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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MBC 지사화 추진에 대한 유감
지역MBC 지사화 추진에 대한 유감
[ 기고 ]

MBC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중의 하나로 일부 지역방송사의 지사화를 추진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첫 번째 대상이 서울MBC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춘천MBC와 MBC강원영동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방문진에 대한 계열사 생존방안 보고의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 지분 100% 회사 중 일부 허가권을 반납하고 지사화를 하고자 하는데, 강원권 ‘춘천MBC’와 ‘MBC강원영동’ 의 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반납하고 해당사엔 잔여 자산 및 인력을 본사에 승계하는 방식이다. 지사화 후 최소 인력으로 KBS 총국 수준의 송출 기능만 수행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 같다. 

결국 MBC의 지역방송사 지사화는 지역자체 방송을 하지 않고 중앙에서 보내는 프로그램을 단순 중계하는 역할만 하게 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역방송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역방송에 대한 문제의식과 방법론에서 결코 긍정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난 5월 MBC는 한국방송학회의 웹 콜로키엄에서 자사가 공영방송임을 천명한 바 있다. 지역방송 축소는 공영방송이라는 문제의식과 거리가 먼 방법론이다. 공영방송은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전국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차원에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역방송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지역방송은 지역주민들의 필요와 편의 그리고 이익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을 해야 한다. 방문진 보고 내용과 학회 발표내용이 왜 이렇게 이율배반적인가.

▲ 춘천MBC 홈페이지.
▲ 춘천MBC 홈페이지.

MBC의 공영방송 천명은 지역방송이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기반에서 만들어진 허울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춘천MBC는 12.7%(자체편성을 포함하면 16.0%) 정도 자체제작을 하여 편성하고 있는데, 그나마 공동제작을 제외하면 얼마되지 않는다. 현재 춘천MBC의 정규직 종사자는 46명 정도로 50명도 채 안되는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뭘 얼마나 더 줄여서 지역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편성하겠다는 것인지, 지역방송의 현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방침인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지역사 입장에서는 사실 자체 프로그램에 광고를 붙일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자체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경영상으로만 보면 제작하지 않고 본사에 의존하는 것이 훨씬 낫다. 그런데 지역사들은 왜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하고 지역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영방송인 MBC가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에는 MBC 지역계열사 말고도 다른 지역 지상파방송이 있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미 지상파방송으로 KBS와 SBS가 있기 때문에 MBC 하나쯤 없어도 된다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을까? 강원도민을 무시하고 지역방송의 역할을 포기한 MBC에 대해 지역민들의 의식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MBC 시청거부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지역민영방송 출범시 자체편성을 일정 비율이상 하도록 방송법(시행령)으로 명시하면서 KBS 지역국과 MBC 지역사들을 예외로 한 것은 이미 오랫동안 일정비율 이상 지역프로그램을 자체 편성해 온 관행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혜택을 받은 지역MBC로 하여금 지사화 역할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구체적으로 지사화의 그림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선 뭐라 할 수 없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전후 사정을 잘 파악하여 지역주민들을 무시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규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춘천MBC 사옥. 사진=flickr
▲ 춘천MBC 사옥. 사진=flickr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 다른 지역방송 종사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떠한 반응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아예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당장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그냥 방관자의 태도로 안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느 한 지역사에게 닥친 시련은 곧 자기에게도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수순을 굳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방송은 내가 입사할 때부터 어려웠는데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텐데 그러나 별일은 없을거야” 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오판이다. 박성제 사장은 지역방송에는 일말의 애정도 관심도 없어서, 지역방송 한 두 개쯤 문닫게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지사화를 추진하면 현재의 구성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역사를 없앤다면 MBC로서는 어떠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더 늦기 전에 MBC가 지사화를 추진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지, 최선의 방법인지를 지역사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밝히고 공개 토론을 해서 해결방안을 찾고자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춘천MBC는 사옥을 마련할 때 지역방송을 제대로 해달라는 지역주민들의 열망이 담겨있다. MBC의 지역사 지사화는 이와 같은 춘천시민들의 열망을 일거에 무시하고 지역의 요구와 바램을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MBC가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면 지역사의 생존방안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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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08-11 15:05:33
정말 방송의 공공성을 위한다면, 수신료 정상화나 수신료 대신 세금(미국/호주/네덜란드/벨기에)으로 내는 방법을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닐까. 수신료 말을 꺼내면 보수단체에 공격받을까 봐 무서운가. 공공성을 위한다면, 가장 핵심인 수신료에 대해 정면돌파해라. 공공성을 위하는 척하면서 핵심을 피하는 것은 지식인이 할 일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편에 선적은 있나? 2020-08-11 12:19:40
지역민편에 서서 언론의 역할을 하기보단 지역 업체 토호와 정치인들 대변자 역할하며 꿀빨던 지방사들이니 애초에 존재감도 없지.
MBC대구나 부산처럼 지역 밀착된 프로그램을 만들 노력이나 해봤나?
특히 KBS지방사들은 진짜 문제다. BNK은행이 주가조작해서 회장이 구속됐는데 지역경제 위기 핑게대며 처벌을 완화해야 한다고 나이많은 여기자가 쉴드 치는 거 보고 경악했다. 국민을 상대로 지역거점은행이 경제사기를 쳤는데 그걸 비호하는 방송을 버젓히 ㅎ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