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한 이후, 정책에 대한 비판·비난의 목소리는 매해 반복해서 나왔다. 첫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돼, 서울교통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을 거쳐 다시 인천국제공항으로 논란은 돌아왔다.

방식은 달라도 매번 비슷한 내용의 논란이 벌어졌다. ‘공정성’과 ‘재정문제’였다. 일부 공공기관 정규직들은 ‘용역회사 노동자들의 공사 정규직 전환’은 공사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했던 본인들의 지난 과거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며 직고용 전환에 반대했고, 언론은 이런 의견을 열심히 전했다. 또 언론은 하청노동자들을 공사가 직고용할 경우 우려되는 재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반복해서 다뤘다.

기존 정규직의 강한 반발에 대부분의 하청노동자들은 직고용을 포기하고 자회사를 선택했다. 일부 하청노동자들은 끝까지 직고용을 요구하면서도 절충안을 제시했다. 용역회사 노동자를 공사가 직고용하되, 기존 정규직과는 다른 직군으로 편성해 차별성을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특별히 추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용역회사 운영비로 쓰이던 도급비용을 노동자 처우개선으로 쓰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사 정규직들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들의 주장과 입장을 최대한 존중한 절충안이었다. 노동계가 추구했던 ‘차별철폐’까진 아니더라도,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추후 처우개선 문제에 대한 합의안이 일정하게 형성된 셈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상징적인 장소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이 같은 절충안이 마련되고 있었다. 언론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기자 개개인은 잘 몰랐다고 한들, 공사 홈페이지에 친절히 나와 있는 연락처로 한 번만 전화해봤다면 사실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언론은 그러지 않았다. 사실을 전하기보단 취준생의 분노를 전하거나, 대중의 분노를 유발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분노를 자극하는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알바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 기사가 그랬고, ‘대규모 직고용에 적자 인국공, 공항료 인상 추진’ 기사가 그랬다. 황당한 점은 두 언론사 모두 기자들이 가장 참고를 많이 한다는 통신사라는 것이다. 다수의 언론은 두 통신사와 비슷한 내용과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 6월 30일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최근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향한 취준생들의 혐오에 대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지난 6월 30일 인천광역시 중구 운서동 한국노총 공공노련 인천국제공항보안검색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최근 가짜뉴스에서 비롯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향한 취준생들의 혐오에 대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알바하다 연봉 5000, 소질질러’ 내용을 처음 전한 통신사는 취준생들의 박탈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며 기자에게 사내 기자상을 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온라인 주소만 알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누가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질러”라는 글을 작성했는지 의심조차 해보지 않았다면, 오픈채팅방 제목이 ‘인천공항 근무 직원’이라서 가짜정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같은 기자로서 그럴 수도 있지 이해해야만 할까. 

논란이 됐던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은 국토교통부가 인정하는 교육기관에서 2개월 동안 교육을 수료하고 인증평가를 통과해야만 일할 기회가 주어지며, 1년 이상 현업에 종사하며 X-RAY 판독 훈련을 거쳐야만 단독 근무가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이들이 다뤄야 하는 장비는 EDS(폭발물 탐지장비), ETD(폭발물 흔적 탐지장비), CT(단층 촬영기반 검색기), BLS(액체폭발물 탐지기) 등이 있다고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아르바이트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보안검색요원들이 용역회사 소속일 때 평균 연봉은 3500만원 수준이며, 직고용되더라도 3800만원 수준을 받을 예정이다. 누가 쓴지도 모를 오픈채팅방 글에서의 “연봉 5000만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일반정규직의 초봉(4500만원)이다. 공사 일반정규직의 평균연봉은 8000~9000만원 상당이다. 임금이 다르니 당연히 보안검색요원들은 일반정규직으로 직고용되는 게 아니다. 이들은 무기계약직 또는 중규직 등 별도의 직군으로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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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1902명의 보안검색요원 중 833명은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란 이유로 공개경쟁채용을 거쳐야만 하는 상황이다. ‘알바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란 소리가 절대 나올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어떤 비정규직이 아무 탈 없이 일하다가 여론에 떠밀려 갑자기 추가된 공개채용절차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태평하게 저런 말을 한단 말인가. 오픈채팅방 문제의 글에서 사용된 ‘인국공’, ‘인공’, ‘보안’ 등의 단어도 현업에 종사하는 보안검색요원들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기자들은 이 모든 상황을 무시하고 기사를 썼고, 그렇게 유발된 분노는 현업에 종사하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들을 향했다. 당사자들은 그 오해와 비난 속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조차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이용료 인상 관련 언론보도. 연합뉴스 화면 갈무리
▲인천국제공항공사 공항이용료 인상 관련 언론보도. 연합뉴스 화면 갈무리

[ 관련기사 / 가짜뉴스로 또 ‘인국공 논란’ 부채질...비정규직 직고용해 대규모 적자? (민중의소리) ]

당초 1만여 명의 비정규직 중 3000명을 직고용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가 2000명으로 축소된 게 왜 ‘대규모 직고용’인지 모르겠으나, 국내 최대 통신사 중 하나는 야당 국회의원의 주장을 따옴표 처리해 “대규모 직고용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고, 이를 공항이용료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식의 기사를 냈다. 기사 본문엔 기자가 직접 ‘올해 보안검색요원을 비롯해 2천명이 넘는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 등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하자,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항이용료를 올리고 기존 직원들의 휴직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친절하게 서술까지 했다. ‘보인다’라고 서술한 것을 보면, 기자 본인도 명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초·분을 따지는 속보 기사도 아닌데, 공사에 한 번 전화해서 확인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규모 직고용으로 적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당연히 가짜정보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은 직고용되더라도, 연봉 기준 약 300만원 정도 더 받게 된다. 이는 특별한 재정투입 없이 기존 도급금액에서 용역회사 운영비 및 이익금으로 빠지던 비용을 요원들 처우개선으로 전환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적자는 코로나19로 공항 이용객이 급격히 줄어서 발생했지, 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가 아니란 말이다. 이는 공사 언론홍보팀에 전화하면 곧바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내용이다.

언론사나 기자가 정부·여당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고질적인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공정을 얘기하기 전에 이 사회가 정말 공정한지 묻는 일부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기존 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기사도 필요하다고도 본다. 그런 목소리가 온전히 전해져야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이런 목소리를 모두 무(無)로 되돌릴 뿐만 아니라, 엉뚱한 피해자만 양산한다. 그 위험성을 언론사와 기자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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