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문화일보가 2013년 쓴 “법원노조 간부 2명이 통진당원”이라며 실명으로 보도한 기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최초보도 후 7년 만이다.

대법원 민사2부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와 노조 상근직원 3명이 문화일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문화일보는 자신들이 실명으로 보도한 법원 노조 근무자 등 3명에게 총 800만원의 배상을 하게됐다. 

문화일보는 2013년 10월14일 “‘국보법 위반’ 통진당원이 법원노조 간부”라는 기사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돼 종북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통진당원과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 인사 3명이 법원 노조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썼다. 이 기사는 당시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원노조 사무실 및 상주근무자 현황’에 따른 것이었다.

문화일보는 법원노조 본부 A씨에 대해 대학 시절 이력과 통진당원이라고 쓰고, B씨와 C씨에 대해서도 통진당원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갑윤 의원의 의견을 따 “대한민국 민주자유 수호의 최후보루인 사법부에서마저 좌파들이 활개를 치는 현실에 개탄한다”고 보도했다.

▲2013년10월14일 문화일보 1면.
▲2013년10월14일 문화일보 1면.

A씨 등은 해당보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법원 공무원도 아니고 조합업무 수행을 위해 채용된 직원으로 공적 존재로 보기 어렵고 이들이 특정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 관한 정보는 공익성 있는 정보라 보기 어렵고 정당의 가입‧탈퇴에 대한 정보는 개인의 내밀 영역에서 형성되는 가치관과 관련되어 보호되어야 한다”며 보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1심은 문화일보와 기자가 총 14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법원노조에 대한 명예훼손은 받아들이지 않아 8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도 원고일부승소 원심을 확정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관계자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7년 전 당시, 2013년 9월 내란음모 사건 등 공안 조작 사건을 터뜨리고 그 과정에서 노동단체, 통진당파 사람들에 대한 보도를 줄줄이 썼다”며 “이후 2014년 통진당이 해산되는데 문화일보의 기사 등은 진보 정당을 탄압하고 말살하기 위한 과정에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논의를 거쳐 소송을 했고, 6~7년여 만에 판결이 나왔다,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판결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다만 문화일보의 보도가 법원 본부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니라고 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액수를 떠나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이, 당시 정권이 행한 진보 세력과 노동조합 탄압에 편승해 법률을 어기고 왜곡보도를 한 것에 엄중하게 자신들의 잣대를 다시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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