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터넷 방송인의 고발로 시작된 소위 ‘유튜브 뒷광고 논란’으로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들의 광고·협찬 현황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유튜버 중 일부는 시청자들에게 사과방송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5년전 ‘연계편성’ 억대 과징금 받고도…

그러나 5년 전 비슷한 논란으로 수억 원 대 과징금까지 무는 사건이 있었는데도 반성이나 사과는커녕 잘못된 행태를 이어오는 업계도 있습니다. 바로 방송사들입니다. 방송계에 만연한 ‘홈쇼핑 연계편성’은 주로 방송사 건강 프로그램에서 ‘몸에 좋다’며 소개된 제품이 비슷한 시간대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비밀리에 돈을 받고 유료광고 포함 표시나 어떤 경로로도 광고라는 것을 알리지 않은 채 제품을 홍보한다’는 이른바 ‘뒷광고’ 개념과 같은 사례입니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이 유튜버 ‘뒷광고’ 비판할 자격이 있나>(8월9일)에서 “TV교양프로그램에 등장한 건강제품이 같은 시각 홈쇼핑에 등장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며, “언론 역시 ‘뒷광고’ 문제를 다루며 비판에 가세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언론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미디어랩이 2015년 홈쇼핑 연계편성 관련한 불법 영업으로 2억4000만원의 과징금에 처해진 뒤 정부가 교체되고 나서야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부터 매년 연계편성 모니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없었습니다. MBN 적발 이후 방송사들은 연계편성을 자제하는 대신, 아예 계약서에 연계편성이라는 점을 명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광고계약을 음성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뒷광고 논란’에서 보듯 연계편성은 과징금 부과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히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과도하게 훼손하고 선택권을 제한하며 방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므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합니다.

민언련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방송통신위원회 2020년 연계편성 모니터 결과를 바탕으로 방송사별 연계편성 추이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종편 4사(TV조선·채널A·MBN·JTBC)의 연계편성 횟수가 다소 줄어드는 와중에 지상파(KBS 제외) 방송사의 연계편성 횟수는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SBS 연계편성, 종편 앞질러 1위

방송통신위원회는 2월6일 보도자료 <방송통신위원회, 분리편성 광고 및 방송사-홈쇼핑 연계편성 집중 모니터링 추진>에서 “방송사-홈쇼핑 연계편성 현황 등을 방송평가 및 재허가 등에 반영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연계편성 집중조사 실시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자신문 <방송 재승인·재허가시 홈쇼핑 연계편성 고지 의무화>(4월20일)에 따르면, 연계편성 모니터링이 완료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하여 받은 ‘방송통신위원회 모니터 결과’를 분석하면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석 달간 SBS, MBC, TV조선, 채널A, MBN, JTBC 6개 방송사에서 연계편성한 횟수는 총 423회에 달했습니다. KBS는 연계편성이 없었습니다.

방송사별로는 SBS가 <좋은아침>, <모닝와이드>, <생방송 투데이>등 5개 프로그램에서 총 127회 연계편성을 하여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MBN이 <MBN 특집다큐>, <엄지의 제왕>, <천기누설>등 4개 프로그램에서 총 105회 연계편성을 하였습니다. TV조선이 5개 프로그램에서 80회, MBC가 3개 프로그램에서 49회, JTBC가 4개 프로그램에서 37회, 채널A는 3개 프로그램에서 25회를 각각 연계편성 하였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및 종편 연계편성 모니터링 결과.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했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 및 종편 연계편성 모니터링 결과.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했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

2019년 늘어난 SBS·MBC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조사를 하였습니다.  2018년 1~3월 4개 종편을 대상으로 진행된 첫 번째 실태조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미디어오늘 <방송통신위원회, 종편-홈쇼핑 연계판매 부실조사하고 눈 감았다>(2018년 7월17일) 보도로 내역이 공개되었습니다. 미디어오늘이 당시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40일간 종편 4사 26개 프로그램에서 총 110건의 연계편성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적발하였습니다. 

두 번째 실태조사는 2018년 7월 한 달간 지상파와 종편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는 KBS를 제외한 SBS, MBC, TV조선, 채널A, MBN, JTBC 등 6개 방송사 32개 프로그램에서 총 157회 연계편성이 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 같은 세 차례 실태조사 내용를 바탕으로 민언련이 월 평균으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비해 2020년 종편 4사의 연계편성 횟수는 다소 줄었지만, 지상파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종편에서 연계편성 횟수가 줄어든 것은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심사반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2018년 실태조사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제외되었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 연계편성 실태조사 결과 추이(2018년, 2020년 월 평균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방송통신위원회 연계편성 실태조사 결과 추이(2018년, 2020년 월 평균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8~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 연계판매 실태조사 결과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2018~2020년 방송통신위원회 홈쇼핑 연계판매 실태조사 결과 비교.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왜 ‘방송계 뒷광고’에 관심 적은가

이처럼 방송사들의 연계편성 문제가 심각한데도 왜 ‘유튜버 뒷광고’처럼 주목도가 높지 않은 걸까요? 인기 유튜브는 매체의 특성상 시청자와 방송제작자의 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따라서 시청자들은 비교적 높은 신뢰를 갖고 영상을 시청합니다. 바꿔 말하면, 신뢰가 깨졌을 때 느끼는  분노도 크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인터넷 댓글 문화가 결합되면, 시청자를 ‘뒷광고’로 기만한 유튜버는 압박을 받게 되고 업계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됩니다. 2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유튜브 초기에 잘 몰라서 그런 것일 뿐 이후로는 광고표기를 한다’고 해명했음에도 은퇴까지 선언하게 된 이유입니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뒷광고’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도 이 문제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다행스러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해야 합니다. 신뢰가 없다면 깨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 자료 출처=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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