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준이 대폭 강화한 성평등 내규를 시행한다. 징계 시효를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가해자 공적을 징계 감경 사유로 삼지 않으며 2차 가해 행위를 징계 대상으로 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KBS 성평등센터는 지난달 21일 과반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 동의를 얻어 성평등기본규정의 제7장 보칙 부분을 22일부터 시행했다. 성폭력 관련 채용 결격 조건부터 가해자 교육이수 명령, 징계 사유·시효·양정에 대한 특칙을 다룬 장이다.

▲KBS 성평등센터는 지난 7월 21일 과반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의 동의를 얻어 ‘성평등기본규정’ 중 강화된 징계 내용을 담고 있는 제7장 보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윤상 KBS 성평등센터장(왼쪽)과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
▲KBS 성평등센터는 지난 7월 21일 과반 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의 동의를 얻어 ‘성평등기본규정’ 중 강화된 징계 내용을 담고 있는 제7장 보칙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윤상 KBS 성평등센터장(왼쪽)과 유재우 언론노조 KBS본부장.

보칙은 성평등기본규정에 이미 마련돼 있었으나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돼 관련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라 직원 과반이 가입한 노조 동의를 얻을 때까지 시행이 유보됐다.

KBS 성평등센터는 “2019년 4월24일 ‘성평등기본규정’ 제정 이후 근로자 과반 동의를 얻을 방법을 모색하던 중 2020년 상반기 KBS본부노조가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노조로부터 동의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행에 따라 징계 시효(53조)가 2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또 징계 양정(54조)에 있어 성희롱·성폭력 가해자의 공적을 이유로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정했다.

가해자에 대한 인사조치(55조)에 따라 가해자는 피해자와 10년 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분리되며 일부 보직도 제한된다. KBS 사장은 가해자에게 ‘성희롱·성폭력 가해자 재발방지 프로그램’ 교육 이수를 명령할 수 있다.

‘2차 가해’도 징계 대상으로 정했다. 징계사유를 다룬 52조는 2차 가해와 조사 불응, 비밀 누설 등을 성평등센터장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행위로 명시했다. ‘2차 피해 발생 시 대응’을 다룬 50조는 성평등센터가 2차 가해 행위를 조사하는 등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정했다.

채용 결격 사유도 강화됐다. 보칙 49조는 성폭력 범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받고 3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채용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윤상 KBS 성평등센터장은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제기를 가장 어렵게 했던 2차 피해, 짧은 징계 시효 때문에 구제받지 못했던 피해자들이 조직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런 움직임이 모여 조직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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