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사건이 새로운 국면에 맞았다. 사건 초기부터 보수진영에선 이 사건이 검언유착이 아닌 정권과 MBC의 ‘정언유착(권언유착)’ 혹은 친정권 성향의 일부 검찰조직까지 가담한 ‘정언검유착’을 주장했지만 크게 탄력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권경애 변호사 폭로 등 일련의 사건 이후 권언유착 주장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를 주장하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통합당과 함께 총공세를 펼치는 조선일보 뿐 아니라 다른 신문들도 검언유착이 아닌 권언유착 의혹에 비중을 두는 모양새다. 

‘협박취재’와 ‘검언유착’ 의혹 등으로 채널A에서 해고된 이 전 기자는 지난달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치권과 거대 언론사(MBC)가 함께 작정하고 치밀하게 나왔다”며 이른바 ‘권언유착’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인터뷰 제목을 “권력·사기꾼·MBC 합작”으로 뽑았다. ‘사기꾼’이란 MBC와 ‘제보자X’로 알려진 지아무개씨를 말한다. 

그렇지만 약 한달간 논란은 ‘검언유착’ 의혹 쪽에 관심을 모았다. 지난 3일 미디어오늘 의뢰로 진행한 리서치뷰 여론조사를 봐도 상당수 응답자(41%)는 이 사건을 기자개인의 일탈이 아닌 검언유착 의혹으로 봤다. 

최근 벌어진 세 가지 사건으로 전세가 역전된 모습이다. 

▲ 지난달 19일 KBS가 전날 오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KBS 갈무리
▲ 지난달 19일 KBS가 전날 오보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사진=KBS 갈무리

 

‘검언유착’이냐 ‘권언유착’이냐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던 분위기에 균열을 낸 건 지난달 18일 KBS가 “기자와 검사의 공모정황을 확인했다”고 리포트했는데 오보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공영방송도 검찰발 정보를 제대로 교차확인하지 않아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진영갈등 차원에서 보면 분위기가 바뀐 건 사실이지만 ‘이쪽이나 저쪽이나 검찰 의존 보도는 비슷하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검언유착’의 가능성을 더한 측면도 있다. 

두 번째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지난 5일 이 전 기자와 그의 후배 백아무개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 공모 부분을 기소장에 적지 못한 것이다. 

▲ 6일자 검찰 수사 관련 경향신문(위) 보도와 한국일보 보도
▲ 6일자 검찰 수사 관련 경향신문(위) 보도와 한국일보 보도

 

6일자 신문을 보면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은 “검언유착 못 밝힌 수사”로 봤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공모여부’ 적시 안했다”고 보도했다. 전자는 혐의를 못 찾아서 기소장에 ‘공모’가 빠졌다는데 방점이 있고 후자는 대검찰청의 수사방해 등으로 수사를 못했다는 뉘앙스 차이는 있지만 ‘공모’ 증거를 찾지 못한 게 현재 상황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 낸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세 번째 사건은 권경애 변호사의 지난 6일 폭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총장과 한 검사장을 쫓아내겠다고 말했다”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윤 총장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허위라고 반박했다. 권 변호사가 최초 올린 페이스북 글을 내렸고 해당 글에서 한 위원장과 통화 시점 등의 오류를 시인했지만 한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철회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방은 지속될 예정이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한 위원장이 당정청 회의 참석해서 방송 관련 이슈를 논의했다며 공세를 펼치던 통합당은 권 변호사 폭로 이슈로도 논평을 내기 시작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6일 “이제는 ‘권언유착’의 진실이 밝혀질 시간이다”라는 논평에서 “권언유착이 되레 과장과 조작, 허위보도를 통해 검언유착 의혹으로 둔갑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이 권 변호사와 통화 사실 자체를 인정하자 황 부대변인은 이날 추가 논평에서 “부적절한 (MBC)보도 개입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7일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은 “국정조사로 ‘권언유착’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논평에서 국정조사를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7일 사설 “‘방송위원장이 윤석열·한동훈 공격’, 드러나는 정권·방송 공작”에서 한 위원장 뿐 아니라 추미애 법무장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같은당 황희석 최고위원 등을 언급하며 “누가 더 개입돼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6일에도 “‘고위직이 MBC 한동훈 보도 예고했다’는 말 진위 밝혀야”, “헛발질로 끝난 ‘검언유착’, 이제 정권·MBC의 ‘공작’ 수사하라” 등 두 편의 사설을 실었다. 

한편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가 KBS 관련 보도 취재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7일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배당해 수사를 시작했다. 또한 한 검사장도 지난 4일 KBS 보도 관련자 등 8명에게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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