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다주택자 규제 강화, 무주택자 전·월세 신고제, 생애최초 주택취득세 완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됐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처리했다며 반발해 온 미래통합당은 본회의에 참석해 각 법안에 반대 토론을 하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윤희숙 통합당 의원의 연설이 반향을 부른 가운데, 여야 의원 20여명의 주요 쟁점에 대한 찬·반 의견을 펼쳤다.

‘부동산세 3법’으로 불리는 소득세법·법인세법·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여야 의원 4명이 토론을 벌였다. ‘소득세법’은 주택 양도세율을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70%,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60%로 올리고 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20%p, 3주택 이상 보유자에 30%p를 중과세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인세법’은 법인의 주택 양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 세율을 현행 10%에서 20%로 인상, ‘종부세법’은 3주택자 이상 또는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 최대 6%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정치공학적 얄팍한 편가르기로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부동산 정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추 의원은 “국민은 현 정권이 선심성 정책으로 재정을 펑펑 쓰고는 집값 잡는 명분으로 꼼수 증세를 한다면서 ‘아 문 정권은 처음부터 다 계획이 있었구나’ 얘기한다. 지금은 증세가 아니라 감세가 필요한 상황”이라 주장했다. 그는 “지난 3년 간 큰 폭의 보유세 강화에도 집값 상승이 멈추지 않자 서울·수도권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 소유자를 부도덕한 투기꾼,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면서 화풀이하듯 또 세금폭탄을 안기고 있다”며 “경기대응이나 시장안정 측면에서 취득세·양도세 등 거래세를 크게 내려 시장에 매물이 나오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투기수요 억제하지 않고 공급만 늘리면 가격이 잡히고 실수요자에게 돌아가느냐”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규제완화는 신규주택을 다주택자 몫으로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14~2016년 공급된 23만호 중 무주택자에게 돌아간 주택은 22%, 나머지 77%는 다주택자에게 흘러들어가 2013~2016년 해마다 서울에서 1주택자가 1명 늘어날 때 다주택자가 3명 늘어났다”며 “주택시가총액이 2005년에서 2019년 4700조원으로 2.4배 늘어났는데도 보유세 실효세율이나 종부세 세수가 제자리인 게 정상인가” 반문했다.

소수 정당 의원들의 연설도 눈길을 끌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힘 없는 주거약자를 위해 필요한 게 공공임대주택이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율이 10%에 못 이른다. 부끄럽지 않느냐”고 말했다. 통합당 쪽에서 ‘진작 지었어야지’라는 핀잔이 나오자 김 의원은 “그렇다. 여러분이 종부세 열심히 거뒀으면 진작에 지을 수 있었을 거”라 응수했다. 김 의원은 이날 언론을 향해서도 “부동산 광고에 휘둘리지 말고, 광고주에 휘둘리지 말고, 클릭수에 휘둘리지 말라. 기사를 빙자한 부동산 부풀리기 허용하지 말라”고 목소리 높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저는 서울 은평구 빌라에 신랑과 살고 있다. 대출 끊기면 어떻게 목돈 마련하나, ‘나가라’면 어디서 집 구해야 하나 걱정하기도 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용 의원은 통합당을 향해 “강남3구 국민만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고통받는 모든 국민의 삶이 걱정된다면 자신 이름으로 된 집 한 채는 커녕 4평짜리 최저기준 삶을 살아가는 국민의 대표자가 되어달라. 23억 불로소득 아까워 말고, 수십년 월급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서민의 대표자가 되어달라”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부동산으로 23억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보도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용 의원은 또 “여당 의원들께도 말씀드린다. 부동산 문제에 분노하는 국민 보며 ‘이런다고 집값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느냐”며 최근 논란이 된 진성준 민주당 의원 발언을 꼬집었다. 그는 “임대차법으로 어느 시점에 임대료가 껑충 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효성 있는 전월세 전환율 대책, 신규계약에도 적용되는 임대료 인상률 상한제 등 더 적극적인 임차인 보호가 필요하다. 부동산 기대수익을 낮추면서도 조세저항 피하고 부동산 불평등 해소하는 직접적 재분배 정책인 토지기본소득과 결합된 토지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는 최저기준 4평짜리 방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주거권 보장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수익성 좋은 상품이 돼버린 집을 국민이 존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지키는 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왼쪽)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TV 유튜브 생중계.
▲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왼쪽)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 찬성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TV 유튜브 생중계.

다주택자 취득세율을 높이는 ‘지방세법’, 생애최초 주택의 취득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지방세법 특례제한법’ 개정안 토론도 이어졌다. 현행 4%인 취득세율은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8%, 법인·주택에 12%로 상향된다. 비조정대상 지역의 경우 2주택 이하는 현행(최대 3%) 유지, 3주택은 8%, 4주택은 12%로 인상하되 조정대상지역보다 취득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지방세법 특례제한법은 생애최초 주택의 취득세 감면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다. 신혼부부에 한해 허용했던 감면 혜택(1억5000만원 이하 면제, 3억원 이하 50%)은 연령·혼인여부와 관계 없이 적용하기로 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박수영 통합당 의원은 “세금을 이렇게 갑자기, 많이 인상해도 상처입을 국민이 없을까. 법인이 직원의 숙소로 부동산 매입하는 건 집 없는 직원들 복지 위해 필요한 일 아닌가. 왜 갑자기 몇배의 세금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느냐”며 “국민의 내 집 마련이 아니라 정부 세금 마련이 진정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취득, 보유, 양도 3가지 과정 모두에 대해서 세금을 올리는 정책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종부세 올리면 주택공급이 늘고, 양도세 올리면 주택공급 줄어든다. 도대체 정부 정책 목표는 주택공급 늘리는 거냐, 줄이는 거냐” 물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는 투기억제에 효과적 세제정책”이라며 “야당이 반대토론으로 전해준 의견을 법안 논의과정에서 말해줬다면 더 좋은 법안 만드는 데 도움됐을 거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가격에 대해 ‘불안감을 양분으로 자라난 괴물 같다’는 비유가 있다. 불안감을 부추겨 경제·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도 있다”며 “이번 입법 뼈대는 학계·시민사회의 오랜 논의를 수렴한 결과이기도 하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켜 민생경제를 바로 세우고 불로소득을 차단해 경제정의를 세우려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의결해 달라”고 했다.

‘전·월세 신고제’라고 불리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올라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에 보증금과 월세액수 등 주택 임대차 관련 내용을 신고하고, 실거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임차인이 불리한 현실에서, 임대·임차인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해 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만들자는 취지다. 앞서 통과·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와 함께 ‘임대차 3법’으로 묶이는 법안이다.

송석준 통합당 의원은 “오늘 상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과 함께 이번에 완성될 전월세 3법도 문제가 많다”며 “징벌적 부동산 세제와 함께 전월세 3법은 당초 취지와 다르게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반대했다. 송 의원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 안정적 기간의 전월세 시장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전월세 3법은 오히려 국민의 전월세 거래를 일일이 정부가 신고 받고, 가격을 통제하고, 기간을 통제함으로 인해 오히려 역작용과 부동산 전월세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기간만 연장해줄 뿐 갱신 시마다 반복되는 전월세 가격 폭등은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허영 민주당 의원은 “2019년 주거실태조사 결과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은 3.2년으로 이미 1회 계약갱신이 이뤄지고 있다. 4년은 평균거주기간에서 약 10개월 정도 연장된 수준이다. 시장에 큰 동요를 주지 않고 실제 평균 주거기간에 부합한다”며 “1989년 임대차 거주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계약 상승률이 16.8% 올랐지만 그 다음해 1.9%로 낮아졌고 7년간 5% 전후 상승률을 기록하며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은 18대 국회부터 여야가 꾸준히 논의했다. 2013년 말 언론보도에 의하면 당시 새누리당도 1회에 한해 계약 1년 연장 법안 도입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관련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사진=국회TV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관련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표결에 불참했다. 사진=국회TV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이밖에 본회의를 통과한 부동산 관련 법안은 △임차인 보증금 보호를 위해 임대사업자가 주택 차입 정보를 제공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 △분양가 상한제 주택 거주자에게 5년 이내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주택법’ 개정안 △도심 내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및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 특례법’ 개정안 등이다.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간 재건축부담금 귀속 비율을 각각 10%씩 조정(광역 20→30%, 기초 30→20%)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김희국 통합당 의원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의 각 조항을 조목조목 따지며 “임차인 권리를 보호하듯 임대인도 보호돼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김 의원은 “임대의무 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해 세입자 거주안정을 높이는 입법취지에 공감한다. 그런데 당초 법이 정한 대로 8년을 목적으로 사업한 사람들이 있다. 새 규정이 적용되면 세금혜택 등을 못받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 믿고 사업 시작한 국민 권익은 보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조항이 준비가 덜 된 설익은 밥과 같다. 법의 완결성에 큰 문제가 있다”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한 다음에 법을 개정하자”고 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임대사업자 상위 30명이 보유한 임대주택은 총 1만1836채, 1인당 평균 394채다. 최근 3년 간 상위 30명의 전세보증반환사고 금액은 1096억원이다. 상위 5명의 사고건수는 357건으로 전체 건수 65%, 703억원으로 68%를 차지한다”며 “투기 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보유한 일부 임대사업자들이 가격 하락 시 보증금 반환을 회피하고 잠적하는 행태가 이런 사고로 이어진다”고 법안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집없는 서민과 중산층 행복을 위해 투기세력과 투기비호세력 뒤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들을 조정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어둠의 세력에게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경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통합당 의원이 헛웃음을 짓자 소 의원은 “지금 웃는 분, 투기세력과 비호세력에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마스크 벗고 이름 얘기하고 일어서서 하시라”고 말해 통합당 반발을 샀다.

토론이 이어지고 법안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통합당 의원들 상당수는 본회의장을 지켰으나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통합당 의원들은 각자 소속 당 의원들의 연설이 끝나면 박수를 치고, 상대당 의원으로부터 비판이 나올 때는 큰목소리로 항의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중간중간 “반대했으면 반대표를 찍어라” “반대표도 못찍는 사람이 말이 많다”며 핀잔을 놓기도 했다.

한편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대표 출신 홍준표 의원은 각 법안 표결에 참여하며 반대 또는 기권 표를 던졌다. 본회의가 끝난 뒤 그는 페이스북에 “25년 정치 생활중 이렇게 무도한 여당을 본 일도 없고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을 본 일도 없다”며 “본회의장은 각 진영의 여흥 놀이 무대가 되어 버렸고 아무런 감흥없고 내용없는 연설에도 자기들끼리만 웃으면서 박수치는 것이 일상화 되어 버려 엄숙해야 할 본회의장이 난전(亂廛)처럼 되어 버렸다. 국회의장의 장내 질서 유지도 되지 않고 중구 난방 박수부대 국회가 되어 버려 참으로 유감”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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