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오늘 나오는 제재 수위와 관계없이 ‘편의점 샛별이’에 7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되고 항의가 있었던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이소영 위원)

7000여건의 심의 민원 제기를 받은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 법정제재 절차가 추진된다. 심의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들은 “미성년자인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선정적인 방송이었다”고 지적했다. 편의점 샛별이는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인 주인공 정샛별(김유정)이 다른 친구들과 담배 피웠다. 또 정샛별은 성인 남성인 최대현(지창욱)에게 키스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인 주인공 정샛별(김유정)이 다른 친구들과 담배 피웠다. 또 정샛별은 성인 남성인 최대현(지창욱)에게 키스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허미숙 위원장)는 29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6월19일 1화 방영분)가 방송심의규정 ‘품위유지’ ‘방송언어’ 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법정제재 ‘주의’는 방송사 재승인 심사 때 감점이 반영되는 중징계다.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1화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미성년자 고등학생이 성인 남성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고 키스를 하는 장면 △오피스텔 성매매가 적발되는 현장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 △카메라가 노래방에서 춤추는 고등학생들 몸매를 위아래로 훑는 장면 △웹툰 작가가 샤워하는 적나라한 장면 △방 안에 여성 나체 그림들이 걸려있는 모습을 보여준 장면 △여성 신체가 강조된 19금 웹툰을 그리면서 신음소리를 내는 장면 △욕설하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SBS 관계자들은 “편의점 샛별이는 1화에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전체적 흐름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샛별이를 편의점 점장과 그의 가족이 품어주면서 인간적인 성장을 이루는 가족적 드라마”라고 주장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웹툰 원작이 상당히 선정적인 면이 있다. (원작을) 안방으로 들여오면서 고민 없었나. 욕설도 상당하다. 험한 단어를 일상의 추임새로 사용하고 있다. SBS 심의팀에서 조건부 방송가를 받았다. 욕설 등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방송가 승인을 했던데 왜 이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고 1화를 그대로 내보냈냐. 자체 심의를 무력화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장성욱 SBS 콘텐츠전략본부 콘텐츠기획팀 차장은 “1차 편집 과정에서 욕설 부분을 굉장히 많이 들어낸 거다. 방송에 나갔던 부분은 이후 결과물”이라며 “저희가 고민한 부분은 샛별이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 욕설을 포함해야 할까 고민이 있었다. 친밀한 고등학생들끼리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스튜디오S 제작국 부장도 “드라마 스토리 흐름과 캐릭터 때문에 욕설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된 정샛별이 최대현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심야시간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면접을 봤다. 최대현이 “집이 좀 먼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정샛별이 “집에 안 들어가도 돼, 아 씨 (묵음). 실수”라고 발언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된 정샛별이 최대현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심야시간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는 면접을 봤다. 최대현이 “집이 좀 먼 거 같은데”라고 말하자, 정샛별이 “집에 안 들어가도 돼, 아 씨 (묵음). 실수”라고 발언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강진숙 위원이 “노래방에서 여학생들이 춤추는 장면을 찍는 앵글의 각도 처리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오히려 불량한 건 카메라로 여성의 몸을 훑는 어른의 시선이 문제 아닌가? 성인 남성의 서사가 반영됐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지적하자 박영수 부장은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SBS 서면 의견 진술서를 보면 어린 마음에 좋아하는 남성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어서 키스하는 장면을 설정했다고 했는데, 이 성적 판타지는 누구를 위한 판타지인가. 교복을 입고 짝사랑하는 남성에게 키스하는 게 여성 청소년 시각의 설정인?”라고 묻자, 박영수 부장은 “고등학생으로서 적절치 않은 장면이었다는 점에 반성한다. 갑작스레 키스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을 각인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스킨십을 했던 부분이다. 편의점 취직 후부터 과도한 표현은 절대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카메라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훑고 있다. 또 드라마는 오피스텔 성매매 적발 현장을 방송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달 19일 방영된 SBS ‘편의점 샛별이’에서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카메라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훑고 있다. 또 드라마는 오피스텔 성매매 적발 현장을 방송했다. 사진=SBS ‘편의점 샛별이’ 방송화면 갈무리.

심의위원 4인(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 강진숙·이소영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강 위원과 이 위원은 노래방에서 여학생들이 춤추는 장면을 아래에서 위로 훑는 촬영 기법을 문제라 지적했다. 강 위원은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화했다. 의도적 카메라 앵글 처리였다. 과도한 샤워 장면, 비속어 사용 등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청소년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청소년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도 “카메라로 훑는 장면이 가장 거슬렸다. 청소년이 그런 식으로 소비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전체적인 드라마 스토리는 샛별이가 개과천선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장면 하나하나 표현 방식에 신중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