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가 ‘가짜미투’ 의혹 제기 기사를 미승인 송고한 사태 이후 편집국 구성원 대다수가 보도 내용과 절차상 문제, 강 기자의 2차가해 발언 심각성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데스크급 구성원이 사내 게시판에 문제 제기 글을 올리고 전 부서가 공통으로 비판 의견을 제출하는 등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경향신문 편집국 구성원들은 기사 무단송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다수 기자의 요청으로 독립언론실천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편집국 내 10개 부서가 참석해 회의를 진행한 결과, 전 부서 구성원 40명 가까운 인원이 강 기자가 성범죄보도준칙을 위반하는 보도를 편집국 내 의사소통 체계를 우회해 송고하고 SNS상 발언을 지속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독실위는 다음날 편집국장에게 사태 규명과 대외 입장 표명, 피해자 공식사과, 재발 방지책과 강 기자 징계를 요구했다.

경향신문 온라인 사내 게시판엔 해당 기사의 부정확성과 윤리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복수의 데스크급 구성원을 포함한 기자들은 강 기자의 보도에서 사실관계 오류나 독단 송고, 성범죄보도준칙 위반과 2차가해 문제 등을 지적했다. 피해자 중심 보도를 했는지 여부를 차치하고 부실 기사라는 비판이 여기에 포함됐다. 

강 기자가 개인 SNS 계정에서 기사 삭제 조치를 두고 “후배권력의 전횡”을 문제 삼았지만, 실상 편집국 구성원 대다수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향신문 기자 A씨는 “일부 목소리 큰 저연차 후배들이 비난을 주도한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동기와 데스크급을 포함한 대부분의 구성원은 (강 기자의 보도가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독실위 회의에서도 부서별 의견이 일치단결한 드문 사례”라고 했다. B씨는 강 기자의 ‘후배권력’이란 표현에 “국장을 제외하면 편집국 내 사실상 모든 구성원이 후배다. 편집국 차원에서 공유하는 의견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씨도 “편집국에선 강 기자의 행위가 문제라는 데 혼란한 지점이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 마크.
▲경향신문 마크.

구성원들은 강 기자가 기사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2차 가해를 지속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A씨는 “기사 자체도 문제지만, (강 기자가) 자신의 기사와 발언을 정당화하려 SNS상 2차가해 수위를 높여가는 행위가 가장 심각하고 우려스럽다”며 “이 같은 기사가 경향신문의 이름으로 나가면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왜곡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D씨는 “편집국 내엔 (강 기자의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 고통스럽다는 반응이 많다”며 “(‘가짜미투’ 주장은) 흡사 5.18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는 극우논객 주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거를 아무리 내놓고 주장을 탄핵해도 끊임없이 들고 나오지 않나. 건강한 토론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 기자는 지난달 29일 새벽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성희롱 사건에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단독’을 달아 노출했다. 강 기자는 편집국 보고나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경향신문 측이 4시간여 뒤 기사를 삭제했지만 보도 내용은 다른 매체와 유튜브, 블로그에서 재확산하고 있다. 경향신문 측은 오는 12일 강 기자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연다. 강 기자는 유튜브, SNS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기사 수정 : 2020년 08월31일 오후 17시06분

 

‘경향신문 구성원 “후배권력이라구요?”’ 관련 정정보도문

본 신문은 2020년 8월9일자 기사에 <경향신문 구성원 “후배권력이라구요?”>라는 제목으로 박재동 화백 가짜미투 의혹 기사 삭제 사태와 관련해 익명의 경향신문 후배기자의 말을 인용해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가 ‘일부 목소리 큰 저연차 후배들이 비난을 주도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위 보도는 해당 기자의 말을 잘못 인용한 것이고 해당 기자는 ‘강진구 기자가 일부 목소리 큰 저연차 후배들이 비난을 주도한다고 주장한다’거나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정정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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