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고 노무’라는 단어를 자막으로 사용해 방송한 SBS funE에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SBS방송사 funE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을 만든 외주제작 PD가 대구 출신이다. 지역 사투리를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심의위원들은 “외주 제작사가 만들었다고 해도 방송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는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SBS funE ‘왈가닥뷰티’가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 지난달 22일 SBS funE ‘왈가닥 뷰티’에서는 정혁, 홍진영, 김민경 등 출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이 과정에 ‘들어나 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제작진은 사과했다. 사진=SBS funE ‘왈가닥 뷰티’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달 22일 SBS funE ‘왈가닥 뷰티’에서는 정혁, 홍진영, 김민경 등 출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전파를 탔고, 이 과정에 ‘들어나 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제작진은 사과했다. 사진=SBS funE ‘왈가닥 뷰티’ 방송화면 갈무리

SBS funE ‘왈가닥뷰티’(6월22일 방영분)는 정혁, 홍진영, 김민경 등 출연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들어나 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곧바로 사과했다. 제작진은 “어제 방송된 외주제작 프로그램 ‘왈가닥뷰티’에서 일베 용어를 자막으로 방송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김태형 SBS 플러스 편성제작국장은 “외주제작사 PD 고향이 대구다. ‘고 노무’를 사투리로 인지해 자막을 사용했다. 일베 이용자는 아니다.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썼고, 노무현 재단에 연락해 충분히 사과했다고 생각한다.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시스템을 좀 더 촘촘하게 갖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의위원들은 구차한 변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소영 위원은 “그렇게 대답하는 건 너무 구차하다”고 지적했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지방 사투리를 빌려서 자막에 쓴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김태형 제작국장은 “사투리를 빌려서 자막에 쓴 걸 증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고, 허미숙 소위원장은 “그럼 다시 소명할 것이냐”고 말했고, 김 국장은 “사투리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고 시인했다.

심의위원 3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 강진숙·이소영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2인(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강진숙 위원은 “이번 사례뿐 아니라 과거에도 SBS는 수십 차례 노무현 대통령 죽음을 비하하는 합성 사진을 반복해 방송했다. 싶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경상도 방언으로 썼다는 해명이 믿기지 않는다. 의도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외주제작 프로그램이지만, 방송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허 소위원장은 “대중문화 영역을 관장하는 PD 등 제작진이 대중문화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단어를 몰랐다고 하는 게 결코 책임 사유가 면책될 수 없다. SBS는 이런 전례가 많았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방송사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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