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PD연합회가 13일 공동성명을 내고 “KT와 넷플릭스 제휴는 한국 미디어 생태계 교란의 신호탄”이라며 공개 비판한 뒤 “이제 국내 미디어 생태계는 정부의 OTT 글로벌 사업자 육성 의지와는 무관하게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PD연합회는 “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와의 협력보다 2위 사업자를 따돌리려는 KT의 욕망이 국내 통신망을 필요로 하는 넷플릭스와 만나 이용사·시민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KT는 정부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비웃기라도 하듯 점유율 규제 완화를 이용해 가입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 넷플릭스와 제휴함으로써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KT와 넷플릭스의 제휴는 이후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또 다른 글로벌 OTT 자본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때 통신 기업이 보여줄 행보의 신호탄”이라고 우려한 뒤 “(미디어 현장에선) 글로벌 자본이 미디어 콘텐츠를 포함한 국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의 가치사슬에 이미 깊숙이 침투했고 이를 되돌릴 수 없다면 시장지배적 역외사업자(넷플릭스·구글·페이스북 등)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확보해달라는 요구를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그동안 정부 당국과 국회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제휴를 홍보하는 KT. ⓒKT
▲넷플릭스 제휴를 홍보하는 KT. ⓒKT

언론노조와 PD연합회는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회를 향해 “국내 미디어 콘텐츠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육성, 국내 OTT 사업자가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법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며 “지금처럼 통신사업자들의 경쟁에만 맡겨 놓은 것은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재원을 더욱 위축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료방송 가입자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KT·LGU+·SKB 3사에게도 사회적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글로벌 OTT와의 제휴로 얻는 이익 일부는 국내 콘텐츠 시장의 활성화와 (국내) OTT의 오리지널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통신 3사의 글로벌 OTT 제휴가 가져올 경쟁상황 평가를 당장 실시할 것 △지상파 방송사 등 국내 OTT 성장 위한 제작 지원 방안 마련 △글로벌 OTT 사업자와 제휴하여 얻은 통신사 이익 미디어 다양성기금으로 징수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지상파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방송협회도 12일 성명을 내고 “KT는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넷플릭스와의 제휴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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