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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쓰레기’ 칼럼, 선동인가 풍자인가
‘경찰=쓰레기’ 칼럼, 선동인가 풍자인가
[이유진의 베를린 노트]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시작된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독일 내 경찰 조직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했다. 독일 경찰 내의 극우 세력과 인종차별적 행태가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베를린에선 6월4일 ‘차별금지법’이 통과됐다. 경찰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시민의 인종·성별·종교·언어·장애·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이들을 감시하는 옴부즈 기구가 설치된다. 공공기관으로부터 차별을 당한 경우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 등 일각에서는 이 법이 ‘반경찰법’(Anti-Polizei-Gesetz)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경찰의 합당한 업무를 위축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타츠(taz)의 헨가메 야그후비파라(Hengameh Yaghoobifarah) 기자가 지난 6월15일 “모든 경찰은 능력이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냈다. 그는 만약 경찰이 해산될 경우 직업을 잃은 경찰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쓰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문득 떠오르는 옵션은 한가지다. 쓰레기 집하장. 건물 열쇠를 가진 쓰레기 수거 노동자가 아니라, 정말 쓰레기만 모이는 그 집하장이다. (경찰과) 똑같은 것들과 함께 그들 스스로도 분명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여기서 ‘똑같은 것들’(ihresgleichen)이라는 단어가 논란이 됐다. ‘경찰=쓰레기’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칼럼 발행 다음날 독일 경찰노조는 ‘국민선동죄’로 기자를 고소했다. 언론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찬반 논란이 들끓었다. 비난이 너무 나갔다는 입장과 명확한 풍자라는 입장이 부딪혔다. 연립 연방정부를 이루고 있는 기독사회당(CSU)이 트위터에서 해당 기자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CSU는 당 사무총장의 발언을 전하며 “혐오로 가득한 좌파의 혐오스러운 면상 : 타츠는 우리 경찰들을 쓰레기처럼 집하장에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라하고 비열한 혐오”라고 언급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같은 당 소속 연방 내무장관 제호퍼도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연방 내무장관이 등판하자 흐름이 완전히 뒤바뀐다. 역풍이 불었다. 언론과 사회에서 이뤄지는 담론과 달리 정부의 고소 행위는 또 다른 권력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국가의 고소 의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예술가와 작가, 기자 600여 명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연방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표현의 자유와 기자를 보호하라고 요구했다. 타츠 편집장은 기자를 지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무부 장관은 경찰을 보호하는 임무뿐 아니라 기본법을 수호해야 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그는 기본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 녹색당 정치인 레나테 퀴나스트는 “칼럼 쓴 기자를 상대로 내무장관이 고소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다. 대체 무슨 메시지를 전하는가? 언론의 자유에 반대한다는 건가? 제호퍼는 끝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국가가 기자를 고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독일 정부는 지금 터키에서 징역 판결을 받은 독일 기자를 두고 터키 정권과 갈등을 빚고 있다. 비판 기사를 이유로 정부가 기자를 고소·고발한다면, 이는 지금 독일 정부가 비판하고 있는 터키 정권의 언론 탄압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제호퍼 내무장관은 결국 형사 고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6월25일 해당 칼럼이 “위법적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 건은 (형사 고소 대신) 언론 자율규제 기구인 언론평의회(Presserat)에 심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검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해당 기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이미 25건 이상 접수됐다. 대부분 국민선동죄를 근거로 하고 있다. 같은 기간 언론평의회에는 무려 344건의 불만 신청이 쏟아졌다. 독자들은 해당 칼럼이 언론 자유의 경계를 넘었다고 봤다. 언론평의회는 “내무장관이 언론평의회를 선택한 것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바람직한 절차”라고 환영했다. 언론평의회는 오는 9월 초 해당 안건을 심사한다. 언론평의회에서 ‘경고’를 받으면 해당 언론사는 경고를 받은 사실을 공개해야 하는데, 이 또한 완전한 자율에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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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애미다 2020-08-03 06:09:40
경찰은 어느 나라를 가도 쓰레기임에 틀림없다. 실제 지적 능력은 최하위이고, 그들 스스로가 범죄에 쉽게 유혹되고 지조가 없이 정권의 시녀가 되어 국민을 닥달한다. 따라서 경찰은 쓰레기임이 분명하고, 이는 경찰 내의 몇 마리의 기생충이 경찰 전체를 똥물로 변질시키는 것이다.
한국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부역질을 해왔다. 이제 좌파도 그 더러운 맛에 길들여져, 지들에게 부역질하는 작자들을 국개의원으로 공천하고 경찰직에서 퇴임하지 않았음에도 당선시켰다. 원천무효임에도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지들에게 동지적으로 우호적인 작자들은 언제나 최선이고 지들에게 적대적이거나 비우호적, 반감을 갖고 있는 상대는 언제나 적폐이며, 반동이고, 적으로서 그 자가 국민이라도 처단의 대상으로 매도, 폄훼해 왔다.

바람 2020-08-02 22:54:27
"경찰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시민의 인종·성별·종교·언어·장애·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되며 앞으로 이들을 감시하는 옴부즈 기구가 설치된다." <<< 여기서부터 잘못되지 않았을까. 헤이트 스피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게 맞다. 일본 시민단체나 기구가 한국인을 마음껏 혐한하고 있지 않은가. 참고로 일본은 혐오금지법이 있지만, 처벌조항은 없다. 혐오는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독일 정부의 이런 식 대응은 사회를 더 분열하게 한다고 본다. 우리는 서로의 업무를 존중해야 하며, 모두가 서로를 혐오하면 그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경찰도 국민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은 사회적 공기이며, 민심을 강력하게 움직인다. 사회적 공공재는 발언을 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내무장관이 직접 기자를 고소하겠다고 한 것은 지나친 오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