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가해자가 유죄확정판결 이후에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유튜브 영상 및 게시글을 게재하자 법원이 ‘2차 피해’로 판단해 게시 금지를 명령한 판례가 최근 알려졌다.

앞서 배우 조덕제(본명 조득제)씨는 2015년 영화촬영 도중 배우 반민정씨를 강제 추행했고, 이후 반씨에 대한 무고 혐의까지 더해져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으며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촬영 도중 배우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인정된 국내 최초 판례였다. 사건 이후 유죄 확정까지 1246일이 걸렸다. 

그러나 피해는 이어졌다. 조덕제씨는 2019년 1월4일, 강제추행 혐의 유죄가 확정된 뒤에도 자신의 유튜브채널에 실제와 전혀 다르게 강제추행 상황을 재연한 동영상을 게시하고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했다. 법원이 피해자의 거짓말을 믿고 있다. 직접 해보니 강제추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반민정씨가 사력을 다해서 지키려고 했던 것은 성적 자기 결정권이 아니라 명품 브라자였다”고 모욕하기도 했다.

▲조덕제 강제추행 사건을 다룬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한 장면.
▲조덕제 강제추행 사건을 다룬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한 장면.

이에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지난해 7월 반민정씨에 대한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모욕,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비밀준수등) 혐의로 조덕제씨를 기소해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조씨가 대법원 판결 뒤에도 자신의 인터넷 카페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반민정씨에게 부정적인 허위사실을 올리며 지속적으로 반씨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반민정씨 측은 2차 피해에 해당하는 유튜브 콘텐츠와 인터넷 게시글 등의 노출을 금지하는 ‘명예훼손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반씨 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형사판결 내용을 왜곡하면서 지속적인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명예훼손 내지 모욕 행위로 소위 2차 가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수십여 페이지에 걸쳐 문제의 콘텐츠를 적시했다. 반씨 측에 따르면 조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8년 9월28일부터 2019년 2월8일까지 유튜브 채널 등에서 104건의 문제적 게시글을 작성했다. 

반씨 측은 조씨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반씨의 허위주장을 입증하겠다며 영화촬영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재연하기도 했다며 “채무자(조덕제)의 목적은 오로지 채권자(반민정)에 대한 사적 복수와 본인의 수익을 위한 영리의 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는 반민정씨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교도소에서 복역한 이재포씨 등이 작성했던 허위기사를 지속적으로 유포하기도 했다. 

이후 의정부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지난 2월20일 반씨측 주장을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죄판결에 대해 단순히 의견 내지 비판을 표명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한 점, 그와 같은 기재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관련된 게시물을 게시하면서 후원계좌를 광고하기도 한 점 등을 봤을 때 각 게시물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넘어 채권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위법 행위”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반씨의 초상권과 인격권 침해도 인정했다. 

▲배우 반민정씨.
▲배우 반민정씨.

이후 법원에 신청한 당시까지 조씨가 운영한 다음 카페, 페이스북, 네이버tv, 유튜브 등에 올라온 문제적 콘텐츠가 대부분 삭제 또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조씨측은 항소한 상황이다. 반민정씨는 최근 미디어오늘에 이 같은 가처분 결과를 알려오며 “(2월 당시) 언론이 또 어떻게 보도할지 걱정이 있었는데 2차 가해를 당하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소중한 판결일텐데 침묵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한편 조씨의 2차 가해 관련 형사 재판은 1년 넘게 진행 중이다. 조씨 측이 계속 증인을 신청하며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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