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언론을 통해 채널A 전·현직 기자에 대한 23쪽 분량의 공소장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백승우 채널A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이사를 협박해 “법률상 의무 없는 유시민 등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며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전 기자가 다섯 차례에 걸쳐 이철씨에게 보낸 편지와 이씨 대리인 지아무개씨와의 수 차례 만남이 남긴 녹취로 강요 미수 혐의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쟁점은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다. 

검찰은 “3월13일 지씨와 만남에서 (피고인들이) 유시민 등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지 않으면 피해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중형을 선고받고 숨겨둔 재산까지 박탈당할 것이라는 취지로 겁을 주고, 검찰 고위층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한동훈을 익명의 검찰 고위 간부라고 언급하며 그와 나눈 대화 녹취록이라고 하면서 ‘만약 이철이 유시민의 비리를 제보하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수사팀과 연결시켜 주겠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기재된 녹취록을 보여줬다”고 공소장에 명시했다. 

검찰은 또한 이동재 전 기자가 3월6일 지아무개씨로부터 ‘이철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확인했다, 약속한 부분(검찰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부정되어 있어서 일의 진행이 더 이상 어렵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취재 계획이 무산될 상황에 처하자, 3월10일 11시23분 약 10분41초 동안 한동훈과 보이스톡 통화를 하고, 그 직후인 11시36분 경 지씨에게 ‘논의한 부분에 대해 진전된 부분이 있으니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같은 날 오후 백 기자와 통화에서 “한동훈이 ‘나를 팔아’라고 말했다”는 대목을 명시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검찰은 3월22일 지씨와 만남에서 이 전 기자가 들려준 통화 녹음을 두고 “한동훈과의 통화 녹음이라는 여러 힌트를 주면서 “[한동훈](제보를 위한)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 가지, 기본적으로 보면 (검찰과) 한 배를 타는 건데, (검찰 쪽을) 연결해줄 수 있지. [이동재] 당신 어차피 계좌추적하면 다 털려요. 하니까. 뭘 원해요? 가족을 원해요? 그나마 가족? 자기도 14년을 받으니까…[한동훈] 그걸 가지고 우리랑 대화하고 싶다면 확실하게 믿을만한 대화의 통로를 핵심적으로 연결해줄 수 있는 거지”라고 말한 내용 등이 녹음된 파일을 들려줬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담긴 위와 같은 대목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등장한 바 있다. 공소장에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이동재 전 기자가 지난 1월26일 무렵부터 3월22일 무렵까지 한동훈 검사와 통화 15회, 카카오톡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포함해 약 두 달간 확인된 것만 327회 연락을 취했다는 정도다. MBC는 2월13일 부산 만남 전후 한 달간 이동재가 한동훈에게 시도한 연락이 170여 차례라고 보도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일상적 취재의 일환이었다”며 “그게 많은 것이냐”는 입장을 밝혔다.

공소장에는 ‘한동훈’이란 이름이 30회 넘게 등장하지만 검찰이 공모 여부를 적시하지 못했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공모로 볼 수 있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지만 공소장 속 한동훈 검사장 발언을 육성으로 확보하진 못했고, 두 사람이 특정 기간 중요 시점마다 적지 않은 연락을 취한 사실도 확인했지만 정작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직접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이는 한동훈 검사장의 수사협조가 있었다면 가능했을 일이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보수신문은 공소장을 바탕으로 ‘검언유착’ 프레임의 허구를 주장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0일 ‘채널A 전 기자 공소장엔 한동훈 공모 스모킹건 없었다’ 기사에서 “여권과 친여 매체가 주장해왔던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간 공모 혐의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또한 ‘이동재 공소장 보니 한동훈 공모 억지로 밀어붙였다’ 기사에서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했다고 뚜렷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보수신문 해석대로 공소장에 드러난 사실관계는 수개월 전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가 밝힌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327회 연락을 취한 것만으로 공모를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공소장을 근거로 ‘새로운 결정적 증거가 없으니 검언유착 의혹 보도는 정부와 친여 매체의 권언유착’이라고 결론 내는 것은 섣부르다. 이동재 전 기자 측이 결정적 증거들을 상당수 인멸했기 때문이다. 

이 전 기자에겐 MBC 취재 사실을 알게 된 3월22일 이후 채널A가 진상조사를 시작한 4월1일까지 10일간의 시간이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 2대를 초기화하고, 노트북 1대를 포맷했다. 심지어 4월1일에는 허위로 휴대전화 분실신고를 접수한 뒤 4월3일 저녁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는다며 동료 기자와 술집을 찾아가는 등 증거인멸에 나서기도 했다. 한동훈 검사 목소리가 담겼을 가능성이 큰 문제의 통화 녹음파일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들어보자고 한 사람이 일주일(3월23일~3월31일)간 없었다”는 이유로 삭제했다. 그리고 채널A는 이 같은 증거인멸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현재로선 채널A 취재진의 강요미수 혐의는 혐의대로 재판에서 다퉈야 하고, 검언유착 의혹은 의혹대로 계속 따져봐야 한다. 언론은 공소장이 가리키는 단서들을 바탕으로 ‘스모킹건’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이동재 전 기자가 유시민 취재 돌입 이후 취재 중단까지 한동훈 검사장과 327회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것의 의미를 ‘취재 결과물을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해석해본다면, 당시 배혜림 법조팀장(차장)이 이 전 기자로부터 정말 보고를 거의 받지 않았던 것인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와 공유하던 내용을 법조팀장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상식적이지 않고, 편지를 쓰고 제보자 지씨를 만나는 과정에 법조팀장도 동석하려 했던 점들에 비춰보면 후배기자보다 상세한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3월10일 지씨에게 보낸 문자에서 “회사에서도 그만큼 (이 사안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 “저보다 윗선이고 저와 생각도 같다”고 언급했고, 3월13일 지씨와 만남에선 “저랑 얘(백승우), 우리 회사 간부 차장, 부장 네 명 알고 있다”고 발언했다. 검찰은 수사 대상을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에서 넓힐 필요가 있다. 

채널A가 유시민 취재를 멈추게 만든 3월22일 제보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김정훈 보도본부장은 3월22일 오후 8시50분 경 “백 기자가 MBC 몰래카메라에 찍혔다”는 제보를 받았다. MBC 취재 사실을 채널A 측에 제보한 ‘제보자’를 찾아내 제보자와 채널A 측 간의 통화·문자 내역 등을 역추적하면 새로운 증거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제보자가 3월22일 이후에도 채널A측과 수시로 연락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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