월 전라남도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은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은밀한’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초등학생 6학년인 피해자의 언니를 찾아가 범인이 피해자 어머니와 함께 PC방에 있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관련 화면을 내보냈다. 병원에서 찍힌 피해자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를 명분으로 방송 화면을 탔다. 피해자 집에 들어가 그림일기장을 ‘입수’해 단독 보도한 매체도 있었다. 피해자 부모를 게임과 알코올 중독에 걸린 것처럼 왜곡 보도를 일삼았다.

피해자 부모는 재판장에서 “범인과 제가 7년 전 분식집을 할 때 2~3번 떡볶이를 판 인연이 다였다. 제가 재판과정에서 판사님과 2~3번 얼굴을 마주했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인맥이 되거나 친분 있는 사이는 아니잖아요. 사실이 아닌 보도가 계속되면서 점점 부풀려져 제가 1억 성금을 가지고 도망갔다더라, 범인과 깊은 관계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어요”라고까지 토로했다.

결국 피해 부모는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중앙일간지와 방송사 2곳이 수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언론보도로 발생하는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범죄의 원인이나 경위와 무관한 피해자나 그 가족의 인적 사항에 관한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언론 보도의 공익적 목적을 재고하고 피해자 인권 보호를 상기시켰다. 특히 2차 피해라는 개념이 떠오르면서 저널리즘의 직업적 윤리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는 공동으로 성폭력 범죄보도 세부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두 사례를 상세히 언급한 까닭은 이 사건들은 언론보도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준거점인데, 현재 저널리즘이 과거의 사건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검찰 발 정보를 경계한다면서도 ‘맹신’한 결과물이 언론보도로 나오고 있다. 물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매체의 이기주의와 이해관계에 매몰돼 충분치 않은 퍼즐 조각만 갖고 의혹이 꼬리만 무는 보도를 내놓은 건 아닌지 검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획 미투’라는 형용모순의 의혹성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진실에 상당한 이유’를 확보하기 위한 사실관계 절차 확인은 기본이고 2차 가해 보도 위험성도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 두 사례는 한국 저널리즘의 상징적 폐해를 구성원들에게 인식시키고 과제를 남긴 것이다. 최근 여러 갈래에서 고민해야 할 고차원적 방정식의 언론보도에서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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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e Ideas 2020-08-20 12:38:57
당연히 단지 누군가가 누군가를 지목했다는 이유로 언론에 보도를 하면 안 되겠지.
그러니, 미디어오늘도 단지 누군가가 누군가를 지목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와 가해자 지위를 자동 부여하지 말라! 그리고, 닥쳐라!
"‘진실에 상당한 이유’를 확보하기 위한 사실관계 절차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 지위 전복이 있을 때를 대비한 "2차 가해 보도 위험성"을 고려해!
뭐, 권김현영이는 공개 재판에 제출된 자료의 보도를 두고도 부적절하다 했으니 그마저도 반대하겠다만!

김재련 변호사나 그 의뢰인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는 주장과 변명을 하려 길게도 썼다!

'기획 미투'라는 형용 모순?
물어보자. 그래서 '모순'이 허구냐? 현실에 제비와 꽃뱀은 안 존재하냐고! 제비만 실존한다 말하고 싶지?

데카르트나 읽어!
소크라테스랑!

바람 2020-08-18 21:44:16
지금 조국사태를 보라. 허위보도라고 하기엔 고의성이 짙은 가짜뉴스가 너무 많이 밝혀졌다. 이건 보도가 아니라 범죄다. 한 사람의 가족은 생매장당하고, 보도한 기자는 가벼운 처벌만 받는 게 정의인가. 기자들은 사회적 공기가 맞는가. 현대의 언론인은 대주주(재벌/대기업/건설회사/기득권)의 족쇄(초고속 승진)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다. 이는 거의 모든 보도가 대주주를 위해 쓰인다는 의미다. 이런 관행은 바꿔야 한다. 이제 더는 언론사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단체/협회가 반대하지 마라. 국민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