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사장 김석종)이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를 쓴 강진구 기자에게 ‘정직 1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경향신문 징계인사위원회(위원장 김봉선 상무이사)는 지난 12일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기사를 보도한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이날 징계인사위에는 강 기자도 참석했다. 징계인사위는 김봉선 상무이사를 비롯해 양권모 이사, 장정현 이사 등 3명으로 구성됐다.

강 기자는 지난달 29일 새벽 6시쯤 화백 박재동씨의 강제추행‧성희롱 사건에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단독’을 달아 노출했다. 기사 노출 이후 해당 기사에 대한 논란이 컸다. 강 기자는 취재 보고나 편집국의 출고 승인을 거치지 않았고, 경향신문은 4시간여 뒤 기사를 삭제했다. 강 기자는 유튜브와 SNS를 통해 기사 삭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지난달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징계인사위는 지난 14일 강 기자에게 ‘정직 1개월’이라는 징계 결과를 통보했다. 경향신문은 강 기자가 △회사의 명예 또는 신용을 손상했고 △신문제작 및 편집, 기타 업무에 대한 회사의 기존방침을 침해했고 △회사의 승인 없이 직무와 관련되는 내용에 대해 외부 출연했고 △정당한 회사명령 불복과 신의와 협력 규정 위반 등의 사규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징계인사위에서 △편집국장의 기사 삭제 지시가 부당했고 △기사 삭제 지시가 부당하기에 이에 불복해 행한 SNS 등 일련의 외부활동은 정당한 방어권 차원이 행동이고 △기사의 무단 송고는 그동안 데스킹 없이 출고했던 기사도 문제 삼지도 않았기에 징계 사유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강 기자는 징계인사위가 이번 사태 관련해 본인이 참석하는 기자총회 개최를 편집국에 권고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징계인사위 위원 3인은 만장일치로 ‘편집국장의 기사 삭제가 정당한 편집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김 위원장은 “편집국장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구체적인 표현을 떠나 편집권 행사라고 한다면 편집권자가 정당한 편집권을 행사한 것이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 이사도 “이번 기사 삭제는 무단송고한 기사라는 점도 감안한다면 편집국장의 고유권한으로 부당한 권리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 이사 역시 “만약 사전에 편집국장에게 보고되고 게이트키핑이 이뤄진 기사를 삭제했다면 강 기자의 주장에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뒤늦게 그 기사가 문제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것은 편집국장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재동씨 성폭력 피해자인 이아무개 작가는 14일 미디어오늘에 “경향신문에서 강진구 기자 기사의 문제를 인정하고, 징계를 확정했다는 사실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강진구 기자의 기사를 토대로 한 2차 피해물들은 현재도 다른 언론사 기사로, 수십만 유튜브 채널의 동영상으로, 개인들의 SNS로 빠르게 무차별 확산하고 있다. 정직 1개월이 끝나면 강진구 기자는 다시 기사를 쓸 것이고, 정직 상태에서도 페북 등을 통해 2차 피해 발언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직 1개월이 피해를 얼마나 복구하고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솔직히 의심스러운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이 작가는 “정확한 사태규명과 공식 사과, 재발방지책 등 경향 측의 지속적인 책임 있는 대응을 요청한다. 나 역시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법적인 대응을 해갈 것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더는 나와 같은 추가 피해 사례가 나오질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재동씨 옹호 단체와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용민씨·허재현 기자 등은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경향신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박재동씨 옹호 단체와 유튜버로 활동하는 김용민씨·허재현 기자 등은 지난 12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앞에서 경향신문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징계 결과에 대해 강 기자는 ‘재심 청구할 것’을 예고했다. 강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에 “회사의 징계를 다투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건 내 기사의 정당성과 정당한 항의가 맞물린 문제라고 했다. 기사의 정당성에 대한 징계인사위 판단에 있어 깊은 고민이 담기지 않은 것 같다. 피해자 보호라는 법익과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법익 중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엔 피해자 보호 법익만 지나치게 강조된 발생한 불행한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기자는 “각자의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현재 누구도 실체적 진실을 알 수 없다. 기록 노동자입장에서 항소심 전에 중요한 증거가 나왔다고 판단해 기사화했을 뿐이다. 징계 인사위에서 편집국장이 기사를 삭제하면서 정확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점을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징계위원들이 모두 편집국장의 정당한 편집권 행사라고 의견을 모은 점이 유감이다. 또 SNS에서 내 뜻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회사 내에서 제 입장을 밝히려고 했지만,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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