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18일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가 삭제·사과한 후 외부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KBS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는 30일 이 사안을 다뤘다. 

이날 열린 공방위에서 노사는 해당 보도가 교차검증과 반론이 없었고 보도 지휘라인이나 간부들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외부에서의 보도 청부 등은 없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한 공방위에는 최광호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 강성원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본부장을 포함해 노측 위원 6명과 사측 위원 5명이 참석했다. 노측 위원에는 과반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와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도 참석했다. 

사측 위원에는 임병걸 KBS 부사장과 김종명 보도본부장, 이영섭 사회재난주간, 박유한 경제주간, 김진우 보도기획부장이 참석했다. 

공방위 논의는 지난 18일자 KBS 뉴스9 리포트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보도 경위와 후속 조치가 중심이었다. 노측은 해당 아이템이 방송된 경위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18일 KBS 뉴스9 보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18일 KBS 뉴스9 보도.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다.

노측은 “취재원을 직접 밝히라는 일부 요구는 합당하지 않지만, ‘청부 보도’라는 과도한 추측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충분하고 구체적 경위 공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이미 지난 6월 중순부터 관련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 7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검찰 내부망에 ‘주요증거 다수 확보’ 관련 글을 올렸고, 17일 법원이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그 사유로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상당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담당 취재기자와 KBS 법조팀은 “자체적으로 발제한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부 지시나 외부 청부 등은 없었다. 과도한 음모를 제기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측 위원들은 “사측이 공유한 경위서를 직접 검토하고 책임자 추가 설명 등을 통해 보도 경위가 설명이 됐고, 청부 등은 없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다만 노측은 “교차검증, 반론 등이 이뤄지지 않은 보도가 9시 뉴스에 방영된 것은 문제”라며 “당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당일 오전부터 발제문이 있었던 상황에서 해당 지휘라인이나 간부 등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관계자 5명에 대해 인사위원회 등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데, 꼬리 자르기로 비쳐서는 안 되며, 책임자급의 공식 사과와 유감 표명 등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보도본부 책임자로서 공식 사과드린다”며 “지난해 이른바 ‘알릴레오 사건’ 이후 익명 보도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등 뉴스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모든 구성원에게 체화되지 않으면 취약점이 노출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상황을 공유하며 더 나은 공영방송으로 가는 계기로 작동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노측은 “이번 일은 단순 오보가 아니라 취재, 발제, 기사작성, 데스킹 등 모든 과정의 실수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며 “매 단계 문제점들을 확실히 점검하고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선책이 실제 구성원들에게 체화될 수 있도록 법조보도 개선 TF등 실행력을 갖춘 별도 기구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노측은 “해당 실무자들이 불법적 방식이나 잘못된 의도를 갖고 한 일이 아니었던 만큼 외부의 법적 대응에 제대로 방어할 수 있도록 사측이 충실히 조력해줄 것”도 당부했다. 

사측은 “현장 취재기자들 사기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며 “회사에서 취할 수 있는 법률적 조력 조치들을 충실히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측은 노측이 제시한 ‘법조보도 개선 TF’ 제안과 관련해 “개선안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노측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방위에서 노측은 “청부 등은 없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지만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은 공방위가 끝난 후 성명을 통해 “기대를 저버렸다”며 비판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취재 기자가 왜 무리하게 부실한 리포트를 보도했는지, 오보에 영향을 끼친 취재원이 누구인지, 오보 시점이 왜 한동훈 검사장 기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사심의위원회 전이었는지”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소수노조는 양승동 사장이 이번 보도 참사에 자진사퇴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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