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회장 박성제 MBC사장)는 10일 “기획재정부가 방송 관련 주요 법령들의 기본 정신을 위배하고 방송산업의 현실을 도외시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예산편성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본래 목적에 맞게 기금을 편성하라”며 주장하고 나섰다. 

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작년 기재부는 올해 예산으로 방통위가 요청한 지역방송 지원예산 82억 원을 40억4000만 원으로 삭감한 바 있고, 내년 예산 56억3000만 원 요청에 대해서도 36억 원으로 삭감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36억 원이면 50개 지역방송사 1사당 평균 7000만 원 남짓의 지원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해당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을 담은 고품질 다큐멘터리 하나 제작하기 어려운 초라한 액수”라고 우려했다. 

방송협회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상식적인 예산편성이 매년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방발기금의 조성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이 아닌 곳에 대규모의 방발기금이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방송협회. ⓒ방송협회 제공
▲한국방송협회. ⓒ방송협회 제공

예컨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제방송교류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리랑TV는 올해 354억 원을 방발기금에서 지원받았다. 또 다른 문체부 소관 재단법인 국악방송에 대한 올해 방발기금 지원액은 67억 원이다. 방송협회는 “방송사업자 출연금으로 조성된 방발기금이 왜 본래 목적인 방송산업의 진흥이 아닌 문체부 주관 국가 홍보사업에 활용돼야 하는가. 문체부가 지원해야 할 전통예술 진흥사업에 방발기금이 사용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또한 “대부분 신문 기사와 관련된 사건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재원으로 언론진흥기금이 아닌 방발기금이 매년 128억 원이나 쓰이는 것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방송협회는 “이런 납득하기 어려운 기금 활용 행태에 대해 과거 국회에서도 수차례 지적이 나온 바 있으나 기재부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매년 불합리한 예산편성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기획재정부에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했으나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문지원에 주로 쓰이는 언론진흥기금으로 아리랑TV, 국악방송, 언론중재위원회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방발기금은 전년도 방송광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각 사별 징수율을 반영해 방송사업자에 부과하고 있으며, 2000년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발전기금으로 출발했다. 매년 지상파 광고매출이 줄어들며 방발기금은 감소세다. 

방송협회는 “지역방송이 미디어 환경 변화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기재부가 오랜 관성에서 벗어나 불합리한 방발기금 운용 방식을 재검토하고 지역방송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6월 문체부가 편성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안 94억원에 대해 1차 심의에서 15억 원을 삭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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