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경향신문 기사 5시간 만에 삭제한 이유
박재동 화백 미투 반박 경향신문 기사 5시간 만에 삭제한 이유
편집국장 “피해자 2차 가해라는 문제 제기와 보도준칙 고려했다”… 기자 “맹목적 미투 추종, 미투 운동 건강성 해쳐”

경향신문이 지난 2018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박재동 화백 사건과 관련 가짜 미투 논란이 2년 만에 제기됐다고 보도한 기사를 출고 후 5~6시간 만에 삭제했다.

경향신문은 29일 오전 6시30분쯤 “[단독] 박재동 화백 ‘치마 밑으로 손 넣은 사람에 또 주례 부탁하나’ 미투 반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경향신문 기자는 박재동 화백과 피해자 이아무개 작가가 통화한 녹취록과 미투 의혹 제기 직후 이 작가와 동료작가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보도했다. 2년 전 SBS가 보도한 박 화백 성추행 의혹 보도를 반박할 만한 증거가 나왔다는 것이다.

▲SBS ‘8뉴스’는 지난 2018년 2월26일 “[단독] 만화계도 ‘미투’…‘시사만화 거장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SBS ‘8뉴스’는 지난 2018년 2월26일 “[단독] 만화계도 ‘미투’…‘시사만화 거장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SBS ‘8뉴스’.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보도의 골자는 이 작가가 박 화백에게 성추행을 당해놓고 왜 주례를 부탁했는지 의문이라는 것과 이 작가도 박 화백에게 주례를 부탁한 사실을 박 화백과의 통화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아무개 기자가 쓴 기사에서 피해자인 이 작가는 1차 성추행 후 주례를 부탁한 이유에 “당시 나는 박 화백이 친근감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그런 일을 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차 주례를 부탁할 당시까지는 솔직히 성추행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가는 “택시 안에서 또다시 박화백이 이상한 얘기로 2차 가해를 하기에 그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 그전까지는 주례를 부탁하러 간 입장이었고 성추행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박 화백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29일 오전 출고됐다 삭제된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은 출고 5~6시간 만에 기사를 삭제했다. 삭제된 기사는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복수의 취재원 말을 종합하면 강아무개 기자는 새벽에 데스킹 없이 임의로 기사를 올렸다. 이후 사회부를 포함한 여러 부서 기자들은 해당 기사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기사라고 안호기 편집국장에게 문제 제기했다.

안 국장은 29일 미디어오늘에 “내부에서 논의를 해보니 경향신문 내부의 성범죄 관련 보도준칙에 안 맞는 것 같다고 판단해 기사를 내렸다. 삭제 경위를 공식적으로 따로 밝힐 계획은 없다. 내부 편집권에 대한 문제”라고 전했다.

안 국장은 기사 삭제 후 ‘온라인 기사 출고 방침’을 내부에 공지했다. 안 국장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속보나 일상적으로 돌아가는 사안에 관한 기사는 데스크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온라인에 내보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온라인용 기획이나 단독, 발굴, 분석 기사는 반드시 미리 보고한 뒤 데스크를 거친 뒤 출고해야 한다. 기사를 취사선택하고 보완하는 게이트키핑은 언론사의 중요한 시스템이다. 데스크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에 “새벽 6시경 출고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 편집국장이 내게 전화해 삭제한다고 했다”며 “아직 기사 복구가 안 되고 있다. 미투가 피해자 목소리만 옳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걸 2차 가해라고 몰아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리적 의심을 2차 가해라고 몰아가는 건 미투 운동 건강성을 해친다고 본다”며 “이 틈을 비집고 기행 미투 세력이 등장한다. 피해자가 입을 열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기행 미투 세력에 빌미를 주는 거다. 여성단체도 이런 부분들에 대해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BS ‘8뉴스’는 지난 2018년 2월26일 “[단독] 만화계도 ‘미투’…‘시사만화 거장 박재동 화백이 성추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현직 웹툰 작가인 이 작가가 지난 2011년 박 화백에게 결혼을 앞두고 주례를 부탁하려고 만났는데 박 화백이 치마 안으로 손을 넣고 허벅지를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는 보도였다. 이와 함께 박 화백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여성을 희롱하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SBS 보도 이틀 뒤 박 화백은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 작가에게 공개 사과했다. 사과 후 박 화백은 SBS를 상대로 정정보도 소송을, 한예종 측에는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한 사실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박 화백은 지난해 11월 SBS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는 “제보한 내용과 법정 증언이 대부분 일치하며 실제 경험하지 못하면 진술하기 어려운 구체적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피해자가 당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으로 거론되던 박 화백이 대표자로서 부적절하다는 공익 목적의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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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2020-07-30 00:42:44
팩트를 말해도 2차가해라며 기사를 삭제하다니

얼마나 퇴행적인지 증명되네요

바람 2020-07-29 21:24:37
"안 국장은 기사 삭제 후 ‘온라인 기사 출고 방침’을 내부에 공지했다. 안 국장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속보나 일상적으로 돌아가는 사안에 관한 기사는 데스크를 통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온라인에 내보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온라인용 기획이나 단독, 발굴, 분석 기사는 반드시 미리 보고한 뒤 데스크를 거친 뒤 출고해야 한다. 기사를 취사선택하고 보완하는 게이트키핑은 언론사의 중요한 시스템이다. 데스크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네. 미리 시스템을 만들지 않고 기자를 구박하며 삭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투 문제를 떠나, 명확한 규칙과 내규를 만들라. 사건 터진 후에 말하는 것은 핑계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