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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음악차트를 일본 미디어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 인디음악차트를 일본 미디어에서만 볼 수 있다?
[성상민의 문화 뒤집기] 미디어가 주목해야 ‘싹쓰리’…한국 밖에서 활로 찾은 인디음악차트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케이인디차트’(K-INDIE CHART)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원래 ‘인디고차트’(INDI.GO.CHART)라는 명칭으로 2011년부터 시작해 2013년부터 ‘케이인디차트’로 명칭과 함께 운영 체제를 바꿔 올해로 운영 9년차를 맞이하는 이 차트는 한국에서 유일하고 인디음악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음악 차트이다.

물론 이 차트가 생기기 전까지 한국에 음악 차트가 없었던 건 당연히 아니다. 음반 판매량 중심의 차트인 ‘한터차트’와 음반과 음원 차트를 종합적으로 집계하고 국가 차원으로 공인 음악 차트인 ‘가온차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최근에는 한국 내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는 ‘빌보드 코리아’도 있다. 음원 차트로만 한정 짓자면 최근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신뢰성이 많이 줄었어도 여전히 한국 음원 판매량 상당수를 차지하는 음원 사이트 ‘멜론’의 자체 음원 차트도 계속 화제거리가 되며, 멜론을 비롯해 한국 주요 음원 사이트의 차트를 모두 종합하여 순위를 공개하는 연예 커뮤니티 ‘인스티즈’가 운영하는 ‘아이차트’도 적지 않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차트가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2011년 왜 별도의 인디음악 차트를 만들어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리 씬 내부에서 화제가 되는 인디음악이 나와도 웬만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일반적 차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케이인디차트’가 ‘인디고차트’라는 명칭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11년은 그 모순이 극대화된 시기였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 데뷔한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10cm, 국카스텐, 에피톤 프로젝트, 옥상달빛 등과 같이 현재까지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인디음악 가수들은 음악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물론, 결코 적지 않은 매니악한 팬들을 지니고 있었다. 비록 주류 음악프로그램 KBS ‘뮤직뱅크’ 같은 방송에 등장이 쉽지 않아도 소위 ‘심야 음악 프로그램’으로 분류되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춘천KBS ‘올댓뮤직’, EBS ‘스페이스 공감’ 등 방송에 심심치 않게 모습을 드러냈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6월 진행한 공연 목록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6월 진행한 공연 목록들.

그러나 인디음악에 조금씩 더해지던 주목과 별도로 이 주목을 겉으로 드러낼 방법이 마땅치가 않았다. KBS ‘뮤직뱅크’나 SBS ‘인기가요’ 같은 주류 음악 프로그램은 지금 당장 인기가 있어 보이는, 또는 10대의 구미를 당길 것으로 보이는 가수들로 라인업을 채운다. 음반 시장이 대거 몰락하고 디지털 음원이 점차 대두되면서 상황은 나아질 것 같았지만, 이들 주류 음악 프로그램이 점차 음원 판매량의 순위 반영을 강화하자 아이돌이나 인기 가수의 팬덤은 금새 음원 차트에 몰렸다.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이 출시될 때마다 집중적으로 다운로드, 스트리밍 구매를 하는 ‘총공’(총 공격의 줄임말로, 아이돌 팬덤에서 단체 행동을 선보이는 것)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도 이 때부터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적을 수 밖에 없는 비주류 음악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실물 음반 시장은 2000년대 이후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지 오래며, 이와 함께 전국에 존재하던 음반가게들은 핫트랙스나 신나라레코드 같이 대형 매장이 아닌 이상 일찌감치 아이돌 음반 전문 취급점으로 변경하거나 아니면 아예 문을 닫게 되었다.

동시에 아무리 인디음악 팬들이 아이돌 팬덤처럼 ‘총공’을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판명된 것도 이 시기다. 2010년, 당시 막 데뷔하며 주목받던 신인 아이돌 그룹 ‘씨앤블루’의 노래 ‘외톨이야’가 인디음악 밴드 ‘와이낫’(Ynot?)의 2008년 노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었을 때 소위 ‘파랑새 1위 만들기 운동’이 있었다. 바로 몇 달 전 2009년 크리스마스 때 영국에서 일었던 랩 메탈 밴드이자 매우 활발하게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밴드 RATM(Rage Against The Machine,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의 유명곡 ‘Killing In The Name’을 음악 차트 1위로 올렸던 사건에서 벤치마킹을 잡았던 움직임이었다. 영국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났던 것은 지금도 영국에서 인기있는 스타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팩터’(The X-Factor)의 우승자들의 노래가 몇 년 째 크리스마스만 되면 음악 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을 싫증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점차 뭉친 이들은 기어코 그 해 크리스마스에 전혀 크리스마스와 분위기가 맞지 않는 RATM의 노래를 1위로 만들자고 선언했고 하필 ‘엑스팩터’의 프로듀서이자 심사위원으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이 공개적으로 비아냥거리면서 이 운동은 더욱 확산되었다.

그리고 결국 이들은 RATM의 Killing In The Name을 1위로 올리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사건은 즉시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로 퍼지며 ‘주류 음악에 염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에 맞서 비주류 음악의 존재감을 드러낸 사건’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영국인들이 1위로 올린 노래인 Killing In The Name은 미국의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한 저항과 백인우월주의자에 대한 강도 높은 거부를 드러낸 노래였으니, 주류 음악이 주목받는 정서에 맞서기 적절한 노래였다. ‘외톨이야 표절사건’도 한국에서는 주류 음악의 횡포라는 맥락이 점차 퍼지기 시작했고, 한국에서도 영국처럼 일을 내보자는 분위기가 서서히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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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영국에서 주류 음악에 질린 이들이 RATM의 Killing In The Name을 차트 1위로 올리자는 운동을 펼치고, 실제로 해당 음원 발매 17년만에 차트 1위를 차지한 RATM의 라이브 공연 영상. 

결국 한국에서도 ‘파랑새 1위 만들기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한국은 영국이 아니었다. 당시로서는 멜론보다도 가장 주목받던 차트인 싸이월드 BGM 차트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 운동은 한때 와이낫의 ‘파랑새’를 6위로 올리도록 만들었지만 그 이상은 넘지 못했다. (당시 음원 차트 상위권에는 2NE1이 ‘날 따라 해봐요’, 2AM의 ‘죽어도 못 보내’, 소녀시대의 ‘Oh!’ 등이 있었다.) 6위를 정점으로 ‘파랑새’는 점차 순위가 하락했고, 마침내는 음원 상위권에서도 모습을 감췄다. 운동의 목표 달성 실패는 아이돌 팬덤의 위력과 대중적인 정서를 쉽게 돌리기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그 후 1년 뒤에 ‘인디고차트’가 등장한 것은 인디음악이 중심이 되는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마냥 크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이고 오래가는 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으리라.

처음 ‘인디고차트’가 등장할 때는 순조로운 듯 했다. 1차적으로는 홍대에 자리를 잡은 라이브클럽과 음반매장을 중심으로 무료 배포하던 인디고차트는 1호에는 1000부만을 배포했지만, 차트를 원하는 수요가 너무 많아 2호부터는 바로 발행부수를 두 배로 늘려 2000부씩 배포했다. 온라인을 통한 노출도 놓치지 않아 일찌감치 포털사이트 ‘다음’과 게재 계약을 맺어 지금은 사라진 음원 플랫폼 ‘다음 뮤직’을 통해 차트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동시에 ‘인디고차트’가 등장한 2011년은 여전히 무가지의 세력이 유의미하게 존재하던 시기였고, 한편으로는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발행 중인 ‘스트리트H’ 같이 홍대의 젊은 세대를 상대로 한 무가지 발행이 활발하게 전개되던 시기이다. ‘인디고차트’ 역시 배포 자체는 무료로, 수익은 오프라인 무가지 차트에 게재되는 광고나 차트 판권 판매를 통해 챙기는 것을 모색했던 듯 싶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의 한국 발매, 이에 맞선 삼성 갤럭시 S의 출시는 한국에서도 본격적 스마트폰 붐을 만들어 냈고 이는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소화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는 수많은 기기와 매체들의 몰락을 낳았다. 무가지는 그 직격탄을 고스란히 받은 매체였다. ‘메트로’나 ‘포커스’ 같은 대형 무가지가 휘청이는 가운데, 인디음악 차트가 주된 콘텐츠였던 ‘인디고차트’의 오프라인 무가지는 바로 타격을 받았다. 그렇다고 ‘스트리트H’처럼 차트 이외에 다른 아기자기한 내용을 넣은 재정적 여유도 없었다. 본래 인디음악 전문 유통회사인 미러볼뮤직과 윈드밀미디어, 그리고 ‘크라잉넛’으로 잘 알려진 인디음악 전문 기획사 드럭레코드가 함께 비용을 분담하던 ‘인디고차트’는 결국 2013년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대신 미러볼뮤직이 전담하여 온라인 게재를 중심으로 차트를 운영하는 ‘케이인디차트’로 새롭게 다시 출범하게 되었다.

‘케이인디차트’는 최대한 자신들의 차트가 온라인으로 뻗어나가길 바랐다. 이름과 운영체계를 정비한 이후 케이인디차트는 양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과 ‘지니뮤직’에 자신들이 만드는 차트를 정기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방문하는 음원 플랫폼인 만큼 이들 사이트를 통해 차트를 게재하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으리라고 생각했었으리라. 그러나 상황은 케이인디차트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멜론과 지니뮤직은 애시당초 자사 플랫폼의 수익이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음원이 나올때마다 꾸준히 ‘총공’으로 소비하는 아이돌 팬덤에게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케이인디차트를 비롯해 음악에 대한 비평이나 칼럼, 에세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 요소’에 불과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스마트폰 앱으로도 케이인디차트를 비롯한 칼럼들은 쉽게 메인이 노출되지 않았다. 정말로 그 콘텐츠가 필요한 사람이 알음알음 찾아 확인하는 이상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나마도 오래가지 못했다.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아니면 케이인디차트가 먼저 홀대를 참기 어려웠던 듯 2016년에 케이인디차트의 멜론과 지니뮤직 게재가 중단되었다. 대신 케이인디차트의 운영사인 미러볼뮤직은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차트를 알리기 시작했다. 미러볼뮤직은 ‘케이인디’라는 말을 어떻게든 정착시키려,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올라가는 인디음악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나 플레이리스트 같은 콘텐츠에도 한동안 적극적으로 ‘케이인디’라는 수식어를 붙였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던 것일까. 유튜브를 통한 차트 소개 영상은 2019년을 끝으로, 팟캐스트를 통한 음원 소개 역시 2020년 5월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더 이상 미러볼뮤직은 자사 유튜브에서도 ‘케이인디’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미러볼뮤직은 ‘케이인디차트’의 활로를 한국 바깥에서 찾고야 말았다. 바로 일본이다. 팟캐스트를 통한 케이인디차트 소개를 5월에 중단한 이후, 6월부터 일본의 한국 인디 음악 전문 레이블 ‘비사이드’(Bside)와 계약을 맺어 케이인디차트의 일본어판을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 ‘비사이드’ 레이블은 일본 음반사 ‘빙’(Being)의 한국지사에 시작해 KBS미디어, 그리고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의 일본지사에서 일한 경력을 지닌 김선희 대표가 2019년에 세운 회사이다. ‘비사이드’는 2019년 ADOY나 검정치마 같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디음악 뮤지션들의 일본 활동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며 조금씩 회사의 세를 늘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6월부터는 케이인디차트의 공식 일본 총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케이인디차트 일본어판’은 역설적으로 이젠 미러볼뮤직 홈페이지나 케이인디차트 공식 SNS를 빼면 만나볼 길이 없는 한국의 케이인디차트보다 훨씬 넓고 멀리 퍼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찌감치 중단된 미디어 게재를 더욱 왕성하게 벌이는 것을 주목해야만 한다. 비사이드 레이블은 2019년 6월에 창간한 일본의 한국 인디음악 전문 웹진 ‘버지 루츠’(Buzzy Roots)와 손을 잡고 정기적으로 케이인디차트를 게재하게 되었다. 동시에 비사이드는 자체적으로 저작권 계약을 통해 케이인디차트에 게재된 음악들을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하는 공식 영상까지 제작 중이다.

▲K인디음악차트.
▲K인디차트 일본어판. 

물론 일본에서도 한국 인디음악은 주류가 아니며, 조회수가 많다고 보기에도 어렵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작 한국 인디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차트의 매체 게재가 사실상 전부 중단된 상황에서, 오히려 일본 매체를 통해서만 공식적으로 차트를 접할 수 있는 현실은 너무나도 많은 함의를 지닌다. 그 함의는 여전히 세계 2위의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음악 시장의 광범위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K-POP과 한류만을 말할 뿐 그 외부의 상황에 대해서는 쉽게 눈을 감거나 목소리가 턱 밑까지 올라올 때가 되어서야 말을 듣는척 하는 미디어 환경과 한국의 전반적인 음악 향유 실태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미러볼뮤직의 보도자료를 통해 케이인디차트의 일본어판 계약 소식이 나왔을 때가 정말로 단적이었다. 대다수의 언론은 보도자료를 사실상 그냥 옮기는 수준을 넘지 못하며 모두 ‘일본 진출’에만 초점을 맞췄다. 정작 그 ‘일본 진출’을 하게 된지 몇 주 전에는 미러볼뮤직이 자체적으로 팟캐스트를 통해 차트를 소개하던 것도 중단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그 어떤 매체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쪽 매체가 케이인디차트의 일본어판 발매를 주목하며, 한국에서는 단 한 매체도 진행하지 않은 일본어판 발매에 대한 경위나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묻는 인터뷰를 진행했을 따름이다.

(관련기사 : 일본 ‘Real Sound’, “케이인디차트 일본판 시작을 계기로 찾는 한국 인디씬의 지금 ‘레트로 사운드를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 케이인디차트가 미러볼뮤직 자체 SNS 게재를 제외한 타 매체 게재를 포기하고 일본에서만 유일하게 매체 공개되는 상황은 2010년대 이후 2020년 현재까지 한국 음악이 처해왔던 환경하고도 맥락을 같이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는 더 이상 TV를 통한 음악 프로그램 자체가 ‘열린음악회’나 ‘가요무대’, 또는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트로트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시청률 자체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더 이상 TV가 음악 환경의 중심이 아닌지 오래고, 그 빈자리를 인터넷과 모바일이 메웠지만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곧바로 음악 생태계의 다양화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매체를 즐기는 통로가 TV에서 모바일로 이전했을 뿐, 여전히 화제를 만드는 것은 MBC나 CJ ENM 엠넷 같은 방송사이다. 네이버가 ‘온스테이지’로, CJ문화재단이 ‘아지트 라이브’,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딩고가 ‘딩고 뮤직’, ‘딩고 프리스타일’ 등으로 비주류 뮤지션 등을 주목하지만 그 파장은 기존 방송사와는 여전히 비교하긴 어렵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플랫폼이 지니는 영향력은 더욱 급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엠넷이 줄기차게 뽑아내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은 물론이며, 사실상 ‘무한도전’의 후속 프로그램이라 봐도 무방할 MBC의 ‘놀면 뭐하니?’는 방송 프로그램이 음악 향유에 미치는 영향력이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낸다. 마치 ‘무한도전’이 ‘가요제’ 특집을 할 때마다 음원 시장에 강력한 파장을 낳았던 것처럼, ‘놀면 뭐하니?’가 지금까지 만든 밴드 특집 ‘유플래쉬’, 트로트 특집 ‘뽕포유’와 ‘유산슬’, 그리고 이효리와 비를 끌고 오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여름 댄스 음악 특집 ‘싹쓰리’는 방송에 등장하고, 다시 음원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큰 파장을 일으킨다.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

물론 누군가는 직접적으로 연습생을 착취하거나 투표 순위 조작을 저지른 CJ ENM 엠넷보단 MBC가 더욱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MBC는 공식적으로는 무한도전은 물론 ‘놀면 뭐하니?’ 차원에서 기획, 발매한 음원 수입은 모두 기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음악 관련 특집을 할 때마다 정재형, 10cm, 혁오, 새소년과 같은 인디음악 뮤지션을 ‘발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디음악 가수들이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통해서 꾸준히 자신의 신곡을 발표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따금 여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겨우 자신의 노래를 퍼트릴 기회만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동시에 혁오나 정재형 같이 오랜 시간 자신의 음악을 해왔으면서도 이런 특집 프로그램이 아니면 자신이 해왔던 음악을 좀처럼 보여줄 기회가 없는 상황은 다른 인디음악 뮤지션들에게 어떤 심리를 낳을까. 오히려 이런 식으로만 비주류 음악을 보여줄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다시 역설적으로 한국의 음악 향유가 미디어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오히려 한국의 음악 시장 현실을 가깝게 드러내는 것은 BTS나 트와이스 같은 ‘유명 한류 아이돌’이 아니라 케이인디차트 같은 9년의 역사를 지닌 음악 차트가 한국 내에서는 도저히 알리기 어려운 현실이 아닐까. 동시에 평단은 물론 인디 음악 내부에서도 꾸준히 좋은 평가를 들으며 당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인디 록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20주년을 맞이해 기념 공연이나 베스트 앨범을 내는 대신, “더 이상 존속이 어려워 당분간 활동을 중단한다”는 선언을 낸 사건이 지금 한국 음악이 놓인 환경을 더욱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관련기사 : 시사IN 이기용, “남상아 ‘록 음악 해왔지만 로커이고 싶지 않다’”) 미디어도, 환경도 모두 ‘지금 당장 잘 될 사람’만 바라보는 가운데, 한국의 음악은 커지는 동시에 수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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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8-09 14:09:49
인디 음악을 보면 독립영화와 해외에서만 인기 있는 제품이 생각난다. 기생충, 벌새, 본촌치킨.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일명 내수제품 위주로 갈 건가 아니면 수출경쟁력 위주 산업으로 갈 건가. 현재 한국의 트로트 열풍은 해외로 수출될 수 있을까(개인적인 생각은 아니다). 우리는 어떤 산업을 키워야 할까.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한류를 알릴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인기 있으면 해외에서 무조건 인기가 있을까.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어려운 문제다. 지나친 신자유주의(이익 위주)가 될 수 있고, 국민에게 국뽕 마케팅(우리 제품만 사용)을 강요할 수도 있다. 경쟁력은 제작비용인가 아니면 실력인가 그것도 아니면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친숙한 가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