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하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희숙 현상’, ‘윤희숙 신드롬’이란 용어까지 사용하며 윤 의원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 연설 한번으로 일주일 넘게 관심을 받고 다수 매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하는 걸 보면 ‘윤희숙 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 통과에 반대하는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자신이 임차인이라며 여당이 주도한 해당 법안이 전세 소멸을 가속화하며 월세를 증가해 결국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을 덜덜 떠는 모습은 연설에 익숙치 않은 초선의원의 순수함으로 비쳤고, 과격한 언사가 없는 연설은 통합당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냈으며 그의 학력과 KDI 출신 이력은 신뢰를 부여했다.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미래통합당 유튜브 갈무리
▲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미래통합당 유튜브 갈무리

 

윤 의원 연설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은 엉뚱했다. 오랜만에 벌어진 정책토론으로 국회가 관심을 받는 가운데 박범계 의원은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라며 지역감정을 이용해 윤 의원 개인을 공격했다. 

전세공급이 줄어드는 요인이 많은데 마치 해당 법안이 모든 원인인 것처럼 주장한 것을 비판하기 보단 윤준병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건 나쁜 현상이 아니며 전세제도는 자연스럽게 소멸할 제도”라고 말했다. 

윤 의원 연설도 실제 내용은 임차인에게 부여한 약간의 권한을 거세게 공격하며 임대인의 불로소득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초점을 둬 비판할 지점이 많다. 하지만 이후 윤 의원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모습, 서울 서초갑 출신 윤 의원의 지지층을 고려하면 역시 윤 의원의 승리다. 

이에 통합당 진영에서 윤 의원 띄우기에 나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같은당 출신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다수가 윤 의원 연설을 극찬했다. 사실상 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같은당 박수영 의원은 지난 2일 윤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직접 언급했다. 

언론에서도 운을 뗐다. 지난 1일 데일리안 “통합당, 윤희숙 같은 인재 12명만 있으면 민주당 압도한다”란 칼럼에선 윤 의원을 차기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제2의 윤희숙을 선발해 이들 중 서울시장, 부산시장, 차기 대선주자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를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 조선일보 지난 3일자 윤희숙 의원 관련 보도
▲ 조선일보 지난 3일자 윤희숙 의원 관련 보도

 

이어 주요 언론에서 서울시장과 윤희숙을 엮는 보도를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 일주일간 약 15건의 윤 의원 관련 기사·칼럼을 쏟아내며 윤 의원에 주목했다. 한 예로 5일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에서는 “통합당은 법으로나 완력으로나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입 하나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8개월, 5700여 시간이 남았다”며 “윤희숙의 5분같은 강렬함으로 그 시간을 채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관련 보도를 보면 역설적으로 통합당의 인물난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당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다. 과거 서울시장 낙선 경험이나 스스로 시장직을 내던진 경력, 이번 총선 낙선 등이 겹쳐 사실상 새 인물이 필요한 상태다. 

현직 지역구 초선의원이 의원직까지 내던지고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긴 쉽지 않다.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후보’ 관련 질문에 윤 의원 스스로 밝혔듯 그는 “아직 제대로 된 정치인도 아니다.” 화제가 된 연설 이후 당내에선 윤 의원을 결국 추가로 연설대에 세우지 않았다. 일단 이 국면에 필요한 적절한 대여공세용 ‘카드’라는 뜻이다. 

▲ 윤희숙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하는 기사들
▲ 윤희숙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하는 기사들
▲ '윤희숙 효과' '윤희숙 신드롬'을 언급하는 기사 중 일부
▲ '윤희숙 효과' '윤희숙 신드롬'을 언급하는 기사 중 일부

 

그럼에도 언론이 윤 의원과 서울시장 후보를 엮은지 약 일주일 만에 결국 당 지도부 입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왔다. 통합당 비대위원인 성일종 의원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스타는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나타난다”며 “초선이든 다선이든 국민께서 (서울시장 후보라고) 판단하면 그 부응을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걸까. 윤 의원은 6일 페이스북에 “대학 진학 여부는 사실상 7살 이전에 결정된다”며 정부의 평준화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한국경제는 그의 SNS 글을 ‘단독’이란 타이틀까지 붙여 기사화하는 등 언론이 검증·비판보다는 윤 의원 주장을 퍼나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윤 의원은 욕망의 민낯을 볼 수 있는 부동산과 교육 이슈를 모두 건들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양당의 구도가 바뀌거나 새 화제의 인물이 나타나기 전까지 이 열기는 식지 않을 분위기다.

통합당은 국민정서에서 이탈해 총선에서 패배했고, 민주당은 선거 이후 기대를 받았지만 오히려 통합당보다 더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 윤 의원은 두 당의 한계 내지 빈틈 한가운데 서서 화제가 됐다. 이에 현실성있는 비판이나 냉정한 진단보다는 스펙타클한 양당의 대립구도를 선호하는 정치권 보도가 그를 서울시장 후보로 무리하게 띄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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