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복장에 대해 악성댓글이 뜨거운 가운데 일부 매체가 이를 비판하는 형식으로 기사를 쓰면서 교묘하게 어뷰징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원피스를 입은 사진을 연합뉴스가 보도하자 해당 기사,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와 페이스북 그룹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등에서 여성혐오, 청년비하 성격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5일 류 의원이 포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에 일부 매체에서 댓글을 비판하면서 그 댓글 내용을 제목으로 뽑는 행태를 보였다. 다음은 5일자 류 의원 관련 기사 제목이다.

매일경제 “류호정 원피스 차림에 ‘옵빠 한번 외쳐라’…진중권 ‘미친XX들’” 
조선비즈 “‘빨간 원피스’ 등원 류호정에 與지지자 ‘다방’ ‘도우미’ 성희롱 쏟아내”
조선일보 “류호정 분홍원피스 입고 등원에..‘티켓다방이냐’ 도넘은 비난” 
중앙일보 “류호정 분홍원피스 등원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
한국경제 “‘별풍선 줄까?’ ‘분홍 원피스’류호정에 성희롱 쏟아낸 與지지자들”
한국면세뉴스 “‘술집 여성, BJ같다’ 류호정 국회서 짧은 원피스”
금융소비자뉴스 “류호정 ‘분홍 원피스’ 복장에 與지지자 ‘룸싸롱 새끼마담’” 막말

악성댓글을 향해 “도 넘은 비난”, “성희롱” “막말” 이라면서 그 댓글을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기사 제목이 주는 무게감을 고려하면 혐오성격이 있는 댓글을 그대로 제목에 넣는 것은 부적절하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잠시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미 류 의원이 미디어오늘을 비롯해 일부 매체에 입장을 밝혔고, 이날 오후 정의당 차원에서도 입장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악성댓글을 비판하거나 류 의원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충분히 이를 제목에 반영해 혐오표현을 지적하는 방법이 있지만 일부 매체에서는 여당 지지자를 공격하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로 이 사안을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매체 스스로 밝혔듯 성희롱, 막말 댓글이기 때문에 이를 류 의원 복장에 대한 찬성vs반대의 구도로 제목을 뽑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비난이나 혐오표현을 하나의 의견처럼 다루는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류 의원은 5일 미디어오늘에 “일터에서 양복을 입는 직장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화이트칼라 중에서도 일부일 정도로 소수다. 과거 IT업계에 있을 때도 정장을 입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입법노동자로서 일하러 가는 것이니 정장이 아닌 옷도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하는 모습이 다양한데 국회에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위 정치인다운 복장과 외모를 강요함과 동시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행태에 불과한 말들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아닌 여성 정치인의 외모, 이미지로 평가함으로써 정치인으로서의 ‘자격 없음’을 말하려고 하는 행태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일베·민주당원 복장 비난에 류호정 “천편일률 국회 요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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