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여야 안팎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규택지로 발표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야당에서는 ‘성급한 대책’이라 지적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과천 정부청사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생각은 정말로 과천시와 과천시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식의 정책이다. 과천시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중하게 생각하는 현 정부가 시민들의 생활환경과 과천의 미래에 대하여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 관해 과천시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발표 전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으로 이번 정책을 결정한 것은 정말 실망스럽고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라 밝혔다.

김 시장은 본인 명의 성명을 내어 “과천시는 정부청사가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행정도시였으나 행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과천에 대한 보완 대책이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 상실감이 컸다. (중앙정부는) 지역공동화 방지 및 상권 활성화를 위해 과천시에서 지속 건의한 과천지원특별법 제정, 청사유휴지 개발 등을 외면하고, 묵살해왔다”며 “과천의 미래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과천시와 과천시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 반발했다.

▲ 김종천 과천시장 페이스북.
▲ 김종천 과천시장 페이스북.

김 시장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과천을 주택공급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이라며 “집을 지어서는 안되는 곳에 집을 짓고, 개발을 해서는 안되는 곳을 개발하는 것이 난개발이라면,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주택을 지어 공급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난개발”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시장은 과천시에 공공주택이 아닌 AI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구을 지역의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마포구청장도 저도 아무것도 모른 채 (주택공급대책이) 발표되었다. 당황스럽다. 지금 상암동 주민들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당혹감을 표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상암동은 이미 임대비율이 47%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며 “주민들과 마포구청, 지역구 국회의원과 단 한마디 사전협의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게 어디 있나.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반대할 리 있나. 그러나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주택정책과 현장의 주민들이 함께 승리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주민들의 현장 반대 목소리를 심각하게 경청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는 마포구민과 함께 할 것”이라 밝혔다. 정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을 의원. 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서울 마포구을 의원. 사진=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야당은 이번 대책 발표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여권발로 행정도시 이전, 그린벨트 해제, 용적률 상향 등 발언이 쏟아져 나오면서도 지금도 부동산 시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대책 발표는 이제 겨우 한 손에 소화기를 들었는데 또 다른 한손으로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는 집값 잡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말했다.

특히 재건축 용적률 상향, 층고 제한 완화,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 대책은 되레 “투기에 기름을 붓는 조치”로 규정했다. 심 대표는 “‘재건축 용적률 상향’과 ‘층고 제한 완화’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하고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규제해온 조치들이다. 부동산 폭등을 초래할 휘발성 높은 시중유동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발표된다면 투기수요가 겉잡을 수 없이 몰릴 것이 뻔하다”며 “‘신도시 용적률 상향’, ‘공공기관 유휴부지 활용’ 같은 경우도 지금처럼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비싸게 매각하고 건설사가 마음대로 건축비를 책정한다면 집 없는 서민들은 접근할 수 없는 비싼 주택만 공급될 뿐이다. 판교, 위례, 동탄 등 수많은 신도시 사례들의 전철을 밟을 게 뻔하다”고 했다.

또한 “임대사업자 특혜를 없앴지만 기등록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유지되고 있고, 8년 장기 매입임대 제도 폐지했지만 아파트에만 적용돼서 빌라와 다세대 주택에 대한 투기로 이어질 수 있다. 공급 이전에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보완 입법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 방안으로 △재개발·재건축에는 용적률 상향이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확대해서 공공임대주택 확대 △핀셋 지정으로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모든 민간택지에 적용하고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 분양, 환매조건부 제도를 이용해 저렴한 주택 공급 등을 제안했다.

▲ 4일 정부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자료 발췌.
▲ 4일 정부의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자료 발췌.

배준영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정부는 미래통합당과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급확대를 이야기했음에도 ‘규제강화’, ‘수요억제’로 일관해왔다. 그러고서는 연이은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도 없이 이번 공급대책을 내놨다.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2023년까지의 공급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며 “각종 대출 규제와 세금 폭탄으로 주택 소유와 거래를 막는 장애물이 겹겹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급을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집을 새로 얻고자 하는 신혼부부, 넓은 집으로 옮기려는 소박한 꿈을 가진 가족, 주거용 한 집만 가지고 있는 은퇴자들은 여전히 믿음이 안 간다”고 논평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서울·수도권에 신규 공급 13만2000호를 비롯해 총 26만2000호 이상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서울 노원구 태릉CC, 서울 용산구 캠프킴 등 도심내 군부지 △정부 과천청사 일대 및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등 공공기관 이전·유휴부지 △서울 마포구 상암 DMC 미매각 부지(마포)와 서울 강서구 SH마곡 미매각 부지 등 공공기관 미매각 부지 △서울 중랑구 면목행정복합타운과 노후 우체국 복합개발을 비롯한 공공시설 복합개발 등 신규택지에서 3만3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용적률 상향과 기존사업 고밀화로 2만4000호,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공공성 강화로 7만호, 규제완화 등을 통한 도심공급 확대로 5000호를 공급하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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